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 물결..식당·가게에서 팁 주듯 QR 기부 행렬

뉴욕 맨해튼 우크라이나인 마을에 있는 한 식당 앞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다. (박용범 특파원)
지난 3월 8일(현지 시간) 찾은 뉴욕 맨해튼 이스트빌리지의 식당 ‘베셀카(Veselka)’. 68년 역사를 간직한 이 우크라이나식 식당은 전쟁이 발발한 후 찾아오는 손님이 부쩍 늘어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역외에서 지원하는 일종의 ‘광복군’ 기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식당에서는 QR코드를 통해 손쉽게 우크라이나 난민 등을 위한 기부를 할 수 있다. 메뉴 최상단에는 ‘우크라이나인을 돕자’는 문구가 추가됐다. 여기를 클릭하면 우크라이나 지지 집회 계획, 기부 방법 등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식사 후 팁을 내듯 아주 쉽게 기부를 할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평화·저항 상징 우크라 국기 곳곳에

타임스스퀘어서 매일 수천 명이 집회

베셀카 관계자는 “보르쉬(Borscht·동유럽권 전통 수프) 판매에서 나오는 수익 100%는 우크라이나인을 돕는 데 기부된다”고 설명했다. 이 식당은 현금이 아닌 현물 기부도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 이외에도 노란색 절연테이프, 건전지, 반창고, 거즈, 통조림, 면양말, 기저귀 등 비상 상황에 필요한 물품부터 육아용품까지 공급이 시급한 품목들이 나열돼 있다.

베셀카 식당 바로 건너편 이스트빌리지 미트마켓. 상점 유리에는 커다란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다. 상점 입구에는 ‘우크라이나를 도와달라’는 입간판이 놓여 있다. 지나가다 이 간판을 본 사람들은 속속 가게로 들어가 빵 등을 사며 지갑을 연다. 가게로 들어가니 지난 3월 5일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지 집회 안내장이 쌓여 있다. 우크라이나인인 매장 직원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매장을 찾는 손님이 늘었다”며 “고향 땅이 속히 안정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곳뿐 아니다. 우크라이나와 크게 관련이 없는 상점들도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이뤄진 우크라이나 국기나 조명을 매단 곳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계 식당에는 사람들이 붐비는 반면, 러시아를 대표하는 식당에는 손님 발걸음이 끊겼다. ‘억만장자의 거리’ 맨해튼 57가의 고급 레스토랑 ‘러시안 티 룸’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정당한 이유 없는 전쟁에 대해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규탄한다. (중략) 우리는 푸틴에 맞서며, 우크라이나인들과 함께할 것”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이 문구가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폐업을 막기 위한 상업용 광고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제 우크라이나 국기는 평화와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다.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서는 연일 우크라이나 지지 집회가 열린다. 뉴욕에 사는 우크라이나인만 약 14만명. 지난 3월 5일 열린 주말 집회에는 수천 명이 참석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푸틴은 멈춰라. 우크라이나와 함께 맞선다(Stop Putin, Stand With Ukraine!)”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집회에는 우크라이나인만 참여하는 게 아니다. 평범한 뉴요커뿐 아니라 조지아 등 러시아 인근 국가 국기를 들고나온 사람이 연일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0호 (2022.03.16~2022.03.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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