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합격’ 오승훈 아나운서 “손석희 선배처럼 시사프로 하고파”

오승훈 아나운서. 사진 ㅣMBC
오승훈(40) MBC 아나운서가 현직 아나운서 최초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화제다. 오승훈 아나운서는 20일 법무부가 발표한 제1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오 아나운서는 21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전화 인터뷰에서 “어제 저녁에 합격 발표가 났다. 시험을 잘 봤다고 생각해서 걱정을 많이 하진 않았는데 어제 하루는 정말 긴장이 많이 되더라”며 기뻐했다.

오 아나운서는 대전과학고를 거쳐 카이스트에 진학한 뒤 항공우주학 박사 과정까지 밟았다. 하지만 꿈을 좇아 2011년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신입사원’을 통해 MBC 아나운서가 됐다. 공학도가 아나운서가 된 것도 남다른 이력인데 이번엔 변호사 자격을 갖춘 아나운서가 됐다. 2017년부터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학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올해 로스쿨 수료와 함께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먼저 공학도에서 아나운서가 된 이유를 묻자 그는 “2005년 12월께 석사 졸업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는 황우석 사건이 있었던 때다. 논문을 준비하다보니 밤을 새워 쓰고 아침에 라디오를 들었다. 당시 손석희 선배가 ‘시선집중’을 진행했는데 들으면서 그 매력에 빠지게 됐다. 과학 이슈를 제대로 전달할 진행자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당시 손석희 선배가 양쪽 입장을 균형감 있게 전달하는데 반했다. 너무 (진행이) 하고싶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박사 과정에 진학해 1년 반을 고민했다. 하고싶은 일이 있는데 이 일을 계속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2007년 8월 학교를 그만두고 나왔다. 바로 군장교로 3년 복무를 하고 끝날 때가 되어 입사 시험을 봤다. 결정을 내리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돌아봤다.

결단력에 실행력을 겸비해 꿈에 그리던 아나운서가 된 뒤 또 다시 도전하게 된 이유는 뭘까.

오 아나운서는 “2015년, 2016년께부터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시사프로그램에 관심도 많았다. 어떤 공부를 해야 미래에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도움이 될까 생각하다가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학문이 법학인 것 같아서 2017년 휴직해 공부를 시작했다”고 로스쿨 진학 이유를 설명했다.

보통 로스쿨에 진학하면 3년을 내리다니며 공부에 매진한다. 하지만 오 아나운서는 2017년에 입학 후 휴학과 복직, 다시 공부의 과정을 밟았다.

그는 “공부하는데 선배들이 다시 와서 방송을 하자고 설득했다. 제가 아나운서국에 대한 애정이 강해서 복직했다”며 “아나운서 생활을 하다보니 끝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실 박사 과정도 시작만 하고 마무리를 짓지 못한 터라 또 끝을 보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더라. 복직을 권유했던 분들은 황선숙, 정종환, 박경추, 차미연 선배인데 제가 공부하려고 다시 휴직하는 과정에서 (뜻을 이해하고)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고마워했다.

가정이 있는 월급쟁이가 휴직하고 공부만 하는게 쉽지 않은 일. 오 아나운서는 “어머니께서도 가정이 있는데 일을 더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셨다. 제 생각을 잘 말씀드리니 응원해주시더라”고 했다.

큰 힘이 됐다는 아내 얘기도 꺼냈다. 그는 “아내가 여러모로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당시 아내는 대학원을 다니며 논문을 쓰고 있었다. 제가 로스쿨을 다니다가 복직한 시점에 아이도 출산한 상황이었다. 육아를 위해서라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처가에서 도움을 주신다고 해서 부산행을 선택했다. 부산대에 진학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아내가 너무 힘드니 제가 잠시 육아를 하겠다고 해도 아내가 공부하라고 등을 떠밀어 줬다. 매일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도 아내가 뒷바라지를 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내도 지난 2월 같이 졸업했고 대학에서 일을 하고 있다. 3월 1일부로 제가 복직했는데 졸업 후 1달 반 정도를 가족들과 보냈다. 43개월 된 딸과 아내는 부산에 있다. 힘들 때 늘 응원해준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너무 보고싶어서 매주 주말 부산에 간다. 지금은 주말부부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에는 아내가 서울로 올라와 꼭 함께 살 것”이라며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을 드러냈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으나 그는 아나운서로 계속 일할 예정이다. 이유를 묻자 오 아나운서는 “박사 과정을 그만뒀을 때와 같은 생각이다. 아나운서에 대한 애정이 있다. 또 제가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반한 것이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열망이나 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주어진 방송을 최대한 열심히 하고, 아직은 역량이 부족하지만 향후 기회가 된다면 시사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다. 그러면서 좋은 영향을 끼치는 좋은 언론인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나운서 겸 변호사로 접합점도 찾고 있다. 오 아나운서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복직한 이후, 계속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라며 “변호사 자격증이 주어지면 아무래도 전문가라는 인식이 생긴다. 또 제가 공학을 10년 정도 공부했기 때문에 이해한 부분을 전달할 수 있는 지식적 배경도 가지고 있다. 어떤 이슈들을 깊이 들여다볼 때 지식적인 배경을 가지고 대중들에게 어떻게 쉽게 전달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들은 부러워할 전공과 직업 자격증을 두루 갖췄다. 오 아나운서에게 마지막으로 취준생을 위한 조언이 있는지 묻자 “제가 멘토가 될 수 있겠느냐”고 겸손해 하며 “지금 도전하고 있는 게 있다면 본인이 결정한 도전 아닌가. 내 선택이,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다 보면 결과가 만들어지지 않아도 그 과정에서 얻는게 있을 것이다. 충실히 노력하면 훨씬 더 성장한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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