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볶+제육’ 한끼에 2만원 시대, "배달 대신 집밥 해보니…"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김주현 기자, 세종=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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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A식당에서 배달 주문한 제육덮밥(9400원)과 김치볶음밥(8400원). 계란프라이는 1개당 1000원씩 비용이 추가된다./사진=김주현 기자

연 4%가 넘는 10년래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속에 배달음식 가격도 빠르게 치솟고 있다. 김치볶음밥 하나에 8000원, 배달비만 3000원에 달한다. 만약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이하 배달앱)을 통해 시켜먹는 대신 직접 장을 봐서 집밥을 해먹는다면 식비를 얼마나 아낄 수 있을까.

18일 머니투데이 기자들이 전통시장과 동네 마트에서 직접 식재료를 사서 제육덮밥과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본 결과, 배달앱을 통해 주문하는 것보다 6000~9000원 가량 비용이 적게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앱의 경우 3곳 평균 가격이 배달비까지 포함해 1만9400원에 달한 반면 동네 마트와 전통시장에서 구매한 식재료 값은 각각 1만2760원, 1만430원에 그쳤다.

최소 2000~3000원에 달하는 배달비를 제외하더라도 전통시장에서 장을 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게 약 6000~7000원 더 싸다는 얘기다. 집밥의 경우 식재료의 총 구매비용이 아닌 실제로 조리에 사용한 양에 대한 비용만 계산했다. 원래 집에 있던 쌀과 식용유·설탕·고춧가루 등 양념은 비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편한데 비싸…제육덮밥·김치볶음밥 한끼에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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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A식당과 서울 서초구 B식당, 경기 안양시 C식당 등 3곳에서 배달앱 ‘쿠팡이츠’를 사용해 제육덮밥과 김치볶음밥을 각각 1인분씩 주문해보니 평균적으로 총 1만9400원이 들었다.

메뉴별 평균가격은 제육덮밥이 8500원, 김치볶음밥이 8000원 수준이었다. 배달비는 주문 금액에 따라 달랐지만 2인분을 주문했을 때는 2000~3000원이 들었다. 또 3곳 모두 계란프라이를 1개씩 추가할 때마다 비용이 1000원씩 추가됐다. 마트나 시장에서 계란을 직접 사는 가격의 3배 수준이다.

필요 이상의 식사를 주문하게 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배달을 위한 최소주문 금액 때문이다. A·B식당은 최소주문 금액이 각각 7000·5000원으로 한 가지 메뉴를 주문해도 배달이 가능했지만, C식당은 최소 주문 가격이 1만3000원으로 제육덮밥이나 김치볶음밥 메뉴 1개를 주문해서는 배달이 불가능했다. 1인분을 배달할 때는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얘기다.

직접 조리하는 것보다 빠르게 배를 채울 수 있다는 이점은 있었다. 저녁 8시쯤 주문한 경우 약 30분 만에 배달까지 완료됐다.

가장 싼데 주차가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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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에서 식재료를 구매해 직접 요리한 제육덮밥·김치볶음밥. / 사진=유재희 기자

전통시장은 배달주문 뿐 아니라 마트에 비해서도 식재료 가격이 저렴했다. 세종시 조치원읍에 위치한 한 전통시장에서 제육덮밥과 김치볶음밥 조리에 필요한 식재료를 구입한 결과, 실제 총 구매비용은 2만3900원이었지만 조리에 사용된 부분만 따지면 1만430원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제육덮밥 재료비로 6620원, 김치볶음밥 재료비로 3810원이 쓰였다.

제육덮밥 재료 중에는 삼겹살(200g, 5420원)을 구입하는데 가장 큰 돈이 들어갔다. 채소류에는 양배추 200원, 청양고추 200원, 당근 200원, 양파 200원 등 총 1200원이 쓰였다.

김치볶음밥 조리 시 가장 비쌌던 식재료는 김치(200g)로, 3620원에 구입해 절반인 1810원어치만 사용했다. 이 밖에도 햄 1400원, 계란(2알) 400원, 당근 100원, 양파 100원 등이 필요했다.

전통시장에서는 딱 필요한 만큼만 식재료를 구입하기는 어려웠다. 대표적인 식재료는 채소류로 5~10개 묶음의 구매만 가능했다. 전통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지목되는 주차의 불편함도 감수해야 했다.

동네 마트, 배달앱보다 싸지만 전통시장보단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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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새롬동 한 마트에서 구입한 식재료들/사진=안재용 기자

동네 마트는 편리함과 가격 측면에서 배달앱과 전통시장의 중간이었다. 세종시 새롬동에 위치한 한 마트에서 제육덮밥과 김치볶음밥에 필요한 식재료를 샀다. 총 구매비용은 2만5400원이었지만, 실제 조리에 쓰인 건 1만2760원 어치였다. 제육덮밥을 만드는 데 8070원, 김치볶음밥에는 4690원이 들었다.

제육덮밥의 핵심 재료인 삼겹살(국내산) 200g 구입에 6770원이 사용됐다. 대파는 약 200원, 양배추 300원, 청양고추(청) 200원, 청양고추(홍) 400원, 당근 100원, 양파 100원이 필요했다.

김치볶음밥을 만들 때 가장 비쌌던 식재료는 햄으로 2200원이 들었다. 김치도 5980원짜리 한 봉투를 구매해 2000원 어치만큼 사용했다. 당근은 100원, 양파는 90원, 계란은 300원이 들었다. 제육덮밥과 마찬가지로 재료가 남았다.

주거지와 가까운 마트에서 식재료를 구입하는 경우 주차 등을 걱정하지 않고 편하게 장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1인 가구의 경우 식재료가 남는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동네 마트 역시 딱 필요한 만큼 구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만약 남는 식재료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배달음식보다 더 싸다고 말하기 쉽지 않다. 조리와 설거지 등도 직접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세종=안재용 기자 김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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