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재건축 단지 ‘썩상’으로 내집 마련?..’묻지마 투자’는 금물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재건축 추진 단지 내 노후 상가를 매입해 내집 마련을 노리는 일명 ‘썩상(썩은 상가)’ 투자법이 관심 받고 있다. 오는 8월부터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재초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아파트 입주권을 받는 상가 조합원의 환수금 부담이 상당부분 줄어들 예정이어서다.

그러나 아파트 분양 요건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덜컥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권리가액이 지나치게 낮은 상가는 추후 아파트를 분양받을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올해 초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폐업 점포에 붙은 임대 안내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새 재초환법 8월 4일부터 시행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상가조합원의 재건축초과이익 환수금 책정 방식을 담은 새 재초환법이 8월 4일부터 시행된다. 이날 이후 재건축 부담금을 결정·부과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란 재건축사업으로 발생한 주택 가격 상승분 일부를 공적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재건축 종료시점과 개시시점 주택가격, 개발비용 등을 토대로 계산한 차액의 최대 50%까지 환수한다. 개시시점 주택가격이 낮을수록 시세차익이 커지기 때문에 재건축 부담금도 늘어나는 구조다.

지금까지는 통상 재건축 부담금을 산정할 때 상가 등 부대·복리시설 가치가 반영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가조합원이 아파트 입주권을 받으면 재건축 부담금 액수가 커진다는 점에서 반발이 심했다. 개시시점 주택가격이 ‘0원’으로 처리돼서다.

하지만 개정안에서 재건축 부담금을 산정할 때 감정평가를 통해 결정된 상가 등 가격을 주택가격과 합산하도록 하면서 상가조합원들의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 또 조합 전체로 봤을 때도 부담금 총액이 일정 부분 감소할 수 있게 됐다.

서울 노원구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법 시행을 앞두고 인기가 덜하던 단지 내 지하상가에도 관련 문의가 왔다”며 “그간 상가 측과의 갈등으로 속도가 나지 않던 재건축 단지들 사업에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분양 요건 갖추기 어려워”…묻지마 투자 주의

다만 전문가들은 ‘묻지마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상가 매수를 통해 아파트 분양 자격 요건을 갖추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투자를 결정했다면 조합원 지위 확보 여부와 매수하려고 하는 상가의 권리가액, 산정비율 등을 토대로 한 아파트 분양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건축 사업장의 경우 보통 아파트 입주권을 받으려면 ‘기존 상가소유자의 권리가액에서 새로 분양받을 상가의 분양가를 뺀 가격’이 ‘재건축을 통해 공급되는 아파트 최소 분양가에 조합이 정한 산정비율을 곱한 값’보다 커야 한다.

예를 들어 소유한 상가의 권리가액이 2억원이고 새로 받을 상가 분양가가 1억원, 신축된 아파트의 최소 분양가가 1억원이라면, 기존 상가 권리가액과 신축 상가 분양가 사이의 차액이 1억원이기 때문에 산정비율이 1 이하가 돼야 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권리가액 기준이 되는 감정평가액이 너무 작은 상가는 아파트 분양 확률이 떨어져 피해야 한다”며 “상가조합원 지위를 가지더라도 조합 정관에 상가 소유주가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되지 않거나 산정비율이 높게 책정되면 아파트 분양권을 받기 어려워 유의해야 한다. 조합 정관이 계속 바뀔 수 있다는 점 등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리스크가 있어서 주변 얘기만 듣고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상가와 아파트는 투자 목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투자에 앞서 각각의 가치부터 잘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나리 (lor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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