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코카콜라도 제쳤다”..64조 공격투자 선언 버핏의 새 투자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주주들. [AFP=연합뉴스]

“수만 명이 인산인해를 이룬 주주총회는 마치 콘서트나 축제 같았다.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4시 넘어까지 진행됐는데 91세의 버핏은 오후에 더 활력이 넘쳐 보일 정도로 건재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한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전한 현장 분위기다. ‘자본주의자의 우드스톡’으로 불리는 버크셔 주총이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진행됐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을 만나기 위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등 재계 리더와 주주 4만 여명이 몰렸다.

이날 주총에서는 버핏의 이사회 의장직 교체 안건이 투표에 부쳐졌지만 6대1로 반대가 찬성을 앞서며 부결됐다. 주주들은 여전히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를 원한 것이다. 홍 대표는 “주주제안에서 비판적인 의견이 다양하게 제기됐다”며 “의외로 많은 찬성표가 나오는 등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적으로 작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버크셔헤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발표된 버핏의 포트폴리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오프라인 주총에 모습을 드러낸 버핏은 주식 시장으로의 귀환도 신고했다.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는 올해 1분기 97억 달러(약 12조 원) 어치 주식을 매각하고, 510억 달러(약 64조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순매수액은 410억 달러(약 51조원)에 이른다.

버핏이 순매수로 돌아선 건 6분기 만이다. 버핏은 지난 2020년 4분기부터 2021년 4분기까지 5분기 연속 주식을 팔아치웠다. 투자 대신 현금을 쌓아두는 걸 택했다. 지난 4분기 버크셔가 보유한 현금만 1470억 달러(약 186조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며 현금은 1063억(약 134조 원)으로 줄어들었다. “모두가 공포에 질렸을 때 주식을 사라”던 말대로다.

지난달 30일 버크셔해서웨이 정기주주총회에 모습을 드러낸 워런 버핏 회장.[로이터=연합뉴스]

버핏은 이날 주총에서 “지금부터 모든 거래는 덩치가 커져야만(sizable) 한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마땅한 투자처 없다’고 한탄했던 버핏의 모습과는 상반된다”고 평가했다.

투자자의 관심은 버핏이 낙점한 종목으로 쏠린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미국의 석유업체 셰브론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버크셔해서웨이는 셰브론 주식을 259억달러 어치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45억 달러에서 5배 급증했다. 지난해 버핏의 포트폴리오에서 셰브론은 9위에 불과했지만 지난 1분기에는 4위까지 뛰어올랐다. 버핏의 오랜 사랑을 받은 코카콜라도 제쳤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버핏은 올해 초 옥시덴털 페트롤리엄(60억 달러)과 휴렛팩커드(42억 달러)도 대거 매입했다. 에너지주와 저평가된 기술주를 담은 것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3월에는 미국 보험사 앨러게니 코퍼레이션을 116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2016년 이후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버핏 주식 포트폴리오 비중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버핏은 이날 주총에서 투자자에게 앞으로 투자 방향에 대한 힌트도 줬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인수가 성사될 것으로 보고 차익 거래를 위해 이 회사 지분을 늘리고 있다”며 “(액티비전 지분이) 10%를 넘어서면 이를 (증권 당국에) 신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버크셔는 액티비전 지분 9.5%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추가 매입을 시사한 것이다.


비트코인에는 여전히 부정적 입장 고수

주식 시장으로의 복귀를 선언했지만 버핏의 취향은 여전히 확고하다. 이날 주총에서 버핏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재차 피력했다. 버핏은 “세계의 모든 비트코인을 25달러에 준다고 해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은 그 이유에 대해 “비트코인이 생산적 자산이 아니며 그 어떤 가치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버핏은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다음 달 혹은 10년 안에 인플레이션이 어느 수준이 될지 알 수 없다”면서 예측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은 채권 투자자는 물론 침대 밑에 돈을 숨겨둔 사람들의 삶까지 사취(swindle·남의 것을 거짓으로 속여서 빼앗음)하고 있다”며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경고했다.

한편 투자의 귀재 버핏도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주식 시장의 충격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지난해 1분기 주식 투자로 50억 달러(약 6조3150억원)를 벌어들였지만, 올해 1분기에는 오히려 16억 달러(약 2조원)의 손실을 봤다. 이에 1분기 버크셔의 총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급감한 54억 달러(약 6조8202억원)에 그쳤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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