국뽕 ‘한산’-신파 ‘비상선언’ 엇갈린 희비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의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한산: 용의 출현’과 ‘비상선언’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필요한 감성의 강약 조절과 관련해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관객의 감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파고들기 위한 방식에서 두 작품이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산: 용의 출현’(한산, 감독 김한민)은 지난달 27일 개봉해 20일 현재까지 658만 관객을 모으며 관객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한산’은 2014년 ‘명량’ 속 이야기보다 5년이 앞선 이순신의 한산대첩을 그린 이야기로 1700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하지만 이순신의 개인에 초점을 맞춘 과도한 영웅주의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일명 ‘국뽕’(맹목적으로 나라를 찬양하는 행태를 뜻하는 속어) 영화라는 극단적 시각을 보내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한산’은 이 같은 전작의 단점을 최소화한 ‘모던한 전쟁영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21일 ‘한산’은 “학익진 등 전략과 전술에 의한 장수 대 장수의 대결로 세련되게 그렸다”면서 “역사적 사실을 그리는 이야기일수록 균형 잡힌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항공 재난물을 표방한 ‘비상선언’은 “신파 아니냐”는 악평에 발목을 잡혔다. 먼저 개봉한 ‘한산’에도 밀려 5위까지 박스오피스 순위가 떨어지며 18일 만인 21일 가까스로 200만 관객을 넘어선 것도 관객의 반응이 엇갈린 탓이다.

윤 평론가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수백여 비행기 승객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착륙을 포기하고 눈물의 영상 편지를 남기는 장면 등을 언급하며 “관객을 억지로 울리기 위한 개연성과 현실성이 부족한 작위적 설정이 반감을 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달라진 한국 관객의 눈높이와 수준”에 맞춰 과거 ‘흥행의 치트키’처럼 쓰였던 국뽕과 신파의 사용방식 또한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영화의 감동을 국뽕이나 신파로 나누는 기준은 결국 작품의 ‘완성도’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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