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자수첩] 친환경차 전환, 규제보다 지원이 먼저다

올해 초 정부는 LPG(액화석유가스)·CNG(압축천연가스) 차량은 2024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은 2025년 또는 2026년부터 저공해차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2~3년 뒤부터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는 차종을 전기차·수소차로만 한정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차의 신규 등록을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글로벌 추세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계도 친환경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전기차 내수 판매가 사상 처음으로 10만 대를 돌파했다. 타이어업계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개발하고 전기차 이용자들을 위한 충전기 지도 애플리케이션(앱) 등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전체 비율로 본다면 친환경차로의 완전한 전환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신차 판매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한 비중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대부분을 차지하는 차량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하이브리드차량(13.8%)이다. 정부가 2025년부터 유일한 친환경차로 인정하겠다는 전기·수소차의 비율은 전체의 5.8%에 불과하다.

하이브리드차는 소비자가 전기차나 수소차로 넘어가기 전 단계에서 많이 선택한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탑재해 연비효율이 좋고 배기가스 배출도 훨씬 적다. 연간 판매량은 5년 전인 2017년에 8만4699대에 불과했으나 작년에는 18만4799대로 늘었다. 현재 하이브리드 모델은 저공해차에 속해 개별소비세와 취득세를 총 140만원을 감면받고 저공해차 주차요금과 혼잡통행료도 할인받을 수 있다.

정부는 배기가스가 없는 무공해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혜택을 줄이겠다고 하지만, 친환경차 관련 인프라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전기차 충전인프라는 여전히 모자라고 관리가 잘 되지 않는다. 지난해 전기차 충전기 대수는 처음으로 10만기를 넘어섰지만, 충전기를 이용하는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의 증가 비율이 이를 크게 웃돌아 여전히 부족하다.

수소차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올해까지 설치하겠다던 310기 중 현재까지 전국에 충전된 충전기는 126기에 불과하며 전국 수소 충전소는 84곳 뿐이다. 수소차가 가장 많은 서울에서도 충전소가 5곳 뿐이고 타지역에서 충전을 위해 넘어오는 경우도 잦다. 전세계 시장으로 보면 수소승용차 시장은 현대차의 넥쏘와 도요타의 미라이 두 모델이 양분하고 있다. 투자 대비 개발이 어려운 탓에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는 수소 승용차 개발에 손을 뗐으나, 수소경제 정책에 따라 현대차는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해 수소차를 신사업과제로 삼았던 현대차는 올해 인베스터데이에서는 수소차와 관련해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전동화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선행돼야 할 부분이 많다. 한국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완성차 업계의 56.3%가 미래차 분야에 진출하지 못했으며, 진출했더라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23.7%에 달했다. 이들은 자금과 전문 인력, 원천기술 등의 부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새 변화를 이끌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도한 제한이 아닌 적절한 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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