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국회 공백 일주일째..역대급 지각 국회 오명 쓰나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7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5일로 국회 공백 사태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0시를 기해 21대 전반기 국회가 종료된 뒤 후반기 원 구성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법제사법위원장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상은 진척이 없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지방선거 패배로 당 내홍에 휩싸인 것도 국회 정상화의 변수가 되고 있다. 인사청문회 실시와 민생법안 처리도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원 구성 협상에서 아직 진척이 없다”며 “언제 논의를 할지에 대해서도 전혀 계획된 게 없다”고 전했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지난달 29일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논의를 위해 만난 이후 원 구성 협상은 멈춘 상태다. 민주당은 당시 국회의장단 선출안을 우선 본회의에 상정하자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며 거부했다.

원 구성이 중단되면서 당장 인사청문회 실시가 불투명해 지고 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 제출돼 있다. 김창기 후보자의 경우 지난달 16일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돼 국회법상 지난 4일 청문 기한이 도래했지만 청문회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박순애 후보자 역시 국회가 오는 18일까지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국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 기한까지 청문회를 실시한 후 청문보고서를 보내지 않으면 윤석열 대통령은 언제든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장관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2008년 8월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되자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장관 3명을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한 적이 있다.

법안 처리도 지연되고 있다. 이날 기준 국회에 계류된 법안만 1만691개다. 이 중에는 간호사 업무범위·처우개선 등을 담은 간호법 제정안이 포함돼 있다. 이 제정안은 보건복지위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 상정되지 않고 있다.

국회 정상화의 관건은 민주당이 얼마나 빨리 재정비를 완료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했고, 그 전까지 여야 협상 당사자인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겼다. 당 노선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원내지도부가 여당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여지는 작다. 당내에서도 여야 최대 쟁점인 법사위원장직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분출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상임위 위에 군림하는 법사위, 이건 없애야 된다. 이걸 없애면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도 된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법사위원장 탐하는 것은 소탐대실”이라며 “법사위원장을 쥐면 국회 입법 독주(毒酒)를 민주당이 마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연일 민주당 압박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지난 5년 민주당은 위기가 올 때마다 극단주의자들에 의지했다. 검수완박 역시 ‘처럼회’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이 주도했다”며 “극단주의 악순환이 쌓이고 쌓인 결과가 최근 세 번의 선거에서 직면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밝혔다.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 원 구성은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구성한 2020년 6월29일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31일이 걸렸다. 여야가 합의해 국민의힘 소속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을 선출한 2021년 8월31일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459일이 걸렸다. 1988년 13대 국회 이후 20대 국회까지 역대 원 구성에 소요된 기간은 평균 41.4일이다. 후반기 국회 원 구성만으로 좁히면 평균 35.3일이 소요됐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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