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양요섭 그저 ‘좋은 가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양요섭이 솔로 정규앨범 ‘초콜릿 박스’로 돌아왔다. 제공|어라운드어스 엔터테인먼트
달콤한 ‘초콜릿 박스’를 들고 돌아온 양요섭이 그룹 하이라이트 메인 보컬을 넘어, 솔로 가수로서 자신의 이름을 굳게 새겼다.

양요섭은 지난달 첫번째 솔로 정규앨범 ‘초콜릿 박스(Chocolate Box)’를 발표했다. 솔로 앨범 발표는 ‘군백기’ 전 내놓은 디지털 싱글 ’20 Full Moons’ 이후 약 2년 8개월 만. 정규 앨범으로는 솔로 데뷔 이후 무려 9년 만이다.

“싱글이든 정규든 앨범을 발매하고 새로운 노래를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일은 언제나 떨리고, 두근거리고, 긴장되는 것 같다. 만약 솔로를 내게 된다면 이번엔 꼭 정규를 내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회사랑 얘기하고 그냥 자연스럽게 정규를 준비하게 됐다. 제대하기 전부터 조금씩 준비했던 거라 준비 과정에서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된 것 같다.”

올 상반기 멤버 전원 군백기를 마치고 하이라이트로서 건재함을 과시한 뒤 선보인 솔로 앨범인 만큼, 양요섭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담담한 듯 벅찬 소회를 건넸다.

‘초콜릿 박스’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에서 착안한 앨범명처럼 다양한 장르의 좋은 음악 12곡을 담은 앨범이다. 양요섭이 솔로 데뷔 9년여 만에 선보인 첫 정규앨범답게 높은 완성도와 폭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초콜릿 박스에서 꺼내는 초콜릿이 어떤 맛일지 모르듯이, 음? 양요섭이 이런 음악도 한다고?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솔로 앨범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아티스트와 듀엣곡도 넣었고, 타이틀곡은 엄청 다크한 느낌으로 콘셉트를 잡았고, 자작곡 작업도 많이 했고, 또 전에 선보이지 않았던 장르의 곡도 수록해봤다.”

앨범 전체적인 느낌 역시 앨범명 그대로 “초콜릿 박스 느낌”이라 소개한 그는 “앨범 버전처럼 다양한 곡을 수록했다. 내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이 플레이 리스트에 처음부터 끝까지 쭉 넣고 들었을 때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각각의 곡들이 각각 다른 맛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으로 열심히 작업했다”고 밝혔다.

미디엄 R&B 장르의 타이틀곡 ‘브레인(BRAIN)’은 트렌디한 멜로디와 중독적인 후렴구, 무엇보다 양요섭만의 가슴을 파고드는 보컬이 인상적인 트랙이다. 하이라이트 때부터 호흡을 맞춰 온 작곡가 KZ의 곡으로, 기억에 대한 주제를 은유적이고 감각적으로 표현해 호평 받고 있다.

곡에 대해 양요섭은 “작업하시는 중간중간 제 생각이나 느낌도 많이 물어보고 반영해 주셔서 마음에 드는 타이틀곡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안무도 노래와 어울리게 나와서 무대 보는 재미도 주는 곡이라 생각한다”고 눈을 반짝였다.

다만 그는 “사실 템포가 빠르고 휘몰아치는 느낌의 노래라서 처음에는 라이브로 노래를 하면서 안무까지 소화하기가 버겁더라. 그래서 안무할 때 호흡을 몸에 익히려고 계속 줄넘기를 하면서 라이브 연습을 했다”고 남모를 고충을 털어놨다.


양요섭은 ‘초콜릿 박스’에 다양한 컬러의 음악을 대거 수록했다. 제공|어라운드어스 엔터테인먼트
‘초콜릿 박스’는 초동(집계 기간 9월 23~29일) 음반 판매량이 4만 장을 돌파하는가 하면, ‘브레인’을 비롯한 수록곡 전 곡이 앨범 발매 직후 음원 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다. 타이틀곡 뮤직비디오 역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이번 앨범은 양요섭의 존재감을 분명히 보여준 결과물이다.

타이틀곡 외 수록곡도 똑같은 애정을 담아 작업한 만큼, 후기도 남달랐다. 특히 양요섭은 ‘초콜릿 박스’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래퍼 pH-1와 초등학교 시절부터의 인연을 드러내며 특별한 소회를 전했다.

“많이 바쁜 걸 알아서 조심스레 피처링 의사를 물어봤는데, 정말 단 한번에 흔쾌히 해주겠다고, 좋다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준원이(pH-1)와는 초등학교 특별활동부 사물놀이반에서 내가 상꽹과리, 준원이가 상장구를 맡아서 그때 당시 꽤 친해졌는데, 이렇게 연예계에서 만나게 되어 처음엔 정말 놀랐다. 군대 가기 전에 제가 진행했던 라디오에 준원이를 초대하기도 했고. 정말 착하고 고마운 친구다. 그리고 뭔가 두 어린 꼬맹이가 아티스트로서 인연을 맺다니 더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준원이가 피처링 해줘서 곡의 느낌이 200% 살아났다.”

또 다른 수록곡 ‘드라이 플라워’는 양요섭의 자작곡으로 회사와 진행한 선곡 회의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곡이다. 그는 “집청소를 참 좋아하는데, 어느 날 청소를 하다가 보니까 제가 받아서 말려 두었던 꽃다발이 가루처럼 바닥에 떨어져 있더라. 정말 예쁘고 소중했던 꽃이 그렇게 바닥에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뭔가 사랑이 끝나고 이별을 직감한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라서 곡을 만들게 됐다”고 곡의 영감을 받았을 당시를 떠올렸다.

‘꽃샘’ 역시 양요섭의 경험에서 영감을 받은 곡. 그는 “군복무 시절에 광화문에서 근무를 자주 섰다. 정말 추운 겨울에 온 몸을 덜덜 떨면서 근무를 서고 있자면 온갖 생각이 다 떠올랐고, 힘들었다. 연예인으로서, 아티스트로서 나는 이제 어떤 행보를 걸어야 할까, 대중들은 나를 잊은 게 아닐까, 두렵고 조급했던 그때의 마음을 담은 곡”이라 설명했다.

하이라이트 앨범 작업과 솔로 앨범 작업의 차이도 들려줬다. 그는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라 솔직하게 답하며 “아무래도 솔로 앨범은 제가 혼자서 책임져야 하는 결과물이니까 좀 더 책임감을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이점은, 곡을 고를 때 많이 느끼는 부분인데, 단체 때는 이 곡이 멤버 전원의 목소리에 잘 어울리는지를 제일 먼저 고민한다면, 솔로 앨범 작업때는 이 곡을 통해 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하이라이트 멤버들이 보내준 응원은 그야말로 천군만마였다고. 멤버들의 응원과 반응에 대한 질문에 빙긋 미소지은 양요섭은 “(윤)두준이 (이)기광이는 회사랑 선곡 회의를 하고 있을 때부터 내 자작곡이라든가 타이틀곡을 미리 듣고 좋아해줬고, 특히 두준이는 개인 브이앱 같은 데서도 내 타이틀곡에 대한 감상을 미리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손)동운이도 타이틀곡 마스터링 다 된 버전으로 듣고 잘 어울린다고 얘기했다”며 든든한 응원에 고마움을 전했다.


양요섭이 ‘노래 좋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공|어라운드어스 엔터테인먼트 스스로 생각하는 양요섭의 음악색과, 양요섭의 보컬이 지난 강점은 무엇일까.

“음악 색깔에 대해서는 데뷔 이후부터 지금까지 쭉 고민하는 내용이긴 한데, 아직도 명확한 답변을 내리지 못하겠다. 나는 정말 계속 제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다만 내 보컬이 뭔가 강점이 있다면,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제 목소리가 생각보다 더 다양한 스타일의 노래에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았다.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제 목소리를 만들어가고 싶다.”

겸손한 자기평가에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더한 답이 이어졌다. 그는 “또 하나라면, 어렸을 때보다 목소리에 호소력이 조금 더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경험들이 더해져서 노래를 이해하는 방식이나 목소리에도 깊이가 조금 더 생기지 않았나 싶다”며 MBC ‘복면가왕’을 통해 배운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실력’으로 인정받으며 달려온 지난 11년의 시간에 대해 묻자 오직 팬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점철된 소회를 드러냈다.

“인정받는 솔로가수란 표현은 좀 부끄럽지만, 저도 그렇고 저희 멤버들도 그렇고, 여태껏 정말 허투루 쉽게 활동을 하거나 노래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건 정말 자신있다. 저희는 어찌됐건 가수로 팬분들을 맨 처음 만났고, 그리고 아직도 그렇게 팬분들을 만나고 있지 않나. 가장 쉽게 우리의 생각이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노래인데, 그걸 쉽게 생각하면 안될 것 같다. 물론 다른 가수분들도 모두 그러시겠지만, 아직도 노래하는 게 참 어렵고 계속 연습하고 또 노력해야 할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노력하는 모습을,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시고 또 기억해 주셔서, 지금까지 저나 멤버들이나 이렇게 사랑받으면서 활동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시국에 팬들과 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갖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 못내 아쉬움을 드러낸 양요섭. 언젠가 웃으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한 그는 가수로서 이루고 싶은 소박한 목표를 덧붙였다.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제 노래를 우연히 듣고, 어 이거 누구 목소리야? 노래 좋네? 한번 들어봐야 겠다, 이런 생각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 모르는 분들에게도 제 목소리를 알리고, 그 사람들이 아 이 친구 노래 참 열심히 하는구나, 이렇게 말해주시고, 더 나아가서는 아 양요섭이란 사람이 참 좋은 가수구나 이렇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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