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걱정되기 시작하는 오은영 박사의 선구안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오은영 박사가 방송에서 보여준 콘텐츠의 전문성과 업계에서 이룬 경력, 방송을 통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력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효리가 공공연하게 방송에서 만나보고 싶은 사람으로 꼽을 정도로 높은 인지도와 대중적 호감도 여전히 굳건하다. 특히 방송콘텐츠를 비롯한 대중문화의 핵심 고객이라 할 수 있는 2040 여성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백종원, 강형욱과 같이 자신의 브랜드로 방송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방송인의 계보로 놓고 봤을 때 최근 행보는 다소 갸웃하게 한다.

자신만의 분야를 확실히 정하고 관심사를 넓히지 않는 백종원이나 강형욱과 달리 오은영 박사는 분야와 역할, 지위, 제작 파트너를 점점 넓히고 있다. 그런데 육아전문가에서 가정의 멘토, 다시 우리 사회의 힐러로 역할과 브랜드를 확장하는 와중에 시청률과 영향력이 그와 비례해서 따라오는지, 과소비가 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다작도 다작이지만 프로그램을 고르는 선구안이 영민하게 브랜드를 구축해온 앞선 두 명과는 확실히 다르다. 캐스팅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오은영 박사가 본인의 브랜드를 내건 기획에 관여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만약 기획에 깊숙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지난 12일 KBS2가 예능으로 편성한 <오케이? 오케이!>는 오은영 박사가 거리로 나가 직접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보고 그에 대해 상담으로 고민을 해결해주는 콘셉트다. 착한 예능인 것은 알겠는데 무언가 기시감이 짙다. 거리로 나와 사람들을 만나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오은영 박사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게다가 그의 파트너는 한동안 백종원의 오른팔 역을 맡았던 양세형이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조명하고 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듣고, 또 개인 인터뷰를 따로 진행하는 점에선 tvN <유퀴즈>가 즉각적으로 떠오른다.

신선함이 부족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인생의 고민을 단 번의 심리 상담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부터 직관적으로 잘 와 닿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야 공감의 힘도 커진다. 그런데 사례자마다 연령대, 고민의 층위, 사연이 모두 다른데, 짧은 몇 마디를 통해 명쾌한 솔루션을 내려주기도 힘들뿐 더러 와 닿지 않는다. 육아지식, 부부 관계에 대한 조언 같은 특정한 관심사가 울타리를 만드는 것과 달리 고민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처럼 와 닿는 공감을 느끼기도, 유지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우리가 아는 서사다. 사례자가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꺼내고 눈물의 사연을 전할 때 슬프고 잔잔한 배경 음악을 깐다. 종편에서 많이 보는 뻔한 연출처럼 우리는 결국 오은영 박사가 명쾌하게 해결해주리란 걸 뻔히 알고 본다. 마치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다룬 <명량>이나 <한산>이 어떻게 전개되어 결말을 맺을지 대충 다 알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명량>에 1700만 관객이 든 이유는 스펙타클에 대한 기대였다. 마찬가지로 어차피 이뤄질 오은영 매직이라면 디테일이 포인트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골목식당>이나 강형욱의 콘텐츠처럼 애초에 이 기획은 우리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드라마틱한 결과를 담을 수 없다. “오케이?”를 묻고 “오케이!”를 받아냈다고 감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진심, 도움을 주려는 의지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의 실제 삶을 다루고자 한다면 잘 담아야 한다. 첫 회 붐업을 위해 송가인을 부르고, 2,3회에 걸쳐 김호중과 어머니 노래교실을 찾아가, 인간 김호중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진다. 그러면서 그 앞뒤로 출연한 사례자와 오은영 박사는 자연스레 주변으로 밀린다. 오은영 박사의 콘텐츠라면 시청자 입장에서 남는 것이 있는 효용이 높은 볼거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여러 육아 콘텐츠에서 육아의 개념, 시선, 실질적인 팁을 줬고, MBC <결혼지옥>은 솔루션보다는 성생활을 비롯해 부부 관계의 적나라한 문제를 방송에서 보여줬지만, 이번엔 기억에 남는 깨달음, 고민 해결의 쾌감이 아직까진 딱히 없다. 오은영의 브랜드가 기획의 8할이지만 오은영의 역할은 그 수치에 미치지 못한다.

<오케이? 오케이>는 KBS2가 편성했지만 제작은 <미스 트롯>시리즈를 만든 제작사와 관계가 있는 외주제작사가 한다. 첫 회에 송가인이 분위기를 띄우러 광장시장에 나오고, 2,3회에 김호중이 등장하는 것도 모자라 누구보다도 길게 상담을 받고 간 이유다. 아마도 트로트 스타들을 출연시켜 붐업을 하려는 계산이었겠지만 확장한 오은영 브랜드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오은영 박사가 해결사가 되기 위해선 오은영 박사의 원맨쇼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연도, 방향도, 포인트도 중구난방이다. 김호중 씨의 팬이 아니라면 이제 갓 서른에 접어든 트로트 스타의 개인사를 그렇게 진지하게 오래도록 들어줄 시청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상승한 시청률을 잘못 해석해서는 안 된다.

<오케이? 오케이!>의 가장 큰 착각은 방향 설정이다. 오은영 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칼럼에 열광했던 이들이 누구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그런데 앞서 말한 감정을 주조하는 연출법이나 트로트 스타에 기댄 마케팅 방식, 전통시장, 노래교실 등을 찾아가는 데서 오은영의 브랜드를 중년 타겟으로 끌어올리려 방향성이 보인다. 지상파 주요 시청층이 고령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오은영의 브랜드를 진정으로 확장하고 대중성을 확보하려면 오은영의 솔루션에 목마른 젊은 세대를 잡아야 한다. 젊은 세대의 멘토,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역할과 위치를 점해야 영향력이 발생한다. 그런데 지금은 완벽하게 역행하는 중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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