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 ‘尹수사처’ 오명, 공수처 운명은?..김진욱 거취 표명 주목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있다.(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윤 당선자를 겨냥해 집중적으로 수사를 벌였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당선자는 사법공약 가운데 하나로 공수처 정상화 및 조건부 폐지를 내걸고 있다. 출범 이래 이렇다 할 성과 없이 국민적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공수처가 서둘러 존재 가치를 증명해 내지 못하면 전면 폐지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새 정부 출범 후 김진욱 공수처장의 거취 표명 여부도 주목된다.

문재인 정권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꼽히는 공수처는 출범 1년이 지나도록 기소를 한 건도 못해 수사력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면서도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한 윤 당선자에 대해서는 총 4건의 고발 사건을 입건해 야권으로부터 “야당 대선 후보만 표적 수사하는 ‘윤석열 수사처’로 간판을 바꾸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윤 당선자 관련 의혹 중 본류인 ‘고발사주’ 의혹은 수사 가능한 인력이 총동원됐지만 여전히 고발장 작성 주체도 파악하지 못했고,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수사 방해’ 의혹은 지난달 증거불충분에 의한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해 빈손으로 끝났다. 헌법 제84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 외에는 재직 중에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 윤 당선자에 대한 수사는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전면 중단이 불가피해 보인다.

수사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손준성 검사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추가 조사도 없이 3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해 방어권 침해 논란을 빚었다. 압수수색을 실시할 때마다 ‘보복수사’ 및 ‘표적수사’ 의혹이 잇따랐고, 언론인·정치인을 겨냥한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는 ‘인권친화수사’를 표방한 공수처에 큰 흠집을 남겼다.

윤석열 제 20대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 인사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윤 당선자는 지난달 사법개혁 공약을 발표하면서 “부패사건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 독점적 지위를 규정하는 독소조항을 폐지해 무능하고 편향적인 공수처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에서 사건 이첩을 요청하면 타 수사기관이 응하도록 하는 ‘공수처법 24조’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공수처법 24조 때문에 공수처가 검경 내사·수사 첩보를 이관받아 깔고 뭉개면 권력 비리에 대한 국가의 사정 역량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며 “공수처 제도에 대한 국민의 회의감이 계속된다면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공수처 전면 폐지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실제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몇몇 공수처법 개정안에도 이런 취지가 반영돼 있다. 지난해 6월 박형수 의원은 다른 수사기관에 인지 범죄 통보 의무를 부여한 24조 2항을 대폭 수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도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미 이첩했다면 재이첩을 요청할 수 없도록 했고, 이첩 시 조건을 붙일 수도 없도록한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 초반에 공수처의 고강도 개혁 및 전면 폐지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공수처법 개정은 국회 과반수인 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여당은 공수처를 검찰개혁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으며 검찰권력 견제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의석수가 변하려면 오는 2024년 열리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러야 한다.

부장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공수처가 제 역할을 잘하는 데 손을 댄다면 자칫 정치보복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지금 공수처는 근본적인 실력이 문제로 떠올랐다”며 “25명에 불과한 공수처 검사들이 다른 사건 수사에 착수한다고 해도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진단했다.

임 변호사는 이어 “당장 법 개정이 어려운 만큼 공수처는 형식상 검찰에 수사권을 넘기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검찰이 수사하도록 사건을 반납하는 형태로 운영될 수도 있다”며 “김진욱 공수처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거취 표명을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부장검사 출신 박인환 변호사는 “무리한 공수처 설립으로 수사기관 간 관할 문제만 혼잡해지고, 혈세를 낭비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공수처가 서둘러 존재 가치를 증명해 여론을 뒤집지 못하면 다수당인 민주당도 폐지에 무조건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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