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요양원 입소자 동의로 사업 강행 말 되나”..세종 쓰레기 소각장 추진에 주민 반발

세종시 전동면 주민들이 지난달 6일 전동면 아람달 동림권역체험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친환경종합타운(폐기물처리시설) 조성 사업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말 많고 탈 많은 쓰레기 소각장 설치를 요양원 입소자 동의만 받고 강행한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지난달 28일 세종시 전동면 송성3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마을에서 1㎞가량 떨어진 곳에 들어설 예정인 ‘쓰레기 소각장’ 이야기를 하며 울분을 쏟아냈다. 세종시는 송성3리에 하루 400톤의 생활쓰레기와 80톤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친환경종합타운(폐기물처리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세종시 인구가 증가하면서 생활폐기물 배출량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99톤이었던 폐기물 배출량은 2020년 187톤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시 당국에 대한 불신도 주민들의 반발 강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세종시는 최신형 소각시설인 만큼 환경·건강 피해가 없다고 강조하지만, 주민들은 못 믿겠다는 반응이다. 송성3리 주민 임헌주(78)씨는 “다이옥신 같은 발암물질은 없다고 하는데, 하루에만 수백대의 트럭이 오가며 발생하는 먼지와 소음, 악취는 어떻게 할 거냐. 우리를 바보로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8일 세종시 전동면 송성3리 마을회관에서 주민 임헌주(가운데)씨가 마을 인근에 들어설 예정인 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주민들은 사업 추진에 대해 동의를 묻는 방식도 잘못됐다고 했다. 시설의 직간접적 영향권에 있는 주민 가운데 극히 일부로부터만 동의를 구한 뒤 사업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세종시는 ‘신청 부지 300m 안에 거주하는 세대주 80%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요건을 정해 2020년 12월22일부터 두달간 폐기물처리시설 후보지를 공개모집했다. 그런데 송성3리에 있는 콘크리트 공장 대표가 공모에 응하면서 시설 예정지의 반경 300m 안에 있는 요양원 입소자 16명과 공장 1곳을 대상으로 동의서를 작성했다. 서류는 응모자인 콘크리트 사업자 대신 요양원 대표가 입소자에게 동의 서명을 받았고, 동의서는 이름·생년월일·주소 등을 적고 서명을 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 세종시도 동의자의 주민등록증 사본이나 주민등록등본 제출 등을 요구하지 않았고, 전화를 통한 본인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송성3리 전 이장 김구래(81)씨는 “지난해 1월 콘크리트 업체 대표가 마을 대표들을 찾아와 폐기물처리시설 후보지로 신청하겠다고 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반경 300m를 벗어난 곳에 산다는 이유로 원주민 의견은 무시된 채 요양원 입소자 동의만 받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동면과 연서면 주민 등으로 구성된 ‘북부권 쓰레기 소각장 반대대책위’는 지난 3월22일 폐기물처리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시 관계자와 콘크리트 업체 대표, 요양원 대표 등을 주민등록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서 쓰레기 소각시설의 간접 영향권을 300m 이내로 정하고 있고, 이를 준용해 동의 대상 기준을 정했다. 요양원 입소자라도 주민등록법상 그곳에 등록돼 있으면 거주하는 주민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의자가 실제 그곳에 거주하는지는 확인했지만, 본인 서명이 맞는지는 동의서에 전화번호가 적혀 있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이 사업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작성해 공람을 마친 상태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지난 2월17일과 지난달 6일 주민설명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모두 무산됐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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