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탐정M_이은해 공판] “내연남이 남편 생명보험료 냈다”

‘계곡 살인사건’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 건 8억원의 생명 보험금이 단초였습니다.

2년 전 이은해는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며 각 언론사 제보 게시판에 글을 올렸습니다.

2020-03-09 23:57:08 제목 : 보험사의 만행 제보자 : 이은해 2019.06.30일경 7명이서 계곡에 놀러갔는데 남자들끼리 다이빙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뛰어내린 배우자가 물밖으로 나오지 못해 사망하였습니다. 사고 당시 목격자는 4명이었습니다. .. 2019.10월 중순 경찰조사가 사고사.익사로 종결이 되었고 사망진단서에도 비의도적 사고. 익사. 외인사로 나와있는 상태이고 부검결과도 익사로 나온 상태입니다. .. 2019.11.11 □□보험사에 일반사망진단금 8억을 청구하였습니다. .. 서류 청구를 하고 4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조사중”이라는 이유 하나로 이렇게 지급 지연이 될 수 있는 건지. .. 보험약관과 법을 무시하고 할 도리를 전혀 하지 않는 보험사의 만행을 제보하고 싶습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빨리 주지 않는 ‘만행’을 고발하겠다던 이은해.

지난 주(8월 11일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린 이은해와 조현수의 6차 공판에서 검찰은 이들의 보험사기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관련 분야의 증인 3명을 신청했습니다.

A씨: 이은해 사건을 직접 조사했던 □□보험회사의 전직 SIU(보험사기특별조사팀) 요원 B씨: 보험 관련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 C씨: 같은 보험회사의 현직 SIU 요원 B씨

그날 재판에서 진행된 증인신문 내용입니다.

============================================================================================== 검사 : 이은해와 남편이 가입한 보험 상품들의 특이한 점은 뭐였습니까?

증인 A(전직 SIU 요원) : 사망담보 금액(8억원)이 큽니다. 통상적으로 사망 보험금은 5천만원 정도, 많아봐야 1억원입니다.

검사 : (이은해의 보험 상품 연체 내역을 보여주며) 보험계약이 여러 차례 실효됐다가 간이 부활됩니다. 이은해가 제 때 납입을 못해서 실효와 부활을 반복하는데, 이런 계약자가 자주 있습니까?

증인 A : 보통의 계약자들은 저렇게 보험계약을 자주 실효시키지 않습니다. 한번 실효시키면 다시 부활시키는 절차도 까다롭습니다. 그리고 자동이체를 걸어 놓으면 계좌에서 저절로 빠져 나가니까 저렇게 자꾸 실효될 수가 없죠. ==============================================================================================

숨진 이은해 남편 윤 모씨의 보험 계약은 사망 시 수익금을 전부 이은해에게 주기로 설계돼 있었습니다. (※ 이은해도 생명보험에 들었지만, 수익자는 남편이 아니라 자신의 딸이었습니다.)

다음 순서로 나온 전문가 B씨는 좀 더 구체적인 증언을 이어 갔습니다.

============================================================================================== 증인 B(보험 전문가) : 작년 12월 초 보험협회로부터 이 사건에 대한 자문 의뢰를 받고 제가 의견서를 썼습니다. 10여 개 정도 쟁점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중 하나는, 피해자인 남편이 처음에는 보험 계약을 거절당했다는 겁니다. 간 수치가 높다는 이유였는데, 이렇게 거절당하고 나자 얼마 뒤에는 친분 있는 설계사까지 동원해서 결국 보험을 들었습니다. 보통 보험계약은 보험회사가 적극적으로 고객을 찾아가서 설득하는 식인데, 물론 제 주관적인 느낌일 수 있지만.. 이 계약은 마치 적극적으로 계약자가 ‘보험 쇼핑’에 나섰다는 느낌이 들었고요.

또 하나,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해당 계약은 만기를 55세, 60세 정도까지로 단축한 조건들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험금은 상당히 높은 액수인데, 보장기간이 (오히려) 많이 짧아요.

또 (이은해와 남편이) 각각 매달 32만원, 40만원 정도씩 보험료를 냈습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큰 돈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피해자의 사망 직전 여러 정황들을 봤을 때는 부담되는 보험료라고 생각되거든요.

여기에다가 계약의 해지와 부활이 굉장히 빈번하게 이뤄졌습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돈을 낼 수 없으면 계약 해지를 그냥 받아들이고, 해지 환급금 정도만 받고 마무리짓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이 계약은 굉장히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해지가 많았는데도, 다시 보험료를 내고 계약을 살렸습니다. 이 ‘보험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굉장히 집착했다’, 그런 게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검사 : 남편 사망 시 보험금을 받는 계약은 남편이 피보험자인데 계약자가 이은해입니다. 그러면 약관상 이은해가 수익자를 변경할 수 있는 겁니까?

증인 B : 수익자를 지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계약자에게만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사건의 경우, 남편이 피보험자로 돼 있고 실질적으로 보험료를 부담한다고 해도 이 보험금이 누구에게 갈 것인가는 계약자만 결정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거죠. ==============================================================================================

다시 말해, 남편이 보험료를 실제로 냈다 하더라도 보험 계약의 당사자는 이은해였기 때문에, 남편이 사망할 경우 누가 생명 보험금을 받을지는 오직 이은해만 결정하거나 바꿀 수 있었다는 겁니다.

세번째로 나온 증인 C씨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추가 증언을 했는데, 검사는 증인 신문 과정에서 이때껏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관계를 공개했습니다.

============================================================================================== 증인 C(현직 SIU 요원) : 요즘 고령화 사회이기 때문에 보통 보험 계약은 80세 만기 정도로 많이 들지, 피해자처럼 연구직에 있는데 만기를 55세, 60세까지 이렇게 짧게 가져가는 경우는 이례적입니다.

검사 : 이 보험계약은 총 6회에 걸쳐 실효됐다가 부활했습니다. 피고인들의 주장은 (평소) 보험료에 신경을 못 쓰고 있다가, 해지가 되면 부활시켰다는 취지인데요.

증인 C : 보통 보험료는 자동이체를 많이 선호합니다. 그런데 계좌 잔고 부족으로 실효되는 경우는 처음 봅니다. 계약을 한 후 사망 시까지 6번씩 부활한 그런 케이스는, SIU 팀에서 본 적이 없습니다.

검사 : (보험료 이체 내역을 보여주며) 여기 2019년 5월 보험료는 가상계좌에서 조현수 명의로 입금됐는데요. 보험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 3자가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건 특이한 것 아닙니까?

증인 C : 네, 특이하고 거의 없는.. =============================================================================================

이은해 명의 계좌의 잔고 부족으로 보험료가 미납되자, 조현수의 계좌에서 보험료가 납부된 적도 있었던 겁니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요.

이은해와 조현수 측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 “피해자가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하지 않고 이은해로 지정한 게 이례적이라고 하는데, 이례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보험 계약이 수상하다는 정황으로 바로 연결시킬 수 있는가?”

– “55세, 60세를 만기로 설정했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보장 기간이 짧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가장이 한창 활동할 시기에 사망할 경우에 남은 가족들을 생각해서 만기를 그렇게 결정한 게 합리적 판단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100세 만기로 설정하면, 70세 자식에게 주는 보험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 “보험의 실효와 부활이 자주 반복됐다고 하는데, 이미 많이 알려졌지만 피고인들은 해외 여행도 많이 다녀오고 도피 중에도 여행을 가는.. 그러니까 꼭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이런 라이프 스타일 때문에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보험료 납부를 단순히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는 취지).”

등의 논리로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그날 공판에서 직접 가져온 종이에 중간중간 무언가를 적으면서 증언을 들었습니다. 한번씩 주변을 둘러보기도 하는 조현수와 달리, 이은해는 방청석 쪽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증인을 응시하고 있거나 고개를 숙인 모습이었습니다.

이들은 현재 살인과 살인미수, 보험사기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은해의 남편 윤 모씨를 죽인 적 없고, 죽이려 한 적도 없고,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금을 받으려고 한 적도 없다는 겁니다.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요. 앞으로도 최소 8번의 공판이 남아 있습니다. 다음 공판은 오는 목요일(18)일 오후 3시 반에 열립니다.

(조재영jojae@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398216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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