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한중수교30년]”중국, 한국은 안중에도 없다”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진단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이지은 기자] “중국, 한국은 안중에도 없다. 그들이 생각하는 자신들의 상대는 미국이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사진)는 한중수교 30주년에 즈음해 한국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을 이같이 정의했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김현민 기자 kimhyun81@

중국은 경제, 안보 등의 분야에서 한국에 전혀 위기감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상대적인 경쟁력이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다. 안보 분야에서도 북한 핵무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놓고 우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는 낙관할 수 없을 정도로 도전 요인이 많아졌다. 미래 30년을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커졌다.

윤 교수는 그 해법으로 ‘주권평등’ ‘상호존중’ ‘호혜원칙’ 등 3대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평등한 관계를 중국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치 구조적으로 양국 사이가 좋을 수 없는 환경인데도 한중 관계가 몇 년 전까지 나름 괜찮았던 것은 경제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도 옛말이다. 중국과의 격차가 줄고 있다.

△중국은 한국 정도는 안중에도 없다. 그들이 생각하는 자신들의 상대는 미국이다. 미국과 경쟁하고 어떻게 추월할 수 있을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기술 측면에서도 ‘중국제조 2025’를 내세우고 10대 핵심 산업에서 세계적인 기술 수준을 확보하겠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별로 큰 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반면 우리는 각 산업 분야에서 상대적인 경쟁력이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산업 전략으로 어떻게 나가야 될 것이냐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중국이 우리 산업 전반을 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초격차를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닌가.

△아주 많이 부족하다. 안일했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국은 어떻게 하면 중국과의 각 분야에서 격차를 벌리고 중국이 따라잡기 힘든 분야를 개척할 것인가 하는 노력이 강하지 않았다.

초격차를 위해선 기업들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에 좋은 여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한국은 규제가 심해 기업들의 기술력 축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노동 문제도 걸림돌이다.

대기업 입장에서 미국을 비롯해 다른 국가들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 칩4(Chip4·한국 미국 일본 대만) 가입을 둘러싸고 한중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신냉전으로 까지 불리는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감도 있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미국이 제안한 칩4 동맹은 어떤 윤곽을 잡아 놓은 게 아니다. 4개 국가가 모여서 논의를 하고 협력을 해 나가자는 정도고, 중국을 대상으로 무엇을 하자고 하는 단계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고려해야 된다고 본다. 득실을 계산해보면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차세대 반도체 기술인 ‘양자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의 공급망도 참여해야 한다.

또 그 분야에서 표준이나 기술 자산도 이어받아 우리 반도체가 차세대 산업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놔야 한다. 중국이 우리 반도체 수입을 줄인다면 상당한 타격이 오겠지만 한국은 대체보완 협력지역을 찾아나가면서 그쪽으로 수출을 늘리면서 손실을 보충하려고 하는 노력을 해야 될 것이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김현민 기자 kimhyun81@

-그렇다면 현재 한중 관계를 위기 상황으로 볼 수 있지 않나.

△사드 배치에 대한 2016년 중국의 경제제재 시행과 그로 인한 양국 관계 악화가 가장 큰 위기였다. 양국의 정치적 관계뿐만 아니라 국민의 대중 인식도 크게 악화됐다.

현재는 위기 상황이라기보다 중국의 경제 제재로 인한 위기로부터의 회복 국면이라고 본다. 그러나 앞으로도 위기 재발 가능성이 상존하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향후 30년, 한중수교 60주년을 맞았을 때 가장 중요한 외교적인 사안은 무엇일까.

△앞으로 30년간의 미래를 예측하기란 대단히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를 해서 추정해 본다면 아마도 북한 변수로 인한 한중 관계의 변화 가능성일 것이다.

북한이 앞으로 30년 동안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점진적이든 급진적이든 북한은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이고 그 변화의 원동력은 아마도 북한 내부의 시장화로 인한 경제·사회적 변화가 될 것이다.

-북핵 문제가 앞으로 한중 관계에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로 들린다.

△기본적으로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선 외교와 관련한 중국의 태도가 바뀌어야 된다. 그간 중국은 북한을 감쌌고, 식량과 에너지 등 경제적 지원을 해 왔다.

중국과 북한 간의 어떤 전통적인 특수한 관계라는 것을 고려할 때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이 핵 개발을 하고 나섰을 때 중국이 취했던 태도다.

중국은 북한을 한국 및 미국과의 대치 상황에서 일종의 완충지대로 간주하고, 그 완충지대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북한 체제를 지원하는 것을 1차적 우선순위로 뒀다. 비핵화는 그다음 순위로 둔 게 문제가 됐다고 본다.

국제 무대에서 서방 국가들과, 특히 미국과 힘을 합쳐서 북한을 설득하고 압박하는 데 전념했어야 하는데 중국은 그러지 않았다. 2000년대 6자 회담을 중국 주도로 하긴 했지만, 북한을 설득하고 압박하는 것이 아니고 다리만 놔주는 역할에 그쳤다.

중국이 미·중 경쟁의 맥락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분리시켜 적극적으로 비핵화에 임해야만 북핵 문제가 풀릴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100일을 맞았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서 대(對)중국 전략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이에 대한 평가는.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 정도밖에 안 된 상황이어서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기본적으로 한중 관계의 재설정, 상호간에 주권을 존중하고 호혜에 기반하고 평등한 조건 속에서의 관계 성숙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그런 방향으로 재설정하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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