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현직 검사 “검찰 개판 만든 분들 모여 ‘개혁’ 운운.. 당혹스럽다”

2020년 9월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당시 부장검사가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11일 수도권 지역 검사장 위주로 검사장 회의를 열겠다는 것에 대해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가 “중립성 논란으로 부끄러움을 검찰 구성원들 몫으로 만든 분들이 모두 모이는 ‘어벤져스급 빅매치’ 아니냐”고 10일 비판했다.

이 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지난 8일 열린 전국 고검장 회의와 오는 11일 열릴 전국 검사장 회의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고검장 회의 결과 중 4번 ‘검찰개혁 논의가 반복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검찰 스스로 겸허히 되돌아보고,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의 실효적 확보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여 시행하기로 했음’이라는 부분이 눈에 띈다”며 “(고검장 회의에) 모이신 분들이 과거 숭고한 가치인 ‘검찰개혁’ 간판을 걸고 무슨 일을 벌여오셨는지, 그로 인해 검찰이 어떤 구렁텅이에 빠져 있는지를 지켜봤기 때문에 불안감이 엄습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추진되는 ‘검찰개혁’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를 그냥 증발시키고,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복붙’해 법원으로 넘기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한다”며 “그런데 그걸 보고 ‘검찰개혁, 수사의 공정성, 중립성, 신속한 방안 마련’을 운운하시다니 낯선 느낌”이라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고검장 회의에) 참석한 분들은 본인들께서 직접 지난 수년간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하며 현재의 개판인 상황을 초래하신 장본인들이자 최근 검찰의 수사의 중립성·공정성 논란을 야기한 대부분 사건에 관여하신 분들”이라며 “본인들의 과거는 까맣게 잊은 채, 앞으로 가열차게 검찰개혁을 추진해나가자고 선언하시는 의기양양함을 보니, 기억 상실을 다룬 영화 ‘메멘토’의 한 장면으로 들어간 착각이 들 지경이었다”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고검장 회의에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수년간 파묻히는데 선도적 역할을 하신 전임 동부지검장께서도 참석하셨다”며 “검찰의 공정성·중립성 확보 방안을 마련한다는데, 본인이 이리저리 사건을 말아먹었으니 앞으로 요리조리하면 말아먹지 못하게 할 수 있겠다고 경험에 기초한 방안이라도 강구하셨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은 오는 11일 오전 10시 수도권 지역 검사장들 위주로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고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입장을 논의할 예정이다.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지방 검사장들은 화상의로만 회의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 부장검사는 “다른 분들도 아니고 수도권 검사장 위주로 모이신다고 하니 고검장 회의에 이어 ‘메멘토2′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며 “최근 중립성 논란과 무능력 논란으로 부끄러움을 검찰 구성원들 몫으로 만든 수도권 지역 검사장들이 모두 모이는 어벤져스급 빅매치 성사”라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일제시대 조선인으로 태어나 창씨개명해 권세와 부를 축적한 ‘나까무라’는 해방을 맞아 미군정 치하에서 이름을 ‘스미스’로 바꾼다”며 “나까무라 스미스는 이후 미군정의 가이드 역할을 하며 일제의 무기와 재산으로 그 나라를 지배하며 대를 이어 떵떵거리고 산다는 대안 역사 판타지가 떠오르는 건 저만의 착각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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