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윤리경영 그리 강조했건만..공기업·준정부기관 둘 중 한곳 ‘낙제점’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태 이후 정부는 즉각 공공기관에 대한 윤리 경영 평가를 강화했지만, 결과는 암담한 수준이다.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중 윤리 경영 부문에서 우수(A) 등급을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고 절반 이상이 미흡(D)이나 아주 미흡(E)에 그치는 평가를 받았다.

29일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이 지난해 발간한 경영실적 평가보고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평가 대상인 131개 공기업·준정부기관 중 55.7%(73개)가 윤리 경영에서 D·E 등급을 받았다. A등급은 단 한 곳도 없었고, 한국공항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등 극히 일부만이 양호(B) 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3월 LH 사태가 불거진 후 이뤄진 공공기관 경평에서는 윤리 경영과 관련해 부동산 투기, 갑질, 성비위 등 위법·부당행위에 엄격한 패널티를 부여하고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와 부패 방지 시책 평가 결과, 감사원 지적 등을 반영했다. 윤리 경영에 손 놓고 있던 공공기관은 속수무책이었고, 평가 결과 윤리 경영 D·E는 2020년 66개에서 지난해 10.6%(7개)가 늘었다.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논란이 된 LH는 투기 외에도 직원들의 공공임대·분양주택 계약이 문제가 되면서 윤리 경영에서 최하위인 E등급을 받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경우 금품·향응이나 내부 부당한 업무 지시 등으로 내외부 청렴도가 모두 전년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역시 윤리 경영 E등급에 머물렀다.

역시 윤리 경영 E등급을 받은 한국마사회는 내부청렴도와 부패방지 시책 평가가 부진했고 내부 상임이사들의 근무시간 음주 가무 사실이 드러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준정부기관에서는 한국국토정보공사·한국농어촌공사 등 6곳이 윤리 경영 E등급을 받았다.

윤리 경영 D등급은 공기업 중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도로공사·한국석유공사·한국수자원공사·한국전력공사 등 13곳, 준정부기관은 국민연금공단·국민체육진흥공단·근로복지공단 등 51곳이 무더기로 받았다.

공공기관들은 전담 조직을 구성하거나 관련 지침 제·개정, 내부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활동 등을 통해 윤리 경영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기관들의 위반 사례가 적발되는 등 높아진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고 경영평가단은 지적했다.

윤리 경영에 대한 평가 결과가 전체 경영평가에 미치는 영향도 아직은 크지 않다. LH를 비롯해 농어촌공사·마사회 등은 윤리 경영 평가 부진에 전체 등급도 D·E 수준에 머물렀지만 대부분 공공기관은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전체 등급을 보면 도로공사·수자원공사·건강보험심사평가원·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한국에너지공단 6곳은 윤리 경영 D등급을 받고도 전체 A등급을 받는데 성공했다. 종합·경영관리·주요사업 범주별로 등급이 D 이하면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지만 윤리 경영은 이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경평단은 “공공기관 내부청렴도가 전반 하락하는 추세로 내부 직원이 바라보는 청렴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조직·인사관리나 수평적 소통 강화방안에 대해 구성원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