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육부·교육감 제각각 목소리..갈 길 막막한 고교학점제

고교학점제 시범학교인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와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달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시·도교육감 당선인들이 고교학점제를 두고 서로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어 향후 추진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차기 교육감 17명 가운데 10명은 예정대로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반면 7명은 보완·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윤석열 정부는 고교학점제를 큰 틀에서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대입제도와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6·1 지방선거 결과 진보 교육감의 영향력이 줄고 보수 교육감을 선택한 지역이 늘면서 고교학점제 도입 과정 역시 변화를 맞을지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당선된 시·도교육감 당선인 중 당초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이 예정된 2025년까지 유예 없이 학교현장에서 도입이 가능하다고 보는 쪽과, 제도 보완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보는 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3선에 성공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해 당선인 10명은 준비단계를 거쳐 2025년 예정대로 전면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데 반해, 하윤수 부산시교육감 당선인 등 7명은 고교학점제 시행에 원론적으로는 찬성한다면서도 보완을 위한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이 직접 들을 과목을 고른 뒤 해당 과목에서 배운 학업성취도가 기준을 넘으면 학점을 취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학생이 스스로 다양한 진로에 맞게 수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2018년 시범학교를 시작으로 점차 도입 학교를 늘려왔다. 오는 2025년까지 전면 도입 예정이지만 교육현장에서 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다른 입시제도와 상충되는 지점이 적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나왔다.

고교학점제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대입정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면서, 현장에서 학교와 협의를 거쳐 시행하는 책임은 교육청에 있으므로 교육감의 입장이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고교학점제 추진 점검 및 보완 방안을 마련’이 명시돼 있어 교육부가 고교학점제의 기본 골격은 유지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정작 세부적인 수정·보완 방향에는 시·도교육감과 학교현장의 의견 역시 저마다 엇갈리고 있어 앞으로의 변화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교육정책의 변화에 걸맞는 교원 인력 지원이나 교실 확보 등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현장에서는 적잖은 불만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일반 고등학교의 참여율이 80%를 넘어섰다는 점도 도입 속도를 조절하기 어려운 이유로 작용한다.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로 지정된 일반고는 지난해 939곳(55.9%)에서 올해 1413곳(83.9%)로 늘었다. 교육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단계적 이행계획에 따르면 이 비율은 내년 95%, 2024년 100%까지 높아질 예정이다.

결국 고교학점제 자체는 지속적으로 추진되면서 시기와 평가방식 등에서만 세부적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제시된대로 ‘맞춤형 교육과정’을 구현하는 취지에 맞게 원칙적으로 절대평가(성취평가제) 방식을 적용하되, 어느 과목까지 적용하는지에 따라 변수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석차 등급제를 병행하는 범위 역시 향후 당국의 방침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이번 선거 교육감 당선인 중 대체로 진보 교육감은 고교학점제에 긍정적이고, 보수 교육감은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이러한 대비가 꼭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향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진보성향 당선인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처럼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 반면 보수성향 당선인도 대부분 원론적으로 제도에 찬성하고 있으며,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이나 신경호 강원도교육감 당선인처럼 예정대로 도입해도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진보 성향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역시 선거 전 후보간 토론회에서 “여건과 환경이 불비할 뿐이고, 보완책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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