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찬스로 시청률 50% 껑충 ‘유퀴즈’, 좋아할 때 아니다

[엔터미디어=정덕현] 강형욱에 임영웅까지 출연했지만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출연 이후 생긴 후폭풍은 좀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그래서 ‘HERO’ 특집을 마련했을 게다. 대중적 지지가 높은 강형욱에, 코리안 좀비 정찬성 그리고 파도 파도 미담밖에 없는 대세 중의 대세 임영웅까지 한데 모은 특집을.

실제로 ‘HERO’ 특집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어디서도 듣지 못했던 감동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강형욱의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무지개다리를 건넌 그의 반려견 다올이에 대한 것이었다. 훈련사로서 반려견과 관련된 일들이라면 뭐든 척척 해내는 말 그대로 그 분야에서는 ‘영웅’이 아니던가. 그런데 펫 로스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다올이에 대해 그가 한 말은 의외였다.

“저는 유예하고 있는 상태예요. 슬픔을 유예하고 있어요. 아직 꺼내지 않았어요. 사실 저한테 많이 질문을 해요. 펫 로스 증후군을 어떻게 극복하냐고? 전 극복하지 않았는데요? 저는 극복한 상태가 아니라 유예하고 있는 상태예요. 슬퍼하고 몇 번 울고 끝낼 사이가 아니에요, 다올이랑은.” 이른바 ‘개통령’으로도 불리는 강형욱 역시 자신의 반려견을 잃은 상실감은 결코 지워질 수 없는 아픔이고 슬픔이라는 걸 그는 드러내줬다.

최초로 UFC에 도전한 코리안 좀비 정찬성의 이야기에서도 그런 감동이 있었다. 볼카노프스키와의 대결에서 애초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걸 실감하면서도 끝까지 버텨내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며 눈물을 보인 것. “버텼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이 힘들었어요. 사실 지는 걸 생각하고 올라가진 않거든요. 3라운드 끝나고도 코치님이랑 얘기를 할 때 할 수 있냐고 (묻는데) 해야죠 라고 얘기하더라고요. 그것도 제가 기억이 안나요. 제가 아는 정찬성이 그 말을 했다는 것은 그래도 발버둥을 치겠다 이 얘기로밖에 안들려서…”

임영웅 역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요즘 자신을 괴롭히는 최대 빌런을 묻는 질문에 “내 자신”이라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그는 “스스로를 계속 괴롭히고 있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그건 다름 아닌 팬들에게 좀 더 보답하고픈 마음이 묻어난 것이다. 이미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팬들에게 보다 좋은 음악을 드리기 위해 스스로 스트레스를 줘가며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이날 ‘HERO’ 특집은 이들이 영웅으로 추앙받는 이유가 오히려 그 인간적인 면모들 때문이라는 걸 드러내주는 면이 있었다. 최고의 훈련사지만 자신도 반려견을 잃은 상실감을 유예하고 있다는 강형욱이나,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그래도 버텨내려 애썼다는 정찬성 그리고 최고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괴롭힐 정도로 노력하는 임영웅의 모습들이 그랬다.

이처럼 <유퀴즈>는 그 자체 내용만으로 보면 충분히 감동이 있었고 무엇보다 섭외 자체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끌만 했다. 이것은 다분히 현재 정치색 논란으로 곤혹을 겪고 있는 <유퀴즈>가 그걸 떨쳐내기 위한 선택으로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시청률은 5.4%(닐슨 코리아)까지 치솟았다. 지난 회 3.5%보다 약 54%(+2%p) 수직 상승한 것.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현재의 <유퀴즈>가 처한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청률도 급상승했고, 막강한 출연자 섭외와 그들이 전해준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논란들이 그걸 말해주고 있다. 그 비판의 목소리들 중에는 <유퀴즈> 출연자들을 향한 것들도 있었다.

<유퀴즈> 논란의 핵심은 이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인 서민들이 출연하는 서민들을 위한 방송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따라서 제 아무리 영향력 있는 유명인 찬스에 감동적인 이야기를 더한다고 해도 그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긴 어려울 수 있다. 그보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길거리로 나서고 그 곳에서 서민들을 찾아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유퀴즈>에 대한 이런 논란은 결국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에 대한 다른 표현 방식이기도 하다.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있다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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