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심판’ 드라마 아니다..왕따시켜 친구 죽음, 장애 학생에 오물에도 ‘집행유예’

인천 장애 여고생 오물 폭행 사건 10대 피고인.ⓒ연합뉴스

법원이 2년 전 극단적 선택을 한 여고생을 상대로 온라인 상에서 ‘사이버 불링’(왕따)을 한 10대 여학생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 여학생은 지난해 인천에서 다른 장애 여학생에게 오물을 붓는 등 폭행을 가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오기두 판사)은 17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A양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A양은 2020년 9월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서 B(2020년 사망 당시 16세)양이 성적으로 문란하고, 이른바 ‘일진’으로 활동했다는 허위 내용으로 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이 단체 대화방에는 B양뿐 아니라 그의 남자친구 등 또래 10대 7명이 있었다. B양의 남자친구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괴롭힌 사실을 추궁하며 사과하라고 요구하자 A양이 막말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양은 사흘 뒤에도 SNS 단체 대화방을 만든 뒤 B양과 친구들을 초대해 “더러운 X. 패줄게. 좀 맞아야 한다”며 B양을 모욕했다.

A양은 과거에도 B양에게 SNS 메시지를 보내 심한 욕설을 하거나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소문을 내겠다”며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겁을 주면서 돈을 구해오라고 한 뒤 현금 3만5000원을 뜯거나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하기도 했다.

B양이 2019년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채팅방에서 공개한 공범 C군도 A양과 함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이 소년부로 송치하는 결정을 내려 형사 처벌은 피했다.

소년부 송치 결정을 받으면 형사 처벌 대신 소년법에 따라 ‘보호자·위탁보호위원 위탁 처분’부터 ‘소년원 송치’까지 1~10호의 처분을 받게 된다.

온라인에서 따돌림을 당한 B양은 단체 대화방에서 모욕을 당하고 몇 시간이 지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성폭행 가해자의 선고 공판을 열흘 앞둔 시기였다. B양을 성폭행한 가해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혐의로 장기 5년~단기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A양은 지난해 인천 장애 여고생 오물 폭행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장기 1년~단기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아 석방됐다. C군도 이 사건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인천시 부평구 한 모텔에서 지적장애 3급인 여고생의 머리를 변기에 내려찍는 등 폭행하고 담배꽁초 등이 담긴 재떨이와 샴푸 등 오물을 몸에 붓기도 했다.

오 판사는 “A양이 단체 대화방에서 피해자 명예를 훼손했고 돈을 뜯거나 폭행하는 등 지속해서 괴롭혔다”며 “16살인 고교 1학년생인 피해자는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꽃다운 나이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자 부모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보다 더한 심신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피해자 부모로부터 용서를 받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법질서를 우습게 아는 태도가 인성에 내재돼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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