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스미스 주먹질에 ‘깜짝’, 윤여정 농담에 ‘깔깔’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영화 ‘코다’ 제작진과 배우들. AP 연합뉴스

영화 ‘코다’(감독 션 헤이더)가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변을 일으켰다. 수상 유력 후보로 꼽히던 영화 ‘파워 오브 도그’(감독 제인 캠피온)를 제치고 작품상을 받았다. ‘코다’는 영상온라인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가 투자·배급한 작품으로, OTT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인상 깊은 순간들을 되돌아본다.

■ 희비 갈린 ‘코다’ ‘파워 오브 도그’

2014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감독 에릭 라티고)를 리메이크한 ‘코다’는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소녀가 꿈을 좇는 여정을 다뤘다. 작품상뿐 아니라 남우조연상과 각색상 등 후보로 오른 모든 부문에서 수상했다. 농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트로이 코처는 “이 상을 모든 농인과 ‘코다’ 팀, 장애인들에게 바친다. 우리의 순간이다”라고 말했다. ‘코다’ 제작진과 배우들이 수상할 때마다 무대에 수어 통역사가 등장해 소감을 수어·영어로 옮겼다. 관객들은 ‘반짝반짝’을 뜻하는 수어로 축하를 전했다.

■ 유리천장 깬 OTT

안현모 동시통역가는 ‘코다’의 작품상 수상을 두고 “또 하나의 유리천장이 깨졌다”고 짚었다. OTT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했다는 의미다. 앞서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 ‘로마’(감독 알폰소 쿠아론) ‘결혼이야기’(감독 노아 바움백) ‘아이리시 맨’(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맹크’(감독 데이빗 핀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감독 아론 소킨) 등이 작품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올해는 ‘코다’ 외에도 ‘파워 오브 도그’(넷플릭스) ‘돈 룩 업’(감독 아담 맥케이·넷플릭스) ‘듄’(감독 드니 빌뇌브·HBO맥스) ‘킹 리차드’(감독 레이날도 마커스 그린·HBO맥스) 등 OTT 영화 5편이 감독상 후보로 올랐다. ‘듄’은 촬영상 편집상 미술상 음악상 음향상 시각효과상 등 기술 부문을 싹쓸이했다.

코미디언 크리스 록(왼쪽)을 폭행하는 배우 윌 스미스. AP 연합뉴스

■ 남우주연상 윌 스미스, 시상자 폭행 논란

영화 ‘킹 리차드’로 남우주연상을 탄 배우 윌 스미스는 이날 또 다른 의미로 주인공이 됐다.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시상자로 나선 코미디언 크리스 록을 폭행하면서다. 록이 윌 스미스 아내이자 배우인 제이다 핀켓 스미스를 영화 ‘지. 아이. 제인’(감독 리들리 스콧)에서 속 조단 오닐(데미 무어)에 비유한 게 화근이었다.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탈모증 때문에 삭발했는데, 이 모습이 ‘지. 아이. 제인’에서 머리카락을 짧게 깎은 데미 무어와 비슷하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윌 스미스는 무대 위로 올라가 록의 얼굴을 가격했다. 자리에 앉아서도 “내 아내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마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남우주연상을 받은 뒤 소감에서 “아카데미 측과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 아카데미 또 웃긴 윤여정

지난해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던 배우 윤여정은 올해 남우조연상 부문 시상자로 참석했다. “할리우드에 돌아와 기쁘다”고 입을 연 그는 “작년에 제 이름이 제대로 발음되지 않는 것에 한소리 했는데 죄송하다. 왜냐면 이번 후보자들 이름을 보니 발음하기가 쉽지 않겠더라. 발음 실수에 미리 양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내 이름 ‘여정’을 ‘여영’ 또는 ‘유정’이라고 발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모두를 용서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어 화제가 됐던 자신의 수상 소감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윤여정의 재치 있는 인사말에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레드카펫에선 배우 이서진이 윤여정과 함께 포착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서진과 윤여정은 미국에 머무르며 나영석 PD가 만드는 tvN 새 예능 ‘뜻밖의 여정’을 촬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드 레퓨지스’라고 적힌 리본을 달고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윤여정. AP 연합뉴스

■ ‘우크라이나와 함께’

이날 시상식에선 지난달 러시아에게 침공 당한 우크라이나에 연대하겠다는 발언도 자주 나왔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배우 밀라 쿠니스는 “우리는 파괴에 직면한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힘과 위엄을 봤다”며 “깊은 어둠 속을 헤치며 싸울 힘을 찾는 이들에게 존경을 보낸다”고 말했다. 영화 ‘대부’ 감독 프란시스 코폴라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하겠다”고 밝혔고, 시상식을 진행한 배우 겸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는 “우크라이나에서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참석자 일부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금색 리본을 달았다. 윤여정은 ‘위드 레퓨지스’(With Refugees·난민과 함께)라고 적힌 푸른 리본을 어깨에 달고 시상했다. 지난달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우크라이나로 넘어간 배우 숀 펜이 이번 시상식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청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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