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룸 세대갈등 어디에서 오는지 탈탈 털었다

“옛날에는 기자정신의 표상이다 했던 행동들이 요즘은 비난받기도해”
조직차원에서 기자 개개인에 대한 파악 이뤄져야해…기자 생애주기 변해
“내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 칭찬에 인색한 선배들 때문”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요즘 젊은 기자들은 끈기가 없다. 책임감이 부족하다’ 언론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나오는 말이다. 지난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제2회 뉴스룸 세대 갈등 토크쇼에서 2030세대 ‘요즘 기자들’이 모여 뉴스룸 내부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세대갈등 양상에 대해 논의했다.

2018년 입사한 양소연 MBC 기자는 “선배들이 너넨 열정이 부족하다고하면 어느지점에서 부족한지 잘 공감하기 어렵다. 옛날에는 어느 출입처든 취재원하고 기자들이 불가근불가원이 아니라 굉장히 친밀하고 가까웠지만, 요즘은 훨씬 더 취재원들하게 접촉하기 어려워졌다. 훨씬 더 집요해야 취재가 되는데, 자기들만의 기준에서 ‘끈기가 없다’고 얘기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5년 입사한 원종진 SBS기자는 “요즘 애들은 일을 등한시한다는 얘기가 나오는게 일의 성격과 보상체계가 예전과 너무 달라져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원종진 SBS 기자는 “예를들면 박종철 고문치사 취재하던 기자들이 국과수 화장실에 숨어있다가 나와서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등 기자가 기사를 썼을 때 갖는 영향력, 기자라는 것 자체가 주는 엄청난 소위 위상이 지금은 너무나 다르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인생의 모든 걸 넣었을 때 나오는 효용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2회 뉴스룸 세대 갈등 토크쇼

2015년 입사한 박광렬 YTN 기자는 “옛날에는 기자정신의 표상이다 했던 행동들이 요즘은 비난받는 행동도 많다. 기자에 대한 시선 자체가 많이 차가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소연 기자도 “이를테면 어떤 사람들 집에 가서 뻗치기하는게 예전엔 기사 정신으로 포장됐다면, 지금은 누군가 집까지 찾아가는게 비인권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며 “언론이 감시기구이지만 동시에 훨씬 더 많은 감시를 받으면서 얻을 수 있는 가치보다는 비난에 휩싸일 가능성이 훨씬 많으니까, 내가 이 일을 이렇게까지 스트레스 받으면서 계속 해야하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원종진 기자는 “선배세대들은 ‘기자인데, 기잔데 말이야’라고 하면서 후배들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뜯어보면 선배세대들이 일하셨던 환경의 업무 성격, 특성, 양과 후배들이 하는 것들이 사실 거의 다른일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박광렬 기자도 “90년도 초반 입사한 선배들이 적응을 못하는게 당연하다. 그때 일과 지금일은 완전 다른 일이 되어있다. 기사 출고방식 취재방식부터 소비되는 것까지 다 달랐다. 그 부분을 서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 환경 바뀌었다는걸 인정하면, 패배주의라고 받아들여”

선배들 앞에서 더욱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박광렬 기자는 “지금은 기사 방향성에 대해 토론하더라도 결국엔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의 생각에 맞춰서 가게되지 않나 생각한다. 옛날엔 선배들과 치열하게 토론하고 싸웠다는걸 보면 부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선배들과 크게 싸우면, ‘저녀석 패기있네’보다는. ‘피곤한 후배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종진 기자는 “방송리포트로 생각해보면, 과거 선배들이 쓰던 생산물과 저희가 내놓는 생산물의 성격자체가 너무 달라졌다. 전에 MBC 뉴스데스크에서 리포트 나간다 그럼 전국민 1/4가 앉아서 보고, 대한민국의 소식들을 망라해줬고, 하나하나의 가치가 높았다. 그런데 지금은 메인뉴스 리포트만 만드는게 아니라 콘텐츠 수요가 매우 많다. 큰 수사가 벌어질 때는 예민해지면서 기사 하나로 싸우기도 하지만, 평시에는 그게 예외적인 일이 됐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2회 뉴스룸 세대 갈등 토크쇼 유튜브화면 갈무리. 원종진 SBS 기자(왼쪽), 박광렬 YTN 기자(오른쪽)

‘과연 언론사에 기자 자신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있을까’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박광렬 기자는 “선배들은 ‘회사가 크면 그게 개인 커리어인거지 뭘 바래’라고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과연 언론사의 자신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있을까 의문이 든다. 특히 보도채널은 24시간 뉴스다보니, 누군가가 단독을 하는것만큼 누군가는 의무방어용 기사를 써야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사람도 있기 때문에 누군가의 단독도 빛이 난다. 모두가 공평해’라고 말하는데, 그런식으로 접근하다보면 회사 내에서, 항상 일하는 사람만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원종진 기자는 이제는 조직차원에서 기자 개개인에 대한 파악이 이뤄져야함을 강조했다. 원종진 기자는 “어떤 기자는 한 분야에서 전문성 키우고 싶은 기자도 있고, 어떤 사람은 조직에서 옛날처럼 잘나가고 싶은 기자들도 있을 것이다. 조직원들에 대한 파악이 불가능하기보다는 안하다보니까 계속 안하는 측면이 있다. 시스템이 안갖춰져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양소연 기자도 “아주 사소한거라고 할지라도 데스크와 작은 부분에서 소통이 막혀버렸을 때 ‘이럴거면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시작된다. ‘조직에서 인정받고 싶은데 인정 안해줘’ ‘워라벨 지킬 수 없어’까지 가기도 전에 ‘내 말이 전혀 안먹히네’라는 경험이 축적되면 여기 계속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배들은 왜 말을 안들어줄까’라는 얘기를 진짜 많이한다”고 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제2회 뉴스룸 세대 갈등 토크쇼 유튜브화면 갈무리. 양소연 MBC 기자.

박광렬 기자는 “언론사가 가지는 특성, 사회적 역할 자체가 너무 많이 바뀌었는데, 바뀌었다는걸 인정하는걸 선배들은 패배주의라고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우리때처럼 밤 12시까지 취재원 만나고 맨날 술먹고 새벽 5시에 나오고 그렇게 하면서 그런말 하면 모르�募쨉� 너네는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하면서 ‘세상이 바뀌어서 그렇다 선배 때는 포털도 없었잖아요’라는 말만 한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결정권자는 결국 선배 기자인 경우가 대부분” “기자 생애주기 변해”

선후배간의 경험이 다르지만, 의사결정권자는 결국 선배 기자인 경우도 대부분이다. 박광렬 기자는 “의사결정권자들이 아직 선배들이지만, 결정권자가 경험해보지 못한 기자의 경험이 있다”며 “흔히 욕먹을 각오하고 직언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번 내가 내 의견을 관철시키면 향후 수많은 과정에서의 태클이 눈앞에 보인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2017년 입사한 손성배 경인일보 기자도 “정말 중요한 사안 아니면 나는 다 양보한다. 하고싶은대로 해야되겠다 할 때, 그동안 양보했으니까 스무스하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제2회 뉴스룸 세대 갈등 토크쇼 유튜브화면 갈무리. 손성배 경인일보 기자.

기자의 생애주기가 이전과 변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원종진 기자는 “예전에는 기자가 30대까지 열심히 에너지를 쏟고 40대부터 데스크 하면서 관리자를 맡는 생애주기가 있었다. 선배 입장에서는 잔인한 말이지만, 지금은 ‘선배도 일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후배들에게서 자라난다”고 했다. 박광렬 기자는 “기자의 생애주기가 옛날에 언론사가 몇 개 안되고 온라인도 없던 시기에는 가능한데, 지금은 세대가 변한게 아니라 세상이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종진 기자는 “바뀐 환경에서 선배들이 어떻게 업무량을 배분할 것인지, 후배 세대들은 어떤 유인을 주고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해 논의해야하는데, 논의가 계속 태도, 문화로만 간다. 그러다보니 이 문제는 끝이 안나고 결국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이라고 했다. 양소연 기자도 “후배들끼리 있으면 ‘선배들은 뭐해? 우리만 일하는 것 같아’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선배들이 진짜 억울하실 수 있다. 하지만 선배들이 일을 적극적으로 보여주시면 좋지 않겠나 생각된다. 나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제2회 뉴스룸 세대 갈등 토크쇼 유튜브화면 갈무리. 박광렬 YTN 기자.

양소연 기자는 “누구도 응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매일 하다보니까, 자꾸 이 일의 의미를 혼자 매일 찾아야한다. 취재 진짜 열심히하는 선후배들 많은데, 왜 우리의 노력은 어딘가에 통하는 느낌이 없고 빗겨져 나오는 것만 같은 느낌일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보니까 저연차일수록 회사에 애정을 덜 갖게 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손성배 기자는 “내 노력이 발현되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칭찬에 인색한 선배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정파적이고 자기들이 원하는걸 관철시키고 있다는 등 욕을 많이 듣고 있긴하지만, 우리가 왜 이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지 못할까 생각했을 때, 언론사 자체에서 ‘당연히 좋은 기사 매주 써야되는거고, 덩연히 만나기 어려운 취재원 만나서 인터뷰해야한다’고 생각하는 풍토때문에 기자 스스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선배들이 이제는 조금 더 넉넉하게 그때그때 피드백을 줘야 한다. 열심히 하는 후배가 있으면 얘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선후배간 갈등 해소 위해 의사결정 과정 변화해야해”

2030 기자들은 공통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의 변화를 요구했다. 원종진 기자는 “위에 수뇌부가 대부분 부장들인데, 대법관들 서오남 비판하는 것보다 인적 구성이 더 심하다. 적어도 논의하는 자리에는 선후배간 갈등을 해소하려면 후배들을 넣어주며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건 우리세대의 몫이다”라고 했다. 박광렬 기자는 “언론사는 입사년도에 따라 한번 선배면 계속 선배가 된다. 그걸 한번 어기면 굉장히 안좋게 본다. 이런 시스템 자체를 시대의 변화에 맞게 조직도 바꾸고, 의사결정 과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말하고 바보되고 끝날 수 있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성배 기자는 “선임장이 편집회의에 들어가서 자기 목소리를 낸다거나, 대신 들어가서 보고 들은 것을 모두 정리해서 다 공개하면 그 자체로 변화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광렬 기자는 “요즘 젊은 세대는 신이 나면 누구보다 잘하는 세대 같다. 근데 회사가 신이 못나게 하는 것 같다. 신이 나려면 본인의 업무가 존중받고 시너지가 날 수 있어야하는데, 대부분 언론사가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양소연 기자도 “오랜 경력을 갖고 있는 선배들은 강고한 벽이다. 저희의 경험이 빈약하기 때문에 논리나 근거가 떨어질 수도 있고,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문을 열어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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