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다투약’ 숨긴 채 가족엔 “기도할게요, 우리 같이”

채널A 화면 캡처

제주대병원에서 간호사가 실수로 약물을 과다 투약해 13개월 영아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수간호사는 의료사고라는 걸 알면서도 담당 의사와 가족에게 이 사실을 숨겼고, 가족에게 태연하게 “기도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전해져 공분을 사고 있다.

22일 채널A에 따르면 지난 3월 코로나19에 확진된 13개월 영아 유림이는 제주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이마에 해열시트를 붙이고 어머니 A씨 등에 업힌 채였다. 그런데 병원 도착 13시간 만에 아이는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알고 보니 간호사가 기준치의 50배에 달하는 치료 약물을 정맥주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담당 간호사와 수간호사가 응급조치 내내 이런 사실을 의사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머니 A씨는 인터뷰에서 “오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아이의 폐가 엄청 망가졌다고 한다. (의사가) 원인을 잘 모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아이의 상태가 갑자기 심각해지자 중환자실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수간호사는 “좀 진정하고 기다려 보세요”라며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기도할게요. 우리 같이”라고 말했다. 의료사고가 발생한 사실은 숨긴 채였다.

하지만 아이는 다음 날 오후 결국 숨졌다. 병원에 온 지 36시간 만이었다. 과다 투약 사실이 담당 의사에게 보고된 것은 투약 발생 사흘 뒤인 14일이었다. 사망한 아이 가족에게 이 같은 사실이 통지된 건 3주가 흐른 뒤였다.

수간호사는 아이 부모와의 통화에서 “너무 애(담당 간호사가) 죄책감에 빠지고 울고불고 해버리니까 저도 판단을 잘못해가지고 그냥 갑자기 저… 그렇게 됐습니다. 어머님”이라고 잘못을 뒤늦게 실토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 아동 부모가 “보고를 못했다는 말이냐”고 묻자 해당 수간호사는 “네”라고 답변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담당 간호사에게는 과실치사 혐의를, 수간호사에게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사고 이후 국회와 정부는 환자안전법 개정에 나섰다. 전담인력이 환자 안전만 전담하도록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고,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복지부가 수가를 차등지급하도록 후속 조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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