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발견한 ‘내일의 스타’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스물다섯 스물하나’, 사진제공=tvN

1990년대 말 2000년 초를 배경으로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청량 로맨스물 ‘스물다섯 스물하나'(극본 권도은, 연출 정지현 김승호)가 연일 1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열풍을 이끌고 있다. 넷플릭스와 티빙 등 각종 OTT에서도 부동의 국내 콘텐츠 TOP10 1위를 기록 중이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각종 밈과 짤이 재생산되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주연배우인 김태리와 남주혁을 향한 뜨거운 관심은 말할 것도 없는 상황. 둘뿐만 아니라 ‘태양고팸’이라 불리는 보나, 최현욱, 이주명에 대한 대중의 관심 역시 예사롭지 않다. ‘보석의 발견’이라 할 만큼 발군의 연기를 보여주며 차세대 대세로서 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세 배우에 대해 살펴봤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보나, 사진제공=tvN

#보나, 똑쟁이 고유림의 은밀한 이중 생활…연기-노래-춤 다되는 팔방미인

보나는 극중 ‘국민 여동생’인 똑쟁이 펜싱 금메달리스트 고유림을 연기하고 있다. 유림은 ‘겉바속촉’한 사람이다. 자칫 차가워 보이지만 누구보다 여린 마음의 소유자다.어려운 집안 형편에 보탬이 되기 위해 목숨 걸고 펜싱을 한다. 어린나이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어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로 아픈 속사정이 있다. 없는 살림에 사고만 치는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는 유림은, 꿈보다 돈이 먼저인 청춘이다. 아버지의 차 사고비를 마련하기 위해 러시아 귀화를 선택하며 한 순간에 ‘국민 여동생’에서 ‘국민 역적’이 되는 불행도 겪는다. 고작 스무 살의 나이에 이러한 상황을 감내하는 유림의 모습은 유독 애달프게 다가온다. 

이러한 감정의 전이는 유림의 다단한 서사를 잘 형상화한 보나 덕이 크다. 김태리의 라이벌로서도 결코 지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유림을 완성하기까지 보나는 ‘오! 삼광빌라’ ‘당신의 하우스헬퍼’ ‘란제리 소녀시대’ ‘최고의 한방’ 등 여러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의 내공을 탄탄하게 다졌다. 하루 아침에 완성된 연기가 아닌, 성실함과 부지런함으로 완성한 오늘이다. 걸그룹 우주소녀의 멤버이기도 한 그는, 춤과 노래까지 뛰어난 팔방미인. 어느 포지션에 갖다 놔도 맞춤옷처럼 흡수하는, 글로벌 스타로서의 미래가 촉망된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최현욱, 사진제공=tvN

#최현욱, 태양고 예쁜이에서 국민 예쁜이로…Z세대 배우의 새 얼굴

최현욱은 극중 태양고 전교 꼴찌이자 인기남인 문지웅 역으로 눈도장을 찍고 있다. 지웅은 그 시절의 인플루언서이자, 시대 감성을 담아낸 순애보적 로맨티시스트다. 성적이 다가 아니라고 말하는 낙천주의자다. 선생님에게 꾸중 듣는 것이 익숙하지만, 그렇다고 주눅 들지 않는다. 공부머리는 없지만, 주위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쾌활함과 남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매력이 있다. 트렌드에 빠삭하고, 노래도 잘한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제일 궁금증을 부르는 캐릭터다. 존재 자체가 꿈과 같은 푸르른 청춘이다. 여자친구인 유림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에 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웅은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열풍을 이끈 주요 캐릭터다. 특유의 넉살과 재치 넘치는 멘트로 등장신마다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러블리’하다는 수식이 딱 들어맞는 인물. 최현욱은 이러한 지웅을 제옷처럼 소화하며 캐릭터에 더한 매력을 입히고 있다. 지난해 SBS ‘라켓소년단’으로 눈도장을 찍은 데 이어, 비슷하지만 진일보한 유연한 연기로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한다. 아직 2002년생이라는 점을 미루어 볼 때 톱배우로서의 가능성과 미래가 더 밝게 점쳐진다. 설렘의 얼굴과 긍정 에너지를 모두 갖춘 최현욱. Z세대 배우를 대표하는 새 얼굴이 되지 않을까 싶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주명, 사진제공=tvN

#이주명, 동경을 부르는 전교 1등…新 연기파 배우 탄생

이주명은 태양고 전교 1등이자 반장인 지승완 역으로 시청자와 마주하고 있다. 승완은 공부 잘하는 착실한 모범생임과 동시에 가슴 속에 반항심이 가득 찬 잔다르크다. 친구들이 선생님에게 체벌을 당할 때, 어디선가 등장해 모범생이라는 이점으로 친구들을 구한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학교 내 부조리를 고발하며 또래들의 마음에 불을 지핀다. 그러나 승완은 공부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안고 산다. 명문대학 진학을 단순히 꿈으로 삼는 정처없는 마음을 품고 사는 10대들의 대표적인 청춘이다. 승완은 수능을 코앞에 앞두고 제 발로 학교를 뛰쳐나왔다. 인터넷 방송을 한 게 문제가 됐다. 자신의 신념을 저버릴 수 없던 승완은 휘어지기보다 부러지기로 했다. 허나 부러진 승완의 모습엔 불안이 전혀 없다. 강한 자의식으로 서울대 진학을 꼭 이뤄낼 것만 같다.

승완은 또래의 동경을 가장 크게 일으키는 캐릭터다. 할 말 다 못하는 세상에서 할 말 다하는 승완의 모습은, 다부진 대사 위로 얹어진 이주명의 탄탄한 발성이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불을 지핀다. 이주명이 뱉는 대사, 눈빛 등 모든 게 승완이라는 인물과 꼭 맞아떨어진다. 본래 그런 학생이었을 듯 이주명은 승완 자체가 되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MBC ‘카이로스’, OCN ‘미씽: 그들이 있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수작들에서 쌓아올린 연기력으로 승완의 매력을 완성한다.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탄탄하다’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새로운 연기파 배우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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