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울광장 퀴어퍼레이드 하루만 허가

2019년 6월1일 오후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스무번째 도약, 평등을 향한 도전!’ 참가자들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무지개색 대형 천을 펼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서울시가 퀴어퍼레이드를 위한 서울광장 사용 신고를 조건부 승인했다. 하루만 열되, 과도한 신체 노출 등의 행위를 제한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행사 주최 쪽은 조건부 승인 자체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시 열린광장 운영 시민위원회(이하 ‘광장 운영위’)는 15일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내달 12~17일 서울광장에서 퀴어퍼레이드를 열겠다고 한 신고를 심의한 뒤 신고 기간 중 내달 16일 하루만 서울광장 사용을 허용키로 결정했다. 또 과도한 신체 노출, 음란물 전시·판매 행위도 제한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계열 서울시 총무과장은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 활동이라는 서울광장 조성 목적과 행사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한 점 등을 고려해 특정 단체가 6일간 광장을 점용하게 할 순 없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서울광장은 신고제로 운영한다. 다만 광장 운영위 의견을 들어 신고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예외 규정을 뒀다.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보면, ‘광장의 조성 목적에 위배되거나 다른 법령 등에 따라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 ‘동일 목적의 행사를 위해 7일 이상 연속적으로 광장을 사용하고, 다른 행사와 중복될 경우’ 등에 서울시가 광장 운영위에 안건을 상정할 수 있게 했다.

이번 퀴어퍼레이드 서울광장 사용 신고를 광장 운영위에 넘긴 건 ‘광장의 조성 목적에 위배되거나 다른 법령 등에 따라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서울시가 판단했다는 뜻이다. 서울광장 조성 목적은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공익적 행사 및 집회와 시위의 진행 등’이다.

반면 퀴어퍼레이드를 지지하는 쪽에선 퀴어퍼레이드가 성소수자의 존재를 드러내고 권리를 확장하는 건전하고 공익적인 행사로 본다. 광장 조성 목적에 부합하는 행사로 본다는 뜻이다.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서울광장은 신고제로 운영되는데 조건부 허가를 한 것 자체가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퀴어퍼레이드 서울광장 사용 신고 건을 광장 운영위 안건으로 상정해왔다. 2015년 처음 서울광장에서 퀴어퍼레이드가 열린 뒤 행사 반대 여론이 일자, 시가 직접 사용 신고를 수리하는 대신 위원회에 결정 권한과 부담을 넘긴 것이다. 서울시는 2016~2019년 조직위가 1~6일 사용 신고하면, 매해 1~3일 허용해왔다고 설명한다. 이번 결정이 이례적인 판단은 아닌 셈이다. 2020년과 지난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서울광장에서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

다만 서울시 인권위원회는 서울시의 이런 행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9월 서울시 인권위는 광장 운영위 안건 상정에 대해 ‘(48시간 안에 수리 여부를 통보하지 않고) 부당한 절차 지연으로 그 처리를 지체한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조치”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지도·감독을 권고했다.

한편 광장 운영위는 변호사, 교수, 건축가, 시민사회활동가, 서울시 의원, 서울시 간부 등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서울시 의원 2명은 불참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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