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고수하는 윤석열.. 거대야당 반발 돌파할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임형택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여성가족부 폐지’가 현실화될지 관심이다. 윤 당선인은 정부조직 개편 추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으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주요 구성안 발표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이제는 (여가부가)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여가부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여성과 남성이라고 하는 집합적 구분과 그 집합에 대한 대등한 대우라는 방식으로는 여성이나 남성이 구체적 상황에서 겪는 범죄 내지 불공정의 문제를 해결하기가 지금은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위원장도 여가부 폐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인의 여가부 공약이 폐기될 수도 있는가’라는 질문에 “폐기는 아니고, 몇 가지 가능한 정책적 방향에 대해 보고 드리고, 그중에서 선택을 윤 당선인이 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여가부는 없애지만 그 기능은 유지할 방침이다.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가부의 정책으로) 구체적인 혜택을 받고, 그 정책의 대상이 되는 국민이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없애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여성가족부에서는 사실 숨은 기능과 역할이 많다. 한부모가정 지원이나 성폭력 피해자 지원 등까지 없어지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전부 괴담”이라며 ‘여성가족청·소년노인부’로 복지부 업무를 둘로 쪼개는 독일식 모델을 언급했다.

다만 여가부를 폐지하기 위해선 민주당과의 협치가 필수적이다.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려면 우선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300석 중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이 180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인 탓에 윤 당선인의 의지만으론 법 개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에서는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박광온 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민생개혁법안 실천을 위한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에 참석해 “최근 여성가족부 폐지를 시도하고 인수위에 여성 할당을 배려하지 않겠다고 밝힌 건 국정 운영의 기본을 저버린 형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우리 사회의 균형을 잡고 뿌리 깊은 차별을 철폐해 국민을 통합하는 방안”이라며 “이를 지나치게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 국회에서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영교 행정안전위원장도 “윤 당선인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한 줄 공약을 내세웠는데 여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돼 있지 않고, 마초적 냄새가 풍기는 대목이었다”며 “여가부는 아동‧청소년‧한부모 가정‧양육‧부양 등 가족과 더불어 여성 관련 내용이 포함된 역할을 한다. 여가부의 존재를 제대로 들여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역시 여가부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13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는 질문에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폐지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민주당 비대위가 이날 닻을 올린 만큼 여가부 폐지에 관한 입장이 하나로 정리되진 않았다. 다만 민주당과의 협치 없이는 법 개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서윤 민주당 비대위 대변인은 1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비대위가 오늘 첫 출범했기 때문에 여가부 폐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당 차원의 입장정리는 아직”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 찬성 없이 정부조직 개편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보다 강경한 입장이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연 대표단회의에서 “윤 당선인은 새 정부에서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당선 직후 강조한 통합과 협치와는 한참이나 거리가 먼 행보”라고 비난했다.

이어 “여가부 폐지 공약은 ‘이준석식 갈라치기’의 상징이었는데, 지지층을 결집하는 슬로건이었을지는 몰라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며 “정의당은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를 막아내는 데 앞장서겠다”고 경고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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