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둥이 목욕만 2시간.. 그래도 미소가 절로”

다섯 쌍둥이들이 보금자리에서 나란히 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서혜정 대위 제공
“군대 훈련이 5명의 자녀를 돌보는 것보다 힘들까 싶을 때가 있어요. 힘든 게 당연하지만,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볼 때면 금세 피곤함이 사라지곤 합니다.”

육군 17사단 소속으로 육아휴직 중인 서혜정 대위는 21일 세계일보와의 전화에서 최근 다자녀와 벌이는 ‘육아 현장’을 이같이 밝혔다. 서 대위는 지난해 11월 18일 오후 10시쯤 서울대병원에서 다섯 쌍둥이의 엄마가 됐다. 다섯 쌍둥이는 국내에서는 1987년 이후 34년 만의 사례다. 이런 사례는 세계에서도 매우 드물다.

쌍둥이들은 한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일반적인 경우보다 10주가량 빨리 세상에 나왔고, 체중도 1㎏ 안팎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엄마 품이 아닌, 기계의 따스함에 의존하다가 지난달 28일 둘째를 마지막으로 모두 퇴원했다.

서혜정 대위 제공
다섯 쌍둥이와 서 대위 부부의 관사엔 매일 행복함이 넘친다. 서 대위의 남편은 같은 사단의 수색대대 김진수 대위다. 서 대위는 “아이들이 많아 하루에 7~8번씩 분유를 타고 3~4시간마다 번갈아 먹이고 재운다”며 “아이들을 모두 목욕시키는 시간만 2시간 넘게 걸리지만, 나란히 함께 있는 모습만 봐도 즐겁다”고 전했다.
이제 아이 5명의 육아에는 서 대위 부부 외에도 경남 창원에서 올라온 서 대위의 시어머니, 산후도우미 2명이 힘을 보태 5명이 분담하고 있다. 국비·지방비 지원이 이뤄지는 산후도우미는 근무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돌봄에 전념하고, 이외 시간에는 온전히 가족의 몫이다.

육군 17사단 수색대대 김진수 대위(사진 왼쪽)와 서혜정 대위. 서혜정 대위 제공
서 대위는 “산후도우미 덕분에 부족한 체력을 보충하거나 짬을 내 개인 업무도 보는 여유가 생겼다”면서도 “정부 혜택이 아이 3명으로 한정돼 있어 2명은 온전히 서비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다둥이 가정이 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출산 정책도 더욱 세분화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내년 2월 복직하는 서 대위는 벌써부터 다섯 쌍둥이와 잠시라도 떨어지기 싫은 속내를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서 대위는 “쉽지 않게 세상에 나왔고 남들보다 다르게 작게 태어났으니 아이들의 건강이 최우선”이라며 “작은 바람이라면 서로 소중히 여기면서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렸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다섯 쌍둥이 가운데 딸 4명의 이름은 김소현·수현·서현·이현으로 돌림자에 ‘밝을 현(炫)’을 썼다. 아들 재민군은 씩씩하고 강하게 자라라는 바람에서 ‘강할 민(䪸)’을 이름에 넣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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