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日샤프가 삼성에 밀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전자업체 샤프가 2000년대 이후 삼성과의 경쟁에서 밀리게 된 이유는 △비용 절감 △기술 유출 방지 △경쟁사 동향 확인 △직원 처우 등에서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2일 2000년대 후반 샤프에서 삼성으로 이직한 것으로 추정되는 엔지니어 타케우치 카오루의 투고를 인용, 다양한 측면에서 샤프가 삼성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살폈다.

이직 후 삼성에서 수석 엔지니어(일본의 부장급)로 일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타케우치는 “삼성이 왜 강한 것인지 직접 들어가서 봐야 알 것 같다는 생각에 이직했었다”며 “삼성은 기술에 대한 관심이 훨씬 더 높았고 중요하게 여겼다. 기술자에 대한 처우도 일본 기업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고 회상했다.

(사진=AFP)

삼성, 철저한 내부 보안·경쟁사 동향 상시 파악

타케우치는 삼성에 첫 발을 내딛은 뒤 가장 놀랐던 점은 철저한 보안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컴퓨터를 사외로 가져갈 수 없을 뿐더러 종이 한 장에도 금속 파편이 들어 있어 복사기가 해당 금속을 감지하지 못하면 복사조차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같은 이유로 서류를 회사 밖으로 들고 나가려고 시도하면 센서가 금속을 감지해 경보기가 울리도록 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직원들의 스마트폰에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도록 했고, 서류를 방치하는 경우 경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보안 담당 직원들에 의해 수시로 점검이 이뤄졌다고도 했다.

타케우치는 반대로 일본의 기술은 퇴사자 등을 통해 1990년대부터 한국에 유출되고 있었다고 추정했다. 삼성과 샤프는 가메야마 공장이 지어지기 전부터 기술교류를 하고 있었는데, 타케우치가 샤프에 재직하던 시절 삼성에 출장을 가면 회사 상사가 현장에서 삼성 직원들에게 다양한 지도를 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 유수 기업 출신 기술자들도 삼성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타케우치는 라이벌 동향을 잘 살피고 있는 것도 삼성의 강점으로 꼽았다. 샤프가 근거도 없이 “세계 제일”이라고 주장했던 것과는 달리 삼성은 경쟁사들을 철저하게 리서치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최대 라이벌 업체는 물론 LG였고, 대만 이노락스나 AUO 등이 리스트에 포함돼 있었지만 일본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고 전했다.

원가 낮추고 채용·R&D 등엔 아낌 없어

샤프의 액정 패널이 삼성 제품에 밀리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높은 원가가 꼽혔다. 편광판, 회로 재료 등의 조달비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재료비 등 변동비가 10달러 가량 샤프가 더 높았고 인건비 및 설비 관련 비용 등 고정비는 무려 2배 가까이 높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샤프의 60~80% 원가로 패널을 생산할 수 있었다고 타케우치는 설명했다.

타케우치는 당시 샤프의 한 간부가 자사 액정 패널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언급한 것을 떠올리며 “이는 완전한 망상이었으며, 샤프 패널은 생산 비용이 높아서 수익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패널 생산에 투입된 인력 규모에서도 삼성과 샤프는 큰 차이를 보였다. 타케우치는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만 2만 5000명 이상인데 반해 샤프는 전국 모든 공장 직원을 합해도 5500명 수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다만 삼성 공장 근로자들이 대부분 20대 여성으로 인건비 절감을 위한 인상이 강했다고 했다.

타케우치는 또 삼성은 연구개발(R&D)에만 2000명 가까이 투입했으며, 현장, 선행개발, 연구소 등에서 각각 1년후, 2년 후의 테마를 쫓고 있었다고 했다. 액정 다음을 대비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에 착수하거나, 각 부문의 요소 기술을 묶어 하나의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성하는 대응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진=AFP)

성과주의·직원 복지·적극 해외인재 유치 등 경쟁력↑

이외에도 성과 위주의 기업 문화와 높은 수준의 직원 복지가 삼성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타케우치는 평가했다.

타케우치는 “절대적 성과주의로 임원이 되면 대우 자체가 달라진다. 차량 지원에 연봉 3000만~4000만엔(약 2억 8900만~3억 8500만원), 최상위 클래스의 경우 억단위 연봉을 받는다. 성과를 낸 사람에게는 상응하는 인센티브도 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일한다. 다만 성과가 없으면 ‘내일부터 나오지 않아도 좋다’는 말을 듣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직원들은 그룹 백화점과 호텔 등지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자녀 교육비도 대학까지 회사가 지원한다. 임원은 퇴직 후 2년간 소득도 보장해주는데 이는 타사로 이직해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해외 기술자에게 열려 있는 것도 삼성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삼성이 학비를 부담해 해외 인재가 대학에서 2개월 간 확실하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돕고, 10명마다 1명씩 도우미가 붙어 한국 생활에 정착할 수 있도록 편의를 돌봐주고 있다는 것이다.

타케우치는 다만 “지금은 중국이 한국의 인재를 빼가고 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회사인 BOE에는 LG출신이, CSOT에는 삼성 출신들이 많다”며 “중국 업체에서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 한국인인 사례는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효과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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