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전기차 완속 충전 기다리기 어렵다” 환경부 장관 국감 발언 논란

현대차그룹 을지로 센터원 E-pit 전기차 충전소에 충전중인 아이오닉 5

[데일리카 조재환 기자] 한정애 환경부 장관의 전기차 완속 충전기 관련 발언이 논란이다.

한 장관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한국인들의 성격상 보면 완속 충전을 기다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공공장소에 설치된 전기차 완속 충전기는 급속 충전기로 전환하겠다. 아예 완전히 쓰이지 않는 전기차 완속 충전기가 있는데 흔히 말하는 레벨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어 “현실성 있는 급속충전기 설치를 위해 기존 주유소들을 활용하겠다”며 “주유할 수 있는 차량이 적어져 걱정하는 주유업자들이 있는데 이런 부분은 전기차 급속충전 방식을 적용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관 ‘제13차 혁신성장 빅3 추진회의’에서 현재 약 6만기 수준의 전기차 완속충전기 수를 오는 2025년까지 50만기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 장관은 이에 대해 “목표는 50만기이지만 꼭 채울 필요는 없다”며 정부의 방침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개인 주택의 경우에는 완속 충전을 원할 수 있다. 전기차 완속충전기 자체를 원하지 않는데 밀어내는 방식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충전 문화 전혀 고려 하지 않은 환경부 장관

서울 왕십리 테슬라 슈퍼차저에서 충전중인 테슬라 모델 3

한정애 장관의 발언은 최근 전기차 주행거리와 전기차 오너들의 충전 문화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주요 전기차들의 평균 공인 주행거리는 대체적으로 350㎞~530km 사이다. 정속 주행을 한다면 서울부터 부산까지 아무 충전 과정 없이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기차가 더 이상 짧은 주행거리로 비판 받을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계절에 따른 공조장치 설정에 따라 주행거리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고속도로 휴게소 등 접근성이 좋은 곳에 급속충전기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심 주행이 잦고 운전 시간이 적은 전기차 오너들의 경우 아파트와 빌라 등 공공 주택, 쇼핑몰, 직장 등에 완속충전기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많다. 한 장관이 언급한 공공 시설도 필요에 따라 완속충전기를 설치하는 방안이 효율적일 수 있다.

테슬라의 슈퍼차저와 현대차 E-pit 초급속충전기의 경우, 급속 충전이 끝나면 최소 5분 내 차량을 이동시켜야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사용자가 5분 내 충전 후 차량을 이동하지 못하면 점거 수수료를 낼 수 있다. 전기차 이용자들에겐 이 점이 스트레스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에, 마음 놓고 편안하게 충전할 수 있는 완속충전기 확보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박대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 의원)은 한정애 장관에게 “공공장소 내에 완속 충전기 설치 후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곳이 있나”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위치는 떨어지는데 완속 충전기가 설치돼 이용 현황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박 위원장은 “한번도 사용 안한 곳이 있다 하길래 궁금해서 질문했다”고 하자 한 장관은 “어디 있는지 한번 가봐야겠다”며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완속충전중인 푸조 e-2008

■환경부 “연말까지 통합 플랫폼 구축해 충전기 모니터링 강화”

데일리카는 한정애 장관의 발언 취지에 대해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에 직접 문의했다.

김효정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장은 20일 오후 데일리카와의 통화에서 “한정애 장관이 이야기한 사례는 일부 공영주차장 사례를 언급한 것”이라며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에 완속 충전기를 설치하기 보다는 급속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을 뜻한다”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아직까지 급속 충전이나 완속 충전 등 전기차 이용자들의 충전 사용 패턴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않은 상황이다.

김 과장은 “연내 전기차 충전 상황을 좀 더 모니터링 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기 고장이나 사용 상의 문제를 플랫폼을 통해 더 면밀히 관찰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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