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한중수교30년]한중 화합 어렵게 하는 3대 요인은..체제·미국·중화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았지만 양국 국민 간의 감정의 골은 어느 때보다도 깊다.

특히 한국민의 반중 감정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반일(反日)’보다 ‘반중(反中)’이 더 심하다는 말도 심심찮게 나온다. 미래를 이끌어갈 밀레니엄 세대들의 반중 감정은 노골적인 수준이다. 윤 교수는 이 같은 반감의 기저에 “한국과 중국이 서로 동의하기 힘든, 구조적 문제 3가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김현민 기자 kimhyun81@

윤 교수는 양국의 정치 체제를 첫 번째 문제로 제시했다. 한국은 대통령도 끌어내리는 민주주의 국가인 반면, 중국은 공산당 위주의 권위주의 국가라는 점이다.

윤 교수는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의 정체성에 맞는 외교를 펼쳐나갈 수밖에 없는데, 그건 중국 입장에서는 합의하기가 힘들다”며 “중국인들 역시 정치 체제가 다르고 신념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정반대다. 그는 “한국은 북한의 위협이 실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기 위해선 미국과 동맹 관계를 지속해 나갈 수밖에 없다”며 “반면, 중국은 동아시아에서의 패권적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미국의 힘을 밀어내려는 욕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중화주의’ 사상도 양국민 사이의 골을 깊게 만드는 요소다. 자국을 ‘대국’이자 ‘중심’으로,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을 ‘소국’이자 ‘변방’으로 봐 온 중국의 중화 패권주의적 시각이 양국 간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중국은 아시아 대륙에서 중국 중심의 중화주의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그러나 한국은 서구의 국제법 질서 및 자유주의를 존중하고 국가와 국가 간의 주권 평등을 강조하는 수평적 질서에 익숙해져 있다”며 “그런 질서 속에서 성장해 온 한국이기에, 중화주의와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우리 외교가 이런 측면을 오히려 키웠다고 지적한다. 그는 “중국과의 외교에서 이런 세 가지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분명히 선을 그었어야 하는데 역대 정부는 대부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경향이 강했다”며 “저쪽은 대국이라며 때로는 외교 결례도 범하고 경제를 무기로 삼아 횡포를 부리는데 우리는 해야 할 이야기도 제대로 못 하니, 거칠 것 없고 당당한 젊은 세대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그게 이해가 안 가는 거고 용납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분명하게 선을 긋고, 희망적 사고보다는 전략적 사고에 기반한 한중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영관 교수 프로필

1951년생인 윤 교수는 전주고, 서울대 외교학과, 서울대 국제정치학 석사,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국제정치학 박사, 캘리포니아대 정치학 조교수,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SAIS 객원교수 등을 거쳐 참여정부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을 역임했다.

비(非)외무고시 출신으로는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을 역임한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형이기도 하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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