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하루 손님 2명뿐” 군 병력 감소에 코로나까지.. 양구 지역경제 시름

12일 오후 12시 한산한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중앙시장 앞 상권 모습./김태호 기자

12일 정오쯤 점심 시간이 한창인 때였지만 강원도 양구군 상리 시내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양구시외버스터미널과 중앙시장을 축으로 양구군에서 상권이 발달한 곳인데도 적막감만 감돌았다. ‘접경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시내에 군복을 입은 이가 다섯도 되지 않았다. 저녁 장사 사정은 더 나빠 오후부터는 아예 ‘유령거리’가 되기도 한다. 지난 2019년 병사 외박지역(위수지역) 제한 해제를 시작으로 침체되기 시작한 양구 지역 경기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침몰’ 수준이라는 것이 지역 상인들의 평가다.

기자가 만난 양구 지역 상인들은 한숨이 끊이질 않았다. 2019년 병사 외박지역(위수지역) 제한 해제를 시작으로 육군 제2보병사단(2사단) 해체와 코로나19 대규모 유행이 연이어 양구 지역경제를 덮치면서 이곳 상권이 침체됐다.

12일 오후 12시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폐업한 군장점./김태호 기자

양구 상인들은 2019년 2월부터 시행된 병사 외박지역 제한 해제가 경기침체의 신호탄이었다고 말했다. 32년 동안 양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이모(53)씨는 “외박지역 제한이 해제되자 양구에 주둔한 병사들이 양구에서 외박을 즐기기보다 가까운 춘천이나 멀게는 서울까지 나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외박지역 제한 해제를 비롯해 여러 좋지 않은 상황이 겹쳤다. 2019년과 비교하면 식당 10곳 중 2곳이 문을 닫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구 상권에 본격적인 위기를 안긴 것은 ‘2사단 해체’다. 강원도 인제, 양구에 걸쳐 주둔했던 2사단은 국방개혁 2.0 계획에 따라 지난 2019년 12월 사단이 해체되고 재편됐다. 2사단 일부 인원은 201특공여단과 203특공여단에 배속됐다. 접경지 특성상 군에 기대는 경제 의존도가 높기에 2사단 해체는 양구 지역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육군 3군단이 2019년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양구 지역에 군이 기여하는 경제 규모는 607억원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인들도 2사단 해체 이후 지역경기 침체가 피부로 느껴졌다고 입을 모았다. 양구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서 군장점을 운영하는 A(68)씨는 “2사단 해체 전인 2019년과 지금 매출을 비교하면 60% 가까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A씨는 “2사단 해체 이전엔 양구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만 군장점이 7곳 있었는데 현재는 2곳이 문을 닫아 5곳만 남았다”고 전했다.

이발소를 운영하는 안수원(75)씨도 “군인 간부가 사라지면 가족도 같이 사라진다. 2사단 해체 이후 양구 인구가 줄었다”며 “2사단 있었을 때 하루 10만원 벌었는데 오늘은 하루 손님 2명 받아서 2만원만 벌었다. 요새 이렇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양구 인구는 2019년 2만2764명에서 2022년 3월 2만1701명으로 3년 사이 1000여명이 줄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양구 상인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병사들의 외박이 제한되거나 축소되면서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 안씨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장사 잘되던 곳들도 장사를 많이 접었다. 2사단 해체 직후 코로나19 유행까지 겹치면서 식당, 숙박업소 등 모두가 힘들다. 임대료도 못 내는 상인도 더러 있을 정도로 상인들이 생계유지하기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상권이 침체하면서 폐업으로 점포가 비고 새 주인을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양구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영길(54)씨는 “장사가 안되어 임차인이 1년도 안 되어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도 “주인을 찾지 못해 빈 점포도 많다”고 설명했다. 양구군민들이 토지 및 건물 매매·임대 거래를 위해 이용한다는 양구군청 홈페이지 ‘전세/월세/임대/매매’ 게시판을 살펴보니 지난 3월 한 달에만 상가 매매·임대를 내놓은 게시글이 30개에 달했다. 한 유명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양도인를 구하지 못해 게시판에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양도인을 구한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한 미용실은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양도를 원하고 있지만 약 73제곱미터(약 22평) 점포 권리금을 2000만원에서 1300만원으로 내리면서도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양구군청 홈페이지 ‘전세/월세/임대/매매’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양구군청 홈페이지 캡쳐

양구군은 지역 내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펼치며 상권 부흥에 힘쓰고 있다. 양구군청 관계자는 “양구군에서 예비 창업자의 점포 시설 개선 비용 최대 1000만원을, 3년 이상 소상공인 점포 리모델링 비용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군청 관계자는 “신용이 낮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대 금리 4% 기준에서 대출 이자를 최대 60%까지 지원하는 정책도 시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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