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박순애에 덴 교육부.. ‘교수 말고 차라리 정치인’ 목소리

박순애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만 5세 입학’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른 교육부 안팎에서 ‘교수 출신 교육 수장으로는 위기 돌파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도 낙마한 박순애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학제 개편안에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 교육부 간부들에게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해 ‘댓글 작업’까지 하도록 지시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교육계에서는 정치적·정무적 능력이 있고, 시·도교육감 및 대학 총장들과 원만히 소통할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인사가 선임돼야 현 정부 교육개혁 동력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박 전 부총리는 지난 4일 실장·국장·과장급이 참석한 확대 간부회의에서 ‘만 5세 입학’ 학제 개편안에 대해 학부모 상대 홍보전이 필요하다며 댓글 활동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는 간부들에게 학부모들이 많은 맘카페에 접속해 정책 설명 댓글을 쓰도록 지시하고, 글을 단 이행 실적을 요약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보고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교육부 간부들은 해당 지시를 거부했다고 한다. 학부모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자칫 역풍을 부를 수 있고, 여론 선동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교육부 내부 반발이 이어지자 결국 박 전 부총리는 지시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천홍 교육부 대변인은 “(박 전 부총리가 맘카페 댓글을 지시했던) 간부 회의는 비공개 회의여서 회의 내용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전직 교육부 간부는 “교육 현장의 ‘ABC’도 모르는 지시이자, 공직자들에게 여론 조작을 요구했다고도 볼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자칫 교육 행정 전체가 수렁에 빠질 뻔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제 개편안 후유증에 시달리는 중이다. 특히 학부모·교사의 신뢰를 잃으면서 어떤 정책을 내놓더라도 현장 수용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더구나 교육 분야 국정과제 중에는 교육부 장관이 밀어붙인다 해도 돌파가 쉽지 않은 난제들이 수두룩하다. 초·중등학교 예산으로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떼내어 대학으로 지원하는 정책의 경우 시·도교육감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해 있고, 국회 설득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등 첨단 인재 양성이나 유보통합, 고교체제·대입 개편 문제 등도 마찬가지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지금은 교육의 어느 한 분야에 천착한 전문가보다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원만하게 풀어갈 정치력을 갖춘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많은 교육부 공직자들도 교수나 학자보다는 차라리 무게감 있는 정치인이 (부총리로) 오는 게 나을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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