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싸움’까지 벌였던 尹 옆자리..오른쪽 최태원, 왼쪽 손경식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이데일리 경계영 김상윤 기자] 정·재계 공식석상에서 자리 배치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국가적으로는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등의 순으로 의전 서열이 정해져 있고 각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모일 땐 자산으로 규정된 재계 순위나 매출액 등 정해진 원칙에 따라 자리 배치가 결정된다. 상석일수록 그만큼 그 단체의 위상도 높다는 의미다.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 6단체장의 첫 만남에서 상석으로 꼽히는 윤 당선인의 옆자리를 누가 차지하는 지가 관심을 끈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처음으로 만난 윤 당선인과 경제 6단체장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으며 현안을 논의했다. 원탁에서 윤 당선인의 오른쪽 옆자리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이, 왼쪽 옆자리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각각 차지했다. 통상 대통령 오른쪽 자리가 1순위, 왼쪽 자리가 2순위 자리로 간주한다. 자리 배치는 인수위원회가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찬에 앞서 단체 기념 촬영 때 역시 윤 당선인 오른쪽에는 최태원 회장이, 왼쪽에는 손경식 회장이 차지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오른쪽, 3순위 자리에 섰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뿐만 아니라, 대기업, 중견, 중소기업 모두 회원사로 보유한 상의가 여전히 재계 맏형이라는 인식을 얻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날 회동을 앞두고 경제단체 간 미묘한 기싸움이 펼쳐졌다. 오찬 회동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측이 전경련을 회동 대상에 포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실상 주최 측 역할을 맡긴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의 진앙으로 찍혀 문재인 정부 5년 간 `패싱` 논란에 휘말렸던 전경련이 부활의 신호탄을 쏜 격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경제단체들은 회원사 재계 순위 및 영향력, 국민 감정 등을 고려했을 때 전경련의 조기 등판은 시기상조라고 우려했었다.

전경련 부활에는 권태신 부회장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북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권 부회장은 MB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실장 등을 맡으면서 윤석열 정부와 끈끈한 인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 측근인 장제원 비서실장하고도 직통을 하고 있는 관계로 전해진다. 전경련 관계자는 “여러 단체와 함께 자리하면서 경제계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이 의미 있다”고 말을 아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은혜 대변인,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윤 당선인, 손경식 경총 회장, 최진식 중견련 회장, 구자열 무협 회장, 장제원 비서실장. 2022.3.21 [국회사진기자단]

중견기업연합회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최진식 중견련 회장은 손경식 경총 회장 바로 옆 자리에 섰다. 그간 중견련은 회원 수가 훨씬 많은 중소기업연합회보다 후순위 경제단체로 인식돼 왔다. 당초 이번 오찬 회동에는 중견련은 배제된 경제5단체만 초대받았다고 알려지면서 중견기업 육성정책은 배제됐다는 우려도 제기됐던 터다.

하지만 중견련 측은 처음부터 초대를 받았다며, 윤 당선인이 중견련 정책 지원을 약속했다고 밝히고 있다. 최진식 회장은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역임한 주호영 의원과 사돈관계로 알려져 있다. 중견련은 최근 상근부회장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인 박일준 전 한국동서발전 사장도 영입하면서 대외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경계영 (ky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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