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원래 공짜였는데" 불만에…억울한 배달앱 "라이더 처우는?"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편집자주]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에 접어들며 배달산업이 전환점을 맞았다. 배달앱은 코로나19 확산기 외식업자와 배달종사자의 숨통을 틔웠지만 한편에선 외식물가를 올리고 소상공인들의 수익성을 떨어트렸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 2년간 배달앱이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MT리포트] 대한민국 배달 리포트(下)]

500m 밖 떡볶이 1인분도단건배달 해주세요, 무료로”


-비수기 사라진 배달시장, 일각에선 불매운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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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 서울 성동구에 사는 A씨(33)는 직선거리로 500m 떨어진 분식점에서 배달비 3000원을 내고 1만2000원짜리 떡볶이를 주문했다. 음식이 배달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20분 남짓. 이씨는재택 중 점심을 먹으려면 씻고 집 밖으로 나가야하는데, 배달음식은 12시가 되자마자 집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라며음식값의 25%인 배달비가 부담스럽지만 시간을 아낀 비용”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코로나19(COVID-19)에 확진된 50대 B씨는 자가격리 중 배달앱을 처음 이용해보고 깜짝 놀랐다. 최소 배달금액이 1만원 이상인 데다, 배달비도 3000~4000원에 육박해서다. B씨는예전엔 짜장면을 한 그릇만 시켜도 배달해줬는데, 이제는 짜장면에 탕수육까지 주문하고서도 별도의 배달비를 내야 한다”며옛날이 그립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배달은 그야말로 일상이 됐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앱 이용건수와 이용금액은 2019년 대비 각각 206%, 240% 급증했다. 음식값의 20~30%에 달하는 배달비를 추가로 내더라도 단거리 소액주문하는 사례나, 전화주문이 익숙한 5060세대의 배달앱 이용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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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배달지형도 바꿨다. 배달대행사 바로고는 지난해 노원구가 처음으로 서울 음식배달 주문 톱4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아파트 밀집 지역인 노원에서 강남·송파구에 버금가는 배달주문이 발생한 것이다. 전통적인 베드타운인 도봉·중랑·금천·은평·강서구에서도 배달주문이 전년보다 2~4배 급증했다. 배달 주요상권이 오피스 지역에서 주거 지역으로 변화한 것이다.

성수기·비수기 구분도 사라졌다. 일반적으로 배달 성수기는 여름이지만, 지난해 8월과 2월 배달건수 차이는 단 2.7%포인트에 불과했다. ‘배달공화국’의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바로고 측은서울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음식배달 열풍이 본격화됐다”라며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고르게 배달이 발생해 성수기와 비수기 개념이 모호해졌다”고 설명했다.

“공짜배달 늘면 라이더 처우개선·배달 서비스 혁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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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배달수요가 폭증하면서 배달비도 함께 폭등했다는 점이다.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비는 △음식점이 부담하는 배달료 △소비자가 내는 배달팁으로 구성된다. 소비자와의 분담비율은 업주가 정하는데, 일반적으로 4대 6으로(2500원:3500원)로 나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작년 단건배달 확산 속 라이더 유치 경쟁이 심화하며 배달비 부담이 커졌다. 이에 소비자 몫을 최대로 인상하는 음식점이 많아졌다.

배달발 물가인상에 소비자 사이에선 배달 불매운동까지 벌어진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과거와 달리 올 1분기 배달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서울시민의 절반 이상(52.3%)이 ‘배달음식·배달비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특히 10명 중 3명은 최근 배달비 인상으로 배달서비스 이용빈도가 줄었다고 답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배달앱이 국내 배달 생태계를 망쳤다고 거세게 비판한다. 예전처럼 음식을 시키면 배달은 공짜로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배달앱으로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주문·결제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은 외면한 지적”이라고 토로했다. 배달비를 부담하지 않으면서 배달서비스의 혜택을 누리려는 소비자들의 이중성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등을 고려하면 배달비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은1만원짜리 음식을 주문하는데 배달비가 6000원에 달한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최저시급이 1만원에 육박하는 시대”라며라이더들이 노하우를 발휘해 빠른 시간 내 많은 배달을 하지만 1건당 임금수준을 따져보면 최저임금보다 적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10위권인데, 선진국일수록 노동력 제공에 대한 대가는 비쌀 수 밖에 없다”라며예전처럼 배달비가 공짜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라이더 처우나 배달서비스 혁신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리두기 끝나자 이용자 ‘뚝’..레드오션된 배달앱, 생존경쟁은 이제부터


-배달앱 옥석가리기 시작, 지속가능성장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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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가도를 달리던 배달앱 시장에 긴장감이 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이용자가 줄고 있어서다. 라이더 사이에서도 수입이 예전만 못하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출혈경쟁을 이어가던 배달앱도 이젠 지속가능한 성장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배달앱 시장 생존경쟁은 이제부터 시작된 셈이다.

4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4월 18~24일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총 이용자수(안드로이드·iOS 합산)는 5047만5131명으로 전월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같은기간 배민 하루 평균이용자는 전월 대비 9%, 요기요는 16%, 쿠팡이츠는 18% 줄었다. 특히 쿠팡이츠 하루 평균 이용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11% 감소세를 나타냈다.

업계에선 행락철인 4~5월은 전통적인 배달 비수기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배민 MAU(월간활성이용자)는 1900만2749명으로 성수기인 2020년 12월보다 11% 증가했다. 5월엔 4월보다도 73만6896명이 더 늘었다. 쿠팡이츠 역시 2020년 연말부터 작년 6월까지 MAU가 단 한 번도 역성장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폭풍성장’한 배달앱이 첫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한 관계자는최근 배달앱 주문이 줄어든 건 맞다”며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단기영향일지, 이 추세가 굳어질지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매출은 2배인데 영업익은 -82%…해외는 구조조정 시작

매출 확대만 바라보고 달려온 배달앱도 수익성 고민이 깊어졌다. 역대급 실적에도 영업이익이 미미했는데, 이용자까지 줄면 적자를 면할 수 없어서다. 실제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이 2배로 늘며 2조원을 처음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82% 급감했다.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외주용역비가 1조원에 육박하며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이에 배민과 쿠팡이츠는 단건배달 배달비와 수수료를 더해 총 6000원만 받던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배달비와 수수료를 현실화했다. 배민은 네이버·카카오의 성장을 견인한 CPC(클릭형 과금) 광고도 도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사기업이 언제까지 적자를 감수하며 사업을 할 순 없다”라며돈을 벌어야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혁신을 이어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배달앱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지난해 말 독일 6개 도시와 일본 시장에서 철수했다. 우버이츠 역시 홍콩과 브라질에서 사업을 중단했다. 미국 1위 배달앱 도어대시는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는 등 수익성 방어에 나섰으나, 지난해 11월 주가가 257.25달러를 기록한 후 줄곧 내리막길이다. 현재 주가는 80달러 초반대다.

국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은 현재 배달앱 시장을 춘추전국시대로 정의하며중국 차량 호출 서비스 디디다처와 콰이디다처가 무한경쟁을 벌이다가 2015년 디디추싱으로 합병한 것처럼 국내 배달앱도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도시장이 줄어든다면 이런 비용을 감당하면서 사업을 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경고했다.

인수위, 배달앱 핀셋규제 만지작…업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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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지부 조합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배달하다 죽지 않을 권리 신정부에 요구한다! 배달노동자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이들은쿠팡이츠에서 일하던 40대 배달노동자가 3월 30일 고속터미널 사거리에서 트럭에 치어 돌아가셨다”며 안전배달제 도입, 배달공제조합 정부예산 반영, 산재전속성 폐지를 인수위에 요구했다. 2022.4.7/뉴스1

정부 규제도 우려 요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최근 ‘배달 종사자 보호방안 관련 간담회’에서 △안전배달제 도입 △배차 알고리즘 공개 등을 논의했다. 안전배달제란 정부가 라이더 처우개선을 위해 1건당 일정 배달비를 정해 보장하는 것으로, 업계에선 배달비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배차 알고리즘 공개도 영업기밀 침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우려하면서도 배달앱이 자체 상생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정부가 개입해 가격을 제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정부의 인위적인 가이드보다는 시장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승 교수는배달앱이 이상적 시장을 만들겠다는 큰 그림이 있어야 한다”라며시장 참여자에게 일정 부분 이윤을 나누는 등 전체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도배달앱 수수료 문제를 해결한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앱을 만드는 건 소용이 없다”며좀 더 새로운 기업과 서비스들이 출현할 수 있는 경쟁적 환경을 만들어주면서 기존 사업자가 신규사업자를 불공정하게 막는 걸 방지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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