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초등교 총기난사 19명 참변…사망 대부분이 어린이

미 텍사스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8명의 어린이와 교사 한 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총격범은 18살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10살 이하의 초등학생 다수가 사망한 참사로 미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백악관은 조기 게양을 명령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총기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유밸디 지역의 롭 초등학교에 총격전이 벌어졌다. 범인은 국경 순찰대와 총격전을 벌이는 동안 사망했다”고 말했다. 유밸디 지역은 인구 1만5200명 정도의 작은 마을로 샌안토니오에서 135㎞ 떨어져 있다. 멕시코계 미국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피해 학생들은 대부분 2~4학년으로 7~10세 나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일부는 병원으로 옮겨지는 동안 사망했다. 숨진 교사는 에바 미렐레스로, 그녀의 가족은 “학생을 보호하려다 총에 맞았다”고 말했다.

범인은 샐버도어 라모스로 지목됐다. 그는 같은 지역에 있는 유밸디 고등학교에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밸디 고등학교는 사건 현장인 롭 초등학교와 불과 2마일 떨어져 있다. 이웃 주민에 의해 참사가 벌어진 셈이다.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당국은 라모스가 조력자 없이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애벗 주지사는 “라모스는 차량을 학교 주변에 버리고 권총과 소총으로 무장한 채 학교로 들어갔다. 권총을 마구 쐈고, 소총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끔찍하게 총을 쐈다”고 말했다. 또 “총격전 과정에서 경찰관 2명도 총에 맞았다”고 말했다. 해당 경찰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범인이 AR-15 반자동 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범인은 방탄복도 입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은 연이은 총기 난사 사건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던 중 사건 보고를 받고 백악관과 공공 건물, 군 기지 등에 조기 게양을 지시하는 성명을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 세계의 어떤 나라도 집단 총격 사건과 같은 문제를 갖고 있지 않다”며 “신의 이름으로 총기 로비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도 “이건 이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다. 다른 곳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총을 맞을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실존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도대체 왜 이 자리에 있는 것이냐”고 총기규제법 통과를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2012년 이후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중 최대 규모다. 당시 코네티컷주 샌디훅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20명의 어린이와 6명의 성인이 사망했다.

CNN은 “이번 사건을 제외해도 올해 들어 초·중·고교와 대학교에서 최소 38건의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51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미성년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가 무차별 총격 피해의 대상이 되는 사례는 매년 늘고 있다. 교육 전문매체 에듀케이션 위크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K-12(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은 2018년 이후 119건에 달한다. 2018년 24건, 2019년 24건 등 수준에서 지난해 34건으로 늘었고, 올해도 벌써 27건이 발생했다.

최근 총기 난사 사건은 미 전역에서 급증 추세다. 지난 14일 백인 대체이론에 빠진 인종주의자 페이튼 제드런은 뉴욕주 버팔로의 한 슈퍼마켓에서 10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그 역시 18살이다. 지난 15일엔 캘리포니아주의 한 대만 교회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했다. 같은 날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벼룩시장에서도 총격 사건이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미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지난해 총기 난사 사건은 2020년보다 50%, 2017년보다 97% 급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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