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세 29억’ 반포주공1단지, 23억에 낙찰..찬바람 부는 경매, 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이주개시가 확정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단지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전용 73㎡가 경매시장에서 시세보다 6억원가량 저렴한 가격에 낙찰됐다. 반포주공1단지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로 최근 전용 73㎡는 29억원에 실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현재 호가는 37억원을 넘어선다.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 기대감에 가격을 더 높게 부르지만, 실제로 풀린 규제는 없어 수요자들이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경매 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7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는 지난 1월 낙찰자를 찾지 못해 한 차례 유찰된 이후 지난달 8일 새주인을 찾았다. 낙찰가는 23억5100만원으로 감정가 28억원보다 4억4900만원 낮은 가격에 낙찰됐다. 지난 8일 실거래가 29억원보다는 5억4900만원 저렴하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4%에 그쳤다.

서초동에 펜트하우스를 갖춘 아파트 더미켈란 전용 269㎡는 두 차례 유찰된 끝에 감정가보다 약 13억원 깎인 52억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78.4%였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6.3%로 전월 대비 1%포인트 더 낮아졌다. 지난 2월 낙찰가율은 97.3%로 지난해 2월(99.9%) 이후 처음으로 100%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다.

낙찰가율이 낮아졌다는 건 응찰자들이 가격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입찰 시 가격 산정을 보수적으로 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 이야기가 나오지만 당장 완화된 것은 아니어서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2년 전 좋은 입지에 인기 있는 아파트 물건은 나오자마자 낙찰됐던 시절과는 대비된다. 2020년 7월 송파구 장지동 송파파인타운 13단지 전용 84㎡에는 31명이 경매에 참여해 감정가보다 30% 높은 13억2370만원에 새주인을 만났다. 같은달 양천구 목동 건영아파트 전용 84㎡에도 24명이 경쟁한 끝에 감정가보다 35% 높은 6억8861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이들 물건은 모두 법정에 나오자마자 곧바로 낙찰됐다. 서울 아파트값이 오르기 시작하자 경매시장에서도 반응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었다.

경매시장도 매매시장과 최근 집값이 하락하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매각가율이 떨어지는 건 최근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예를 들어 경매 감정 시점은 6개월 전에 이뤄지면 매각 시점과 차이가 생겨 응찰자들이 비싸다고 생각해 유찰이 되고, 낙찰가율도 낮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질적인 규제 완화 정책이 나오면 경매시장이 반등할 거란 의견도 나온다.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낙찰가율은 떨어지고 있으나 서울 낙찰률(경매 건수 대비 낙찰건수 비율)은 3월 기준 55.3%로 전달(50%)보다 상승했다”며 “낙찰률이 오른다는 건 매수 수요가 높다는 것으로 대출 규제 등이 실질적으로 풀리길 기다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