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대법, “친중·친북 민주당 국회의원 63명 떨어뜨려야” 발언 김진홍 목사 무죄 확정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온라인 예배 도중 ‘친중·친북하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설교한 목사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은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여야 하기 때문에 행위자가 주관적으로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거나, 결과적으로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후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면 사전선거운동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진홍 동두천 두레교회 목사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직선거법 위반죄의 선거운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김 목사는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초 여당인 민주당 후보를 떨어뜨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 목사는 2020년 1월 4일 오후 1시경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 연사로 참석해 그곳에 설치된 확성장치에 연결된 마이크를 사용해 집회 참가자들에게 “2019년 12월 27일 선거법이, 30일엔 공수처법이 통과돼서 내 주위엔 나라가 망할 듯이 한숨 쉬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을 가집시다. 앞으로 기회가 있습니다. 1월 8일 공수처법이 관보에 등재가 될 거고 6개월 뒤 발효되는데 그 중간인 4월 15일에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있습니다. 국회의원 300명 중 우리 국민들이 151명만 뽑아주면 끝납니다. 거기에 길이 있습니다. 여려분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에 지금 주사파 정권을 반대하는 애국시민들이 전부 당선될 수 있도록 151명 이상 투표로 뽑읍시다. 4월 15일은 피알(PR)해야 합니다. ‘피가 나도록 알리는 걸’ 피알(PR)이라 합니다. 여러분, 4월 15일을 우리가 피가 나도록 피알(PR)하기를 바랍니다. 친북좌파가 세력을 잡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 몰아낼 날이 다가옵니다”라며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및 그 소속 후보자들을 지지하지 말아달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또 그는 또 같은 해 3월 8일 동두천시에 있는 자신의 교회에서 인터넷 방송을 통해 소속 교인 약 400명을 대상으로 주일예배 설교를 하면서 “4월 15일 선거를 통해서 주사파에 가까이 안 가는 사람들을 뽑으면 되는 것입니다. 그 선거 1년 반 뒤에 또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지난번에 여당 국회의원 63명이 친중·친북 정책을 선언하는 선포를 했습니다. 현역 국회의원 63명이 거기에 서명을 했습니다. 나는 뭐 산속에 있으니까 정치 현장에 있지 않습니다만 내가 정치하는 친구들한데 그럽니다. 63명 명단이 다 나와 있다. 그걸 공포를 해서 친중·친북하던 국회의원들은 다음 선거에 떨어뜨려야 한다. 교회가 해야 될 정치는 그런 거다. 이런 사람들은 이런 이런 한 적이 있으니 표 찍지 맙시다하면 국민들이 똑똑하기 때문에 잘 알려주면 표를 안 찍습니다”라며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및 그 소속 후보자들을 지지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검사는 위 두 발언을 문제 삼아 김 목사를 공직선거법상 ‘확성장치를 사용한 사전선거운동’ 혐의와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에서는 김 목사의 발언이 민주당이라는 특정 정당을 반대하거나 특정 후보자를 낙선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김 목사의 발언은 ‘주사파’나 ‘친북좌파’, ‘친중·친북 성향’인 사람을 지지하지 말아달라는 것인데, 이들 개념은 그 의미 자체가 추상적이고 판단하는 사람의 주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 위 각 개념의 외연의 범위를 객관적으로 확정할 수 없어, 그에 해당되는 정당 내지 후보자가 명확하게 특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김 목사가 2020년 1월 4일 집회에서 ‘문재인 정권’을, 같은 해 3월 8일 설교에서 ‘여당 국회의원’을 거론한 점을 들어 민주당을 지지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목사가 1월 4일 집회에서 한 발언의 전체 내용을 보면 정부가 2019년 11월 쪽배를 타고 북한에서 넘어온 탈북자 2명을 다시 북한에 넘긴 사례 등 현 정부가 친북 성향을 보였다고 생각하는 사건들을 비판하면서 문 대통령이 평화회담을 한다고 2년간 시간만 끌고 한미군사훈련을 없앤 것을 멍청한 짓이라고 비난하는 등 맥락상 단지 ‘주사파’, ‘친북좌파’ 성향인 사람들을 지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발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또 3월 8일 설교의 주된 내용은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슬기롭게 대처하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취지였고, 선거와 관련된 발언은 약 48분에 이르는 전체 설교 중 약 2분에 불과했다는 점과 김 목사가 “민주당하고 주사파 정권하고 구분해야 됩니다. 민주당을 다 나쁘게 보는 것은 그건 편견입니다”라고 얘기하거나 “민주당 안에도 좋은 인사들이 많습니다”라고 발언하는 등 민주당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의사를 경계하는 취지의 발언도 한 점도 참작이 됐다.

한편 검사는 김 목사가 설교에서 언급한 ‘여당 국회의원 63명’은 2016년 12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반대서명운동에 동참한 국회의원 중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인 63명으로 특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사의 공소사실은 김 목사가 발언을 통해 ‘민주당과 그 소속후보자’에 대한 낙선운동을 했다는 취지일 뿐, 63명의 민주당 국회의원을 특정해 각 개인 후보자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했다는 취지는 아니라는 점이 문언상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검사의 주장처럼 김 목사가 반드시 사드배치 반대서명운동에 동참한 민주당 국회의원을 의식하고 63명의 국회의원을 언급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김 목사의 발언을 듣는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해당 발언을 들을 당시로부터 약 3년 3개월 전에 이뤄진 서명운동에 참여한 63명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급심이 김 목사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가장 큰 이유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 개념의 필수요소인 ‘후보자 특정’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문제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등록은 2020년 3월 26일부터 27일까지 양일간 이뤄졌다”며 “그런데 이 사건 집회와 예배는 2020년 1월 4일 및 같은 해 3월 8일 개최된 것으로 이때는 위 선거와 관련한 후보자 등록이 이뤄지지 않아 아직 그 후보자 특정이 되지 아니한 시점임이 역수상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는 피고인의 각 발언 당시 후보자 등록이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해당하는 자는 있었고,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대한 사전선거운동도 처벌대상이 되는 바 피고인의 각 발언은 그에 대한 선거운동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며 “그러나 이 사건 공소장 기재에 의하면 특정 개인 후보자에 대한 선거운동을 이유로 공소를 제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바, 어떠한 개인이 이 사건 집회 및 예배 무렵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로서 선거에 입후보할 의사를 객관적으로 표출하는 상황에 해당했는지 여부는 이 사건 검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그렇다면, 피고인의 위 각 발언 당시에는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운동’의 전제가 되는 ‘특정 후보자’도 존재하지 아니하였는 바, 위 각 발언은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에는 선거운동의 개념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례가 바탕이 됐다.

헌재는 2004년 “선거운동의 개념은 ‘특정한’ 또는 적어도 ‘특정될 수 있는’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위한 행위여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물론, 특정 정당의 득표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도 필연적으로 그 정당의 추천을 받은 지역구 후보자의 당선을 목표로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도 선거운동의 개념을 충족시킬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발언을 통해 당선시키고자 하는 정당 후보자가 특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은 2016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선거운동’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에 해당하는지는 행위를 하는 주체 내부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에 표시된 행위를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행위가 당시의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보아 그와 같은 목적의사를 실현하려는 행위로 인정되지 않음에도 행위자가 주관적으로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거나, 결과적으로 행위가 단순히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또는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는 데 필요하거나 유리하다고 해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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