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또다시 돌아온 만우절.. 오늘도 누군가는 오보를 쓰고 있다?

4월2일자 국제면 오보 반복되다 최근엔 SNS 거짓말 인용에 오보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한겨레는 2001년 4월2일자 기사 <모택동 복제인간 만든다?>에서 “중국 베이징에 보존돼있는 모택동 전 주석의 주검에서 DNA를 채취해 복제인간을 만드는 ‘M부활작전’이 중국과 일본 양국 간에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일본 도쿄신문 보도를 인용했다. 도쿄신문이 만우절을 맞아 특집면에 실은 기사였는데, 한겨레는 특집면 기사가 모두 거짓이었던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겨레 도쿄 특파원은 4월10일 만우절 오보에 사과문을 올렸다.

중앙일보는 2008년 4월2일자 기사에서 “세계적인 모델 출신 카를라 브루니 프랑스 대통령 부인이 영국 정부의 위촉을 받아 영국 사람에게 패션과 음식을 가르치는 문화 대사로 나선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의 4월1일자 기사를 인용한 것이었는데, 역시 오보였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 이름은 ‘아브릴 드 푸아송'(Avril de Poisson)인데, 이는 만우절 거짓말을 뜻하는 프랑스어 ‘푸아송 다 브릴'(poisson d’avril)을 순서만 바꾼 것이었다.

▲게티이미지.

연합뉴스는 2008년 4월2일 스위스 국제방송을 인용해 <알프스 소녀 하이디, 파란만장했던 80년 회상> 기사를 냈다 전문을 취소했다. 연합뉴스는 “명작 동화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실존 모델 하이디 슈발러(92) 할머니가 스위스 루에탈이라는 마을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으며 인터뷰를 통해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일생을 회고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동화는 1880년 출판되었으며, 슈발러 할머니가 실존 모델이라면 1870년생이라 가정해도 138세였다. 당시 세계 최고령은 114세였다. 동화가 출판된 시기만 확인했어도 오보를 피할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 언론은 외신의 만우절 농담기사를 다음날 진지하게 받아쓰는 오보를 반복해왔다. 그 중 압권은 조선일보의 2009년 4월2일자 기사 <러 대통령 차에 미 대통령 차 기죽어>였다. 조선일보는 “G20 회담에서 미국 대통령이 야수라는 별명의 전용차를 타자, 러시아 대통령은 1일 무게가 16t이 넘는 전용차 베게모트(하마)를 런던에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며 이 차의 가격은 무려 6000만달러(약 700억)였으며 지붕은 12센티미터 두께의 티타늄 재질로 탱크와 충돌해도 끄떡없고 로켓 공격도 견딜 수 있었다.

▲조선일보 2009년 4월2일자.

조선일보는 “특히 이 차는 설계자들이 직접 탑승한 상태에서 외부에서 로켓 공격을 가해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보도했다. 사람이 타고 있는 차에 로켓을 발사했다는, 충격을 넘어 반인권적인 대목이었지만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의심이 부족했다. 결국 이 신문은 4월4일자에서 모스크바타임스의 만우절 기사를 인용했다며 사과해야만 했다.

최근의 만우절 오보는 SNS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눈에 띈다. 2017년 4월1일 한국계 미국인 로봇과학자 데니스 홍 UCLA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우주로 간다”고 밝혔다. “지난주 아마존 제프 베조스를 만나 비밀 미팅을 하고 비행기 조종 트레이닝을 받았다”며 베조스가 이끄는 우주 개발기업 블루 오리진의 민간 우주비행사 5명 중 1명으로 선정됐다는 것.

YTN을 시작으로 여러 매체가 데니스 홍의 SNS를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만우절 거짓말이었다. 이날 홍 교수는 자신과 동행할 나머지 우주비행사들 이름을 적어놨는데, 언론이 이를 제대로 보고 의심하지 않았다. 그들의 이름은 ‘Chum Taboa'(첨타봐), ‘Wooju Ghanda'(우주간다), ‘Jim Jackhaji'(짐작하지) 등이었다.

2020년 4월1일에는 동방신기 멤버였던 연예인 김재중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혀 많은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지만 만우절 거짓말이었다. 김씨는 이날 논란이 확산되자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우절 농담으로 상당히 지나치긴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셨다”면서 “모든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적었다. 이후 김씨를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언론은 다시 김씨를 비판하는 기사를 써야 했다.

또다시 돌아온 만우절. 오늘도 누군가는 오보를 쓰고 있을지 모른다. 2017년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는 매년 4월2일을 ‘팩트 체킹의 날’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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