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숫가루 먹고 숨진 남편에 "극단선택"…그 아내 수상한 행각


[사건추적]

법원. 중앙포토

“보험금을 노린 살인인가, 극단적 선택·사고사인가.” 지난해 5월 경기도 화성시의 한 가정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남성의 사인을 놓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남성의 아내(37)가 니코틴을 이용해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되면서다. 수사 당국은 부부가 채무 등 여러 문제로 불화를 겪고 있었고 남편이 거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점 등을 이유로 아내의 범행을 의심했다.
반면 아내 측은 남편이 극단적 선택을 했거나 전자담배를 사용하다 사고사했을 가능성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사인은 니코틴 중독사…남편 사망 전 니코틴 산 아내
남편은 지난해 5월 27일 집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119 구급대가 출동했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아내는 “남편이 전날 병원에 다녀왔다”며 의료사고를 주장했다.

부검 결과 남편의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이었다. 남편은 숨지기 전날부터 이상 증상을 보였다. 그는 극심한 구토와 설사 등으로 회사를 조퇴했고 오후엔 병원 응급실을 다녀왔다. 119 구급대원의 구급일지와 병원 진료기록엔 남편이 “아침에 먹은 미숫가루와 햄버거가 잘못된 것 같다”고 답했다고 적혔다. 아내가 건넨 아침이었다.

한 전자담배 가게에 진열된 액상형 전자담배.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아내가 남편이 숨지기 며칠 전 집 근처 전자담배 판매업소에서 니코틴 용액을 구매한 사실을 파악했다. 그녀는 “남편이 피우는 전자담배용 니코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인들은 남편이 8년 전 담배를 끊었다고 전했다.
부부는 아내의 헤픈 씀씀이로 1억원 상당의 빚을 지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부부가 돈 문제로 자주 다퉜다”고 했다. 아내에게 내연남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남편은 사망 시 최대 1억 8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생명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경찰은 아내가 미숫가루에 니코틴 원액을 섞어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살인 등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아내, 남편에게 니코틴 3차례 먹였다”
검찰은 부검의 면담과 법의학자 자문, 니코틴 음용 사례 분석 등 보완 수사를 통해 아내가 남편에게 3차례에 걸쳐 니코틴 원액을 먹인 것으로 봤다. 미숫가루 이외에도 죽과 물을 건네 치사량(3.7㎎) 이상의 니코틴을 먹였다는 것이다.

사건 기록을 검토한 결과 아내가 준 음식을 먹을 때마다 남편의 상태가 나빠졌다. 남편은 사망 전날 오전 아내가 준 미숫가루를 먹고 니코틴 중독 증상을 보이다 오후쯤 호전됐다. 하지만 아내가 만들어 준 죽을 저녁으로 먹은 뒤 다시 고통을 호소했다. 병원 진료를 받고 새벽에 귀가해 아내가 준 물을 마셨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고 한다.
검찰은 “다른 남성과 내연 관계를 맺고 있던 아내가 채무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보험금과 예금 등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했다”고 했다.


아내 “남편, 극단적 선택했거나 사고사”
아내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남편이 평소 전자담배를 피웠다”며 “니코틴 원액으로 전자담배를 이용하다가 실수로 흡입했을 수 있다”고 ‘사고사’를 주장했다.

수원법원종합청사 [사진 수원지법]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사망 2개월 전 남편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경찰이 출동했었다고 한다. 남편의 휴대전화에선 사망 전까지 ‘자살’ 등을 검색한 기록이 발견됐다.
아내는 “오래전에 가입해 남편이 생명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보험설계사가 알려줘 기억이 났다”고 말했다.
아내의 변호인은 “내연남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아내는 남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아내가 남편을 살해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5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과거 니코틴을 이용한 사건 피고인들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고 아내가 범행을 부인하며 남편의 극단적 선택을 주장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아내의 선고 재판은 다음 달 18일 열린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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