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다움’ 시동 건 尹당선인..”소통 강화·현장 행보·법과 원칙”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티타임을 갖고 있다. 2022.3.14/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후 4~5일간 보인 행보에서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당선인의 당선 후 행보를 압축하는 ‘키워드’로는 소통 강화 및 현장 행보, 법과 원칙이 꼽히고 있다.

14일 윤 당선인이 전날(1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 등을 직접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색 목폴라 티에 검은 정장 재킷을 입은 윤 당선인의 모습은 후보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상에 올라선 윤 당선인은 인수위원회의 조직도와 인수위원장(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부위원장(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기획위원장(원희룡 전 제주지사)을 직접 발표했다. 이어진 취재진과 질의응답 시간에는 같은 자리에 있던 당선인 대변인에게 자리를 넘기지 않고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 답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다음 날 바로 취임해 인수위를 두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은 대선 다음 날 취임 첫 일성으로 국무총리·국가정보원장·대통령비서실장·대통령경호실장 인선을 직접 발표한 바 있다.

안수위를 출범한 전임 대통령 당선인들은 모두 대변인 등을 통해 인선을 발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은 모두 당선인 대변인(이낙연, 주호영, 윤창중 대변인)을 통해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번 윤 당선인의 발표를 두고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언론 앞에서 직접 브리핑하며 ‘일하는 대통령’을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행보로 풀이하고 있다.

국민 속으로 격의 없이 들어가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는 같은 날 오후 ‘반려견 산책’으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당선인이 이날(13일) 오후 반려견 토리와 한강공원에서 산책하며 주민들과 만남의 기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반려견 네 마리와 반려묘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공개된 7장의 사진에는 윤 당선인이 산책 중인 시민들과 섞여 반려견 토리와 함께 달리거나 토리의 배변을 봉투에 담아 치우는 모습 등이 담겼다.

한강 산책로에서 토리와 나란히 걷다가 토리가 멈칫하자 “이리 와”라고 외치는 내용의 12초짜리 동영상도 함께 공개됐다. 김 대변인은 “늘 국민 곁에서 함께 하고자 하는 당선인”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에는 후보 시절 한 시장을 찾아 약속한 ‘상인 간담회 및 오찬’을 진행한다.

후보 시절 대통령에 당선되면 불필요한 경호를 축소하고 광화문 집무 시대, 관저를 청와대가 아닌 제3의 장소로 잡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중을 볼 때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도 이같은 행보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한강공원에서 반려견 토리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측 제공) 2022.3.1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반면 윤 당선인을 상징하는 ‘법과 원칙’은 강조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지난 5년간 유명무실했던 특별감찰관 제도의 부활이 꼽힌다. 독립기구인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수석비서관급 이상의 청와대 공무원을 감찰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기능이 중복된다는 이유로 특별감찰관을 임기 내내 공석으로 뒀다. 특별감찰관법은 지난 2014년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박범계 의원이 대표 발의로 통과돼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됐다. 이에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처음이자 마지막 인사였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14일) 오전 당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정상 운영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 “인수위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당선인에게 보고할 사항”이라고 확인했다.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은 법과 원칙이 당선인과 그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 늘 일관되게 말해 왔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은 윤 당선인에 대한 기대치가 전임 당선인들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헤럴드 의뢰로 제20대 대통령선거 직후인 지난 10~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3월2주 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국정 수행 전망’ 조사에서 ‘잘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은 52.7%(매우 잘할 것 35.2%·약간 잘할 것 17.6%)로 과반을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중앙선거여론조사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은 41.2%(전혀 잘하지 못할 것 29.0%·별로 잘하지 못할 것 12.2%)를 기록했다. 잘 모름은 6.1%다.

긍정적 전망은 과반을 기록했지만, 과거 역대 대통령과 비교할 경우 낮은 편이다. 리얼미터가 역대 대통령 당선 직후 실시한 국정 수행 전망 수치를 살펴보면, ‘잘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79.3%, 박근혜 전 대통령이 64.4%, 문재인 대통령이 74.8%를 기록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대선은 워낙 박빙 승부로 결판이 났고,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측면도 있는 거 같다”며 “국민적 기대는 낮지만 좌고우면하지 않고 ‘윤석열다움’을 보여준다면 국민에게 더 인정받을 수 있는 정부가 될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권영세 부위원장,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 등과 차담회에서 원 위원장이 “당선인의 뜻을 잘 담아서 안 위원장과 권 부위원장을 잘 보필해 대국민 약속을 많은 분들이 느낄 수 있게, 지킬 수 있게 하겠다”고 하자 “당선인의 뜻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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