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황금연휴 해외로.. 봇물 터진 ‘보복여행’

지난 1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의 태국 방콕행 항공편 카운터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회사원 A(36)씨는 최근 여행 계획을 세우다가 깜짝 놀랐다. 현충일 연휴가 시작되는 4일 출발하는 태국 방콕행 항공권을 알아봤는데, 지난달에 이미 대부분 매진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해외여행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베트남 다낭으로 목적지를 바꾼 A씨는 “상대적으로 덜 붐빌 때 일찍 여름 휴가를 다녀오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3년 만에 떠나는 해외여행이라 목적지와 상관없이 벌써부터 설렌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는 이른바 ‘보복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고 해외여행객에 대해 자가격리 등 방역 지침이 완화되면서 3년 가까이 중단됐던 해외 여행객이 늘고 있는 것이다. 1일 지방선거부터 6일 현충일까지 최장 6일간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 기간에 이른 휴가를 다녀오려는 수요까지 겹쳐 여름 성수기를 방불케하고 있다.

현충일 연휴를 이틀 앞둔 2일 인천국제공항은 벌써부터 해외여행을 떠나는 인파로 북적였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공항 이용객은 3만6773명(예측치)으로, 이 중 절반이 넘는 1만9886명이 출발객이다. 지난달 하루 평균 이용객 3만313명보다 6000명 이상 많은 수치다. 연휴 첫날인 5일에는 이용객이 4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뒤인 2020년 6월 일평균 이용객 6084명, 지난해 6월 8168명에 비하면 5배 가까이 늘었다.

출입국 절차가 줄어들면서 자가격리 부담이 사라진 것도 해외여행객 증가에 기여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23일부터 입국 시 24시간 이내 시행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음성확인서도 제출할 수 있게 했다. 기존에는 48시간 내 시행한 PCR(유전자증폭) 검사 음성확인서만 인정했다. PCR 검사는 비용이 10만원을 넘는 데다 결과 확인에 하루 이상 걸리는 반면, 신속항원검사는 1만∼3만원 수준에 1시간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빠르고 편리하다.

입국 후 절차도 간소화됐다. 기존에는 입국 1일차에 PCR 검사를 받아야 했지만 이달부터는 입국 3일 이내로 기한이 조정됐다. 입국 6∼7일차에 필수적으로 받아야 했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는 자가검사키트를 권고하는 수준으로 바뀌었다.

최근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들이 방역 지침을 완화한 것도 여름 휴가를 해외에서 즐기고 싶은 이들의 여행 욕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여행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베트남, 태국으로 떠나려는 이들이 입국 절차에 관해 묻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복 여행’ 조짐에 관련 업계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한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는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 국가가 지난달 입국 절차를 완화한 뒤로 주 2회 수준으로 노선을 운영하는 중”이라며 “성수기인 7∼8월보다 이른 시점에 수요가 대폭 늘어나 노선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중에는 대표적인 해외여행 코스인 일본도 열리게 돼 당분간 보복 여행에 나서는 이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10일부터 여행사 단체 여행 참가자에 한해 관광 목적 입국을 허용한다. 올해 들어 엔화 환율이 4년 만에 1000원 밑으로 떨어지는 등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서 일본 여행 수요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여행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백준무·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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