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나눔동행] 직장에선 구급대원 밖에선 ‘헌혈대원’ 박민승 소방관

헌혈 100회 달성한 박민승 소방관 [경남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거창=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잠깐 시간을 투자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이 뿌듯해 헌혈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좋은 습관을 만들고자 노력한 결과라고 볼 수 있겠네요.”

거창소방서 위천119안전센터에서 구급대원으로 근무 중인 박민승(32) 소방관은 최근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헌혈 명예장을 받고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대학 새내기였던 20살 첫 헌혈을 시작해 13년 동안 헌혈 100회를 달성한 데 대한 기념이었다.

무엇보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혈액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시기에 전해진 낭보라 의미가 남달랐다.

“경북 포항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 헌혈 버스를 우연히 보고 호기심에 헌혈하게 됐어요. ‘저게 뭘까’, ‘헌혈은 어떻게 하는 걸까’하는 궁금함이 컸죠.”

적십자사 헌혈 유공장 [경남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한동안 헌혈을 하지 않았으나 서울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헌혈을 재개했다.

대학 시절에는 헌혈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면 직장을 가지게 된 뒤에는 헌혈에서 오는 보람이 더 컸다.

작은 실천 한 번으로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때부터 많으면 2주에 한 번 꾸준히 헌혈하게 됐다.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전혈부터 혈소판만 채혈하는 혈소판 성분헌혈까지 모든 종류의 헌혈도 섭렵했다.

헌혈에 대한 동기부여가 꾸준히 된 것은 아니었다.

첫 직장으로 병원에 다니며 일에 대한 적응 문제로 힘든 시기도 있었으나 ‘일은 일이고, 헌혈은 헌혈’이라는 생각으로 헌혈을 이어갔다.

박민승 소방관 헌혈증서 [경남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이 힘들다는 핑계로 헌혈을 빼먹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잠깐 시간 내면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도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죠. 3교대 근무로 생활패턴이 들쑥날쑥하고 업무강도도 강했으나 헌혈만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어요.”

병원 직원이라 하더라도 박 소방관만큼 헌혈을 자주 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서울과 경남 거창 등지에서 몇 년간 간호사 생활을 하던 중 심경의 변화가 왔다.

고등학교 선생님 추천으로 관련 학과에 진학해 적성에 맞는 업무를 한다고 생각했으나 간호 기술을 살리면서 남들에게 보탬이 되는 다른 직업을 경험해보고 싶어졌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소방관 채용시험이었다. 이후 준비 기간을 거쳐 작년 새내기로 임용에 성공했다.

박 소방관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구급대원으로 일하다 보니 밖에서냐 안에서냐의 차이만 있을 뿐 환자를 돌본다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근무 중인 박민승 소방관 [경남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병원에서 하던 의료행위도 비슷하게 적용 가능해 환자 응급조치 등에 있어 남보다 조금 더 수월한 측면도 있었다.

무엇보다 3교대 근무로 밤낮이 자주 바뀌다가 어느 정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헌혈을 하는 것도 한결 더 편해졌다.

다만 근무지 근처에 헌혈의 집이 없어 현재는 한 달에 한 번꼴로 헌혈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박 소방관의 헌혈 의지를 꺾지 못했다.

가장 최근인 100회째는 전혈로 하고 2달 대기가 끝나면 101회째로 넘어갈 계획이다.

이제 헌혈이라면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은 경험과 지식이 쌓였을 법하지만, 그에게도 아직 이루지 못한 소원이 하나 있다.

세간에 골수 이식으로 알려진 조혈모세포 기증이 바로 그것이다.

박민승 소방관 [경남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언젠가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 등록 신청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러던 2020년 저랑 조직적합성항원이 일치할 수 있는 혈액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혈액을 채취해 가톨릭대학교에 보냈죠. 추가 검사 결과 맞지 않다는 통보를 받아 결국 불발된 기억이 있는데 아쉬움이 남아요.”

박 소방관은 ‘자기 밥값은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면서 힘이 닿는 데까지 헌혈을 계속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보통 60대 초반까지 헌혈을 할 수 있는데 힘이 닿는 때까지 계속하고 싶어요. 그때쯤 되면 100회를 훌쩍 뛰어넘어 몇백 회는 되어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지금보다 많이 늘어나 있을 테고 또 꼭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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