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캐스팅 권한 침범하지 말라”..뮤지컬 선배들, ‘옥장판’ 고소 사건 입장

[Dispatch=김지호기자] “배우는 연기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 안 된다.”

김호영과 옥주현의 일명 ‘옥장판’ 고소 사건이 뮤지컬계 전반으로 확대됐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 최정원, 박칼린 음악감독이 22일 “이러한 상황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 사람은 배우가 캐스팅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제작사와 스태프들 역시 공정하지 못했고, 편파적이었다는 것. 실명을 적진 않았으나, 옥주현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세 사람은 “저희는 뮤지컬 1세대 배우들로서 비탄의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두 각자 자기의 위치와 업무에서 지켜야 할 정도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우선, 배우의 역할을 짚었다. “배우는 무대 뒤 스태프들을 존중해야 한다”며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태프와 제작사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스태프는 배우들의 소리를 듣되, 몇몇 배우의 편의를 위해 작품이 흘러가지 않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모든 배우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제작사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와 배우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노력해야 한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해선 안 된다”며 “참여하는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공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사태의 원인은, 이 정도가 깨졌기에 생긴 일이라는 것. 세 사람은 “더 이상 지켜만 보지 않겠다”며 “뮤지컬의 정도를 위해 모든 뮤지컬인들이 동참해 주시길 소망한다”고 촉구했다.

다른 뮤지컬 배우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소현, 차지연, 정선아, ‘투에이엠’ 출신 조권, 최유하, 최재림 등이 해당 입장을 공유하며 “동참한다”는 해쉬태그를 달았다. 

논란의 시작은 김호영의 인스타그램 글이었다. 그는 지난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사리판은 옛말”이라며 “지금은 옥장판”이라 적었다. 옥장판 사진, 무대 이모티콘도 붙였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뮤지컬 ‘엘리자벳’의 캐스팅 라인업이 발표된 시점이었다. 타이틀롤은 옥주현, 그리고 옥주현과 같은 소속사 이지혜. 여기에 옥주현과 친분 있는 배우들도 캐스팅에 포함됐다. 

논란이 커지자, 옥주현은 김호영과 네티즌 2명을 상대로 서울 성동경찰서에 명예훼손 고소장을 제출했다. 옥주현은 “사실관계 없이 주둥이와 손가락 놀린 자 혼나야 한다”고 분노했다. 

김호영도 똑같이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지난 21일 “이 내용으로 김호영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호영의 글 주인공이 옥주현인지 여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다음은 남경주, 최정원, 박칼린 공식입장 전문>

모든 뮤지컬인들께 드리는 호소의 말씀

최근 일어난 뮤지컬계의 고소 사건에 대해, 뮤지컬을 사랑하고 종사하는 배우, 스태프, 제작사 등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는 뮤지컬 1세대의 배우들로서 더욱 비탄의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라는 큰 재앙 속에서도 우리는 공연 예술의 명맥이 끊기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 유지해왔고 이제 더 큰 빛을 발해야 할 시기이기에, 이러한 상황을 저희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습니다.

한 뮤지컬이 관객분들과 온전히 만날 수 있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과정을 함께 만들어 가게 됩니다.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위치와 업무에서 지켜야 할 정도가 있습니다.

1. 배우는 모든 크리에이티브팀의 컨셉을 무대 위에서 제대로 펼쳐내기 위해서 오로지 자신의 역량을 갈고 닦아야 합니다. 뮤지컬의 핵심은 무대 위에서 펼치는 배우 간의 앙상블이기 때문에 동료 배우를 사랑하고, 존중해야 하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배우는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찬사를 대표로 받는 사람들이므로 무대 뒤 스태프들을 존중해야 합니다.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 안 됩니다.

2. 스태프는 각자 자신의 파트에서 배우가 공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연습 진행은 물론 무대 운영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배우들의 소리를 듣되, 몇몇 배우의 편의를 위해 작품이 흘러가지 않는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또한 모든 배우들을 평등하게 대하고,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 위에 홀로 선 배우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3. 제작사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와 배우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해서는 안 됩니다. 공연 환경이 몇몇 특정인 뿐 아니라, 참여하는 모든 스태프 배우에게 공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참여하는 모두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하기 위해 가장 선봉에 서서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의 이 사태는 이 정도가 깨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방관해 온 우리 선배들의 책임을 통감합니다.

우리 선배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수십 년간 이어온 뮤지컬 무대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지켜만 보지 않겠습니다. 뮤지컬을 행하는 모든 과정 안에서 불공정함과 불이익이 있다면 그것을 직시하고 올바로 바뀔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겠습니다.

뮤지컬의 정도를 위해 모든 뮤지컬인들이 동참해 주시길 소망합니다. 우리 스스로 자정노력이 있을 때만이 우리는 좋은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랑스럽고 멋진 무대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 최정원, 배우, 연출 및 음악감독 박칼린 올림.

<사진출처=디스패치DB, ‘엘리자벳’ 캐스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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