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혼2→결혼과 이혼 사이’ 가정불화 예능, 이대로 괜찮나

[뉴스엔 이해정 기자]

이혼 예능 원조 격인 ‘우리 이혼했어요’가 붙인 자극성의 불씨가 다른 프로들을 거쳐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혼을 한 부부가 나오는 방송은 애교고 이혼 위기에 놓인 부부가 전면에 나선 ‘결혼과 이혼 사이’도 방송 중인데 가정불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을 과연 예능으로 무마해도 좋은지 의문이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이하 ‘우이혼’)는 이혼한 연예인, 셀럽 부부가 다시 만나 한 집에서 생활하면서 이혼 후 새로운 관계를 도모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일라이-지연수가 재결합 가능성을 비추면서 ‘우이혼’ 기획 의도가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지만 지금의 순간이 있기까지 이혼 부부의 싸움만 붙인다는 지적이 거셌다.

이혼 후 새로운 관계를 도모한다는 취지와는 다르게 이혼 사유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등 여전히 원망의 불씨가 가라앉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 가정사를 모두 들춰내는 ‘내탓네탓’ 싸움은 출연자의 제 살 깎아먹기일 뿐만 아니라 보는 시청자들도 피로하게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화해 무드로 돌아선 지연수-일라이도 방송 초반만 하더라도 전 시댁과 아이까지 들먹이는 극단적인 갈등으로 질타를 받았었다.

차라리 이혼한 부부가 나오는 ‘우이혼’은 로맨틱 코미디 수준이다. 진짜 예능판 ‘사랑과 전쟁’을 찍고 있는 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에 비하면 말이다. ‘결혼과 이혼 사이’는 각기 다른 이유로 이혼을 고민하는 네 부부의 현실적인 결혼 생활을 담아내는 리얼리티인데, 지난 20일 첫 회가 공개되자마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남편이 아내 카드로 120만원 짜리 운동화를 사 오는 건 시작에 불과하고, 아내에게 폭언을 하고 물건을 던지는 등의 폭력 행위도 담겼다. MC그리를 제외하면 모두 기혼자인 MC들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이렇다 할 말을 얹지 못했다. 방송 초반 비교적 순한맛 부부 싸움을 지켜본 MC그리가 “예전 우리 집 향수가 떠오른다”고 너스레를 떤 게 웃음의 전부였다.

방송 반응은 말 그대로 핫하다. 출연자들 SNS는 문전성시를 이뤘고 방송에 보인 것만으로 가해자, 피해자를 나눠 상반된 여론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시청률만 잘 나오면 어떤 방송이든 용인해도 정말 괜찮은 걸까. 예능의 장르가 다양해지고 기획이 신선해진 건 박수받을 일이다. 그러나 다양하고, 신선하기만 하면 웃음과 공감을 주는 예능의 책무를 벗어나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이혼을 다루더라도 ‘돌싱포맨’, ‘돌싱글즈’ 등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안정적으로 사랑받은 건 이혼을 소재로 하지만 궁극적으로 웃음과 감동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이혼2’, ‘결혼과 이혼 사이’를 보면서 깔깔대고 웃거나 흐뭇한 감동을 얻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가 그래도 저 사람들보단 낫지’라고 위안을 받는 게 이들 프로그램들이 생각하는 공감인지 묻고 싶다.

예쁘든 놀랍든 징그럽든 무섭든 일단 ‘보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예능은 곤란하다. 가정불화가 고민이라면 예능이 아닌 상담 센터를 찾아야 하는 법. 웃으러 왔다가 엉겁결에 남의 부부 하소연을 듣게 된 시청자들의 처지도 한 번쯤은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사진=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 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

뉴스엔 이해정 ha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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