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업체들, 생산능력 확대 계획 완급 조절 필요” 경고

주요 배터리업체들 투자 계획 및 사업실적(NICE신용평가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 투자에 나섰지만 생산능력 확대 계획에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경고가 나왔다.

배터리 핵심 소재가 되는 광물의 수급 불안 및 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부담 증가, 전기차 판매 증가 속도와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 속도의 ‘미스매치'(mismatch)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16일 나이스신용평가가 발표한 ‘배터리 광물 가격 급등 원인과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코발트, 리튬 등 광물의 수급 불안정과 가격 상승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니켈 가격은 지난해 초 톤당 1만7344달러에서 지난해 말 2만925달러로 20.7% 상승했다. 같은 기간 리튬은 kg당 48.5위안에서 264.5위안으로 445.4%, 코발트는 톤당 3만3000달러에서 7만195달러로 112.7% 뛰었다.

보고서는 전기차 판매가 크게 증가하고 지난 2020년 위축됐던 광물 수요가 회복하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광물 수급 문제는 차차 해소되면서 가격도 안정화되지만 그 수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전망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광물은 리튬이다. 전체 리튬 수요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해, 전기차 성장 속도에 따라 전체 리튬 수요도 연 평균 26%씩 성장한다.

반면 주요 리튬 생산업체의 생산능력 확대 속도는 수요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리튬 생산 1위 업체 앨버말(Albemarle)은 생산능력을 현재 8.8만톤에서 2025년 20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2위 SQM도 현재 14만톤을 2024년 25만톤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배터리용 리튬 수요 전망(NICE신용평가 제공)© 뉴스1

S&P 글로벌 플라츠는 이 같은 공급 계획이 실현되더라도 2025년까지 공급량 증가율은 연평균 23%를 기록해 수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물 가격 상승이 계속될 경우 완성차업체는 배터리업체 등 후방산업에 비용 부담을 전가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배터리업체와 완성차업체는 광물 가격과 배터리가격을 연동하는 방식으로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는다. 현재 전기차는 프리미엄 차량에 가까워 가격에 따른 수요 탄력성이 낮은 편이다. 이에 완성차업체는 광물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전기차 가격을 올리며 수익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전기차가 대중차에 가까워져 수요가 가격 상승에 민감해지면 완성차업체는 판매 가격을 올리지 않고 원가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대응 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다. 반면 완성차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합작회사 설립 및 배터리업체 지분 투자, 신규 배터리업체들의 성장으로 기존 배터리 업체들의 협상력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광물 수급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세계 1위 배터리업체 중국 CATL의 행보도 국내 업체에 추가적 부담을 안길 수 있는 요소다. CATL은 니켈, 코발트, 리튬 광산에 최근 3년 간 8건의 투자를 검토하거나 수행했다. 지난해 4월 광물을 포함한 가치사슬 전반에 1년 간 3조원 이상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CATL이 광물 확보로 비용 경쟁력을 제고하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 현재 이뤄지고 있는 생산 능력 확대에 더해 광물 투자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현재 생산능력 확대에도 수조원씩 투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투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보고서는 광물 수급 및 가격 문제가 배터리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현재 생산능력 확대 계획에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수익성이 감소하고 투자 부담은 증가해 ROI(투자자본수익률)가 떨어지고 투자 회수 기간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봤다. 현재 국내 배터리업체의 투자 확대 계획은 공격적인 반면 수익성은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게 보고서의 판단이다.

LG엔솔은 지난해 흑자 전환했지만 SK이노베이션의 합의금이 일회성 수익으로 반영된 결과이며 SK온은 20% 이상의 영업손실률을 기록했다. 반면 LG엔솔과 SK온이 공개한 배터리 생산 투자 비용은 각각 6.3조원, 4조원 수준으로,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현재 규모의 2~5배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업체들의 가동률 하락 우려도 생산능력 확대 속도 조절이 필요한 이유로 꼽았다. 전기차 판매 증가 속도보다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 속도가 더 빠를 것이란 예상이다. LG엔솔과 SK온, 삼성SDI의 2025년 생산능력 확대 계획은 총 700GWh(기가와트시)이고 CATL을 포함하면 1300GWh다. 이는 전기차 20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주요 기관들이 예측한 2025년 전기차(BEV, PHEV) 판매량도 2000만대 수준이다. 4개사 생산능력만으로도 이미 전 세계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배터리 용량을 채우게 되는 것이다.

파나소닉, BYD, CALB 등 다른 업체들 생산능력과 향후 완성차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를 감안하면 가동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이슈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예상보다 부진하다면 가동률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보고서는 “배터리 광물 수급불안 및 가격상승에 따른 투자부담 증가, 생산라인의 적정 가동률 확보 문제를 고려하면 배터리업체의 수주전략과 향후 투자계획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설비 확충 속도를 조절할지, 계획된 투자를 그대로 진행할지 여부에 관한 기업의 대응방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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