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정세에 돈 몰리는 안전자산..믿을 건 역시 달러, 금도 ‘금값’ 돼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이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제도 요동친다.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며 원자재 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로 사용되는 니켈 가격은 그야말로 폭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니켈은 러시아가 전 세계 생산량의 10%를 공급한다.

지난해 12월 1t당 1만9000달러대에서 거래됐던 니켈은 지난 3월8일 장중 한 때 10만 달러를 넘어섰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는 급기야 니켈 거래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최근 4만 달러대에서 거래되는데, 이 가격도 지난 연말 대비 2배 이상이 넘는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 등 서방 국가 제재를 받게 되자 공급 우려에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위기는 투자 기회라고 했던가. 이런 혼란기에 돈을 버는 이들도 분명 있다. 니켈과 같은 원자재에 베팅했던 글로벌 헤지펀드 등은 원자재 투자로 큰 수익을 거뒀다. 인류의 슬픔인 전쟁으로 돈을 벌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하지만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총성이 울릴 때 투자하라’는 격언을 따라 전쟁을 투자 기회로만 삼은 건 아니었다. 최근 수년간 원자재 공급을 위한 투자가 줄었고,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이 원자재 값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는데, 마침 일어난 전쟁으로 헤지펀드가 ‘돈방석’에 앉게 된 셈이다.

개인 투자자도 전쟁을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좀 관망하는 편이 나을 듯 싶다. 역사적으로 주가는 계속 올랐기에 전쟁 이후 언젠가 오른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간이 문제다. 단기 반등에 실패한다면 투자금은 묶이게 된다. 다른 곳에 투자했다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전쟁이 일어나자마자 국내 개미는 ‘러시아 ETF’에 뛰어들었지만, 미국 제재 속에 상장폐지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전쟁 뒤 ‘언젠가는’ 반등할 수도 있겠으나 긴 시간 잠 못 이루는 밤을 감내해야 할 수 있다.

차라리 이런 위기 국면에서는 달러나 금과 같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에 돈을 묻어두는 게 낫다. 실제 많은 투자자들이 수익을 낼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달러와 금을 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580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한 달 전과 비교해 24억3200만 달러 증가했다. 최근 12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 추세를 보면 어느 정도 성공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투자자들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달러에 대한 약세 전환 가능성을 점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면 최근 다시 달러 시세가 더 오를 것이라고 보는 시장 참여자들이 늘고 있었다는 뜻이다. 아울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는 점도 달러예금 확대에 힘을 보태는 분위기다.

또 다른 대표 안전자산인 금 역시 지난해부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며 주목받는다. 최근 금 시세는 3월14일 기준 그램(g)당 7만8348원이다. 지난해 3월 금 시세가 6만3000원 수준이었는데, 1년 만에 20% 이상 올랐다. 최근 한 달 전과 비교해도 10% 이상 급등했다.

금 투자는 실물거래(골드바)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을 통해 ‘금 통장(골드뱅킹)’을 개설하거나 금 관련 신탁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금 통장은 소수점 단위로 거래가 가능하고, 계좌 개설과 입출금 등 투자방식이 간편하다는 게 장점이다.

[글 명순영 기자 사진 픽사베이]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