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인가 설정인가, 김승현 부모에 의심 눈초리 쏟아진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2주 전 짧게 나왔던 MBC <오은영 리포트>의 예고 영상은 그날 방송분보다 더 큰 논란과 화제를 낳았다. 김승현의 부모 김언중, 백옥자 부부가 소리치고 심지어 물리적 폭력을 보이기도 한 예고는 충격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KBS <살림남>을 통해 보였던 티격태격하긴 하지만 단란해 보였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의 관계가 그 예고 안에 담겨 있어서였다.

하지만 이 충격적인 예고의 전후사정이 어땠는가 하는 건 2주나 지난 후에야 밝혀지게 됐다. 지난주 방송이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 편성으로 결방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밝혀진 내용. 김언중이 공장에서 ‘밤일’을 한다고 하고서, 다른 사람과 화투를 치고 있는 걸 백옥자가 확인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화를 주체할 수 없던 백옥자는 고함치고 손찌검을 하다못해 결국 바닥에 눕고 말았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까지.

예고는 충격적이었지만, 앞뒤 전후사정이 더해진 방송은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까지 더해지면서 생각보다 자극적이지는 않았다. 특히 오은영 박사는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유를 그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조금씩 풀어냈다. 백옥자는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서서 하루아침에 재산이 사라져 할머니 손에서 자라게 됐던 과거 아픔을 꺼내놨고, 오은영 박사는 그래서 백옥자에게 돈과 집은 생존을 위한 ‘안전’과 ‘안정’의 의미라고 했다. 그러니 그것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참을 수 없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

과거 도박과 주식을 했고 그래서 돈도 날렸던 김언중의 과거는 그래서 백옥자에게는 큰 충격으로 남았고, 남편이 도박은 아닌 재미로 하는 화투도 ‘밤일’ 한다고 거짓말을 한 것과 더해져 두려움을 만들었을 거란 거였다. 오은영 박사는 백옥자가 ‘화병’을 갖고 있다며, 그건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황혼이혼을 하는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의외로 방송은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물론 여전히 방송 말미에 김언중, 백옥자 부부는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언중오빠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게 어떠냐는 김언중과 아들 김승현의 요구에 백옥자는 “앞으로 언중오빠 거짓말 하지 말고.. 사랑해요”라고 말하며 함께 웃는 모습을 보였다.

<오은영 리포트>는 김언중, 백옥자 부부의 갈등상황을 가져와 ‘황혼갈등’이라는 그 나이 대에 겪는 문제들을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으로 풀어냈지만,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들은 이 방송이 설정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2주 전 예고에서 보였던 충격적인 광경과는 너무나 다른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끝나버린 상황인데다, 그간 이 부부가 방송을 오래도록 해오며 관찰카메라가 그만큼 익숙해질 수 있다는 의심이 그런 의구심을 갖게 만든 것.

<오은영 리포트>는 ‘결혼지옥’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래서 김언중, 백옥자 부부의 갈등 상황들은 순식간에 이 결혼생활을 ‘지옥’처럼 만들어버린다. 물론 모든 갈등이 극단적으로 흘러가는 건 아니지만, 이혼까지 생각하게 되는 문제라면 그 솔루션의 범위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차원에 머무는 건 한계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지옥 같은 상황은 이혼이 오히려 양자가 더 나은 삶을 위해 필요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즉 <오은영 리포트>의 솔루션이 결혼유지에 맞춰져 있는 건 이 프로그램이 결국은 화해하는 것으로 끝나는 다소 억지스러운 마무리에 대한 강박을 만들 수밖에 없다. 설정의 의구심은 이런 부분에서 나오게 된다.

백옥자가 김언중이 잠깐 머리 식히려고 화투를 쳤다는 그 일에 그토록 분노하고 화를 쏟아낸 건 과거 그런 전력이 있어서다. 이런 심리는 관찰카메라를 보며 설정과 조작을 의심하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이미 조작 방송이나 설정이 의심되는 방송을 여러 차례 경험한 시청자들은 갈수록 관찰카메라가 리얼이라 주장하는 장면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언중이 사실은 아니라고 말해도 백옥자가 믿기 어려워하듯, 리얼이라 주장해도 시청자들은 갈수록 관찰카메라에서 설정을 찾아내고 있는 것. 자극적인 영상으로 여전히 시선을 잡아끌고 있지만 그럴수록 시청자들은 관찰카메라의 진위에 예민해져 가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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