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그리고 삶과의 싸움에서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인식과 기억뿐이었다.” (알베르 카뮈,『페스트』)
한 도시를 휩쓴 역병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혹자는 기원 전후에 빗대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구분하기도 한다. 2년여 만의 거리두기 해제는 아직 어색하다. AC의 세상은 그 이전과 달라졌을까.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어떤 ‘인식과 기억’을 남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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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 성격이 바뀌었다
“제 MBTI(성격유형 검사)가 ‘E(외향)’에서 ‘I(내향)’로 바뀐 것 같아요.”
학창 시절 내내 ‘인싸(인사이더)’로 불렸다는 직장인 정모(27)씨의 고백이다. 그는 이제 더는 ‘인싸의 삶’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코로나19가 그에게 깨달음을 줬다면서다. “사회적이지 않은 삶도 좋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3년 차 직장인인 그는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금 ‘포비아(공포증)’에 가까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털어놨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회식이 속속 잡히고 있거든요. 전 전처럼은 못살 거 같아요.”
코로나19는 정씨에게 ‘애쓰지 않아도 인간관계가 가능하다’는 새로운 인식을 안겨줬다. 정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직장인 박모(27·여)씨는 “쓸데없는 만남이 사라지니 삶이 쾌적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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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을 택하는 인간, ‘호모 코로나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