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尹대통령이 약속한 원전 최강국, ‘핵연료 저장시설’에 달렸다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원전 최강국의 꿈도 다시 무르익고 있다. 일찌감치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한국형 원전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으로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이 지상과제로 제시되면서 청정에너지인 원전의 가치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이라는 정부의 목표는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대구·경북=뉴스1) 최창호 기자 =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가 24일 오전 경북 경주시 감포읍 복지회관에서 월성월성 원자력발전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증설에 대한 지역 의견수렴 결과 발표 기자회견 개최를 앞두고 찬반주민들의 충돌로 일정에 파행을 빚고 있다. 시민참여단 대상으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추가 건설 여부에 대한 찬반조사 결과(3차 설문 기준), 찬성 81.4%, 반대 11.0%, 모르겠다는 7.6%로 집계됐다. 2020.7.24/뉴스1

#. 올 3월 ‘월성 원전 사용 후 핵연료 조밀건식저장시설’, 이른바 ‘맥스터’의 증설공사가 마무리됐다. 허가 신청 이후 6년 만이다. 이미 맥스터 7기를 운영 중인 경주 월성원전 안에 7기를 추가 건설하는 작업이었지만 당국의 허가와 주민 설득 작업에 시간이 걸렸다. 결국 사용 후 핵연료 시설 포화로 인한 월성 2~4호기 가동 중단이 임박한 시점에야 가까스로 증설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의사 결정과 소극적인 주민 설득 때문에 자칫 대구·경북 지역의 블랙아웃(전력부족으로 인한 대규모정전)을 초래할 수도 있었던 사안이다. ‘원전 최강국 건설’을 약속한 윤석열정부가 국내 원전 가동률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또 다시 이런 사례가 반복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월성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19~20개월 가량 소요되는 공사 기간을 감안해 기존 맥스터 7기의 포화 예상시점보다 6년 앞선 2016년 4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맥스터 증설작업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탈원전’이 국가 주요 정책으로 자리잡으면서 원안위의 증설 허가가 나오는 데만 4년이 걸렸다. 월성 원전은 천연 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하고 중수소를 감속재와 냉각재로 쓰는 중수로인 탓에 경수로에 비해 사용 후 핵연료 배출 주기가 짧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원전 가동을 멈추지 않는 한 계속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 보관을 위한 증설 허가가 지연된 셈이다.

원안위의 허가 이후에는 지역 주민 설득 작업이 발목을 잡았다. 맥스터가 자리잡은 경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인 울산 주민들까지 맥스터 증설 반대에 나서면서 증설 공사 착공에만 반년여가 더 소요됐다. 원전을 통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 필요성과 서울보다 낮은 방사능 수치로 맥스터를 운영 중이라는 객관적 사실보단 “전국의 핵쓰레기가 경주로 몰려온다” “방사능 1g으로 수천명이 숨질 것”이라는 자극적인 가짜뉴스가 부각됐다.

이 때문에 정부가 ‘원전 최강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신한울 3·4호기 입지 지역과 사용 후 핵연료 등 폐기물 처리 시설물 소재지 주민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형 원전에 비해 위험성이 낮고 수소 생산 시설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술과 결합에 유리한 SMR(소형모듈원자로) 시장 확대를 위한 실증 규제 해소 등 지원도 요구된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과 올해 5월 국정과제 발표 등을 통해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등 원전 관련 시설의 주민 수용 성확보를 위해 방폐 기금, 범정부 예산, 세제 등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주민 참여 확대와 공론화 등을 통해 주민의 의사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폐기물 관리 현황과 방사선 수치 등 안전관리 정보의 실시간 공개 등으로 신뢰도를 높인 계획이다. 또 방폐장 등 기피시설 수용성 문제는 여러 부처가 관계된 만큼 국무총리실 산하 전담조직을 꾸리고 주요사항 법제화를 서두르기로 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맥스터와 같이 사용 후 핵연료 문제는 현재 기술로 안전하게 처리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국민에게 원자력에 관한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동의를 구한 뒤 원전 시설 건설로 인한 땅값 하락 등 경제적 손해를 보상해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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