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인정’ 유희열, 안테나 명성 먹칠한 오너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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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무의식 중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안테나의 수장이자 그룹 토이의 중심인 유희열이 거장의 곡을 표절한 사실을 인정하며 밝힌 해명이다. 유희열은 지난 14일 소속사 안테나의 SNS를 통해 자신의 자작곡으로 소개된 ‘아주 사적인 밤’이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쿠아(Aqua)’를 표절했다고 밝혔다.

유희열은 해당 SNS를 통해 “‘유희열의 생활음악’ 프로젝트의 두 번째 트랙인 ‘아주 사적인 밤’과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Aqua)’가 유사하다는 제보를 검토한 결과, 곡의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데 동의하게 됐다”라며 사실상 표절임을 인정했다.

유희열은 “(류이치 사카모토는)긴 시간 가장 영향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중에 내 기억 속에 남아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다”며 “발표 당시 순수 창작물로 생각했지만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충분히 살피지 못하고 많은 분께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문제가 된 유희열의 ‘아주 사적인 밤’은 발표와 동시에 온라인 곳곳에서 표절 논란이 제기된 곡이다. 실제로 이 곡의 템포는 ‘아쿠아’와 같은 곡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흡사하게 전개된다.

이번 표절이 더욱 당황스러운 이유는 류이치 사카모토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덤을 거느린 파아노 연주계의 거장이라는 점이다. 안테나의 수장인 동시에 수십년 간 토이를 이끌며 뮤지션으로 명성을 쌓아 온 유희열이 유명 거장의 곡을 참조도 아닌 표절한 것에 대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유희열이 밝힌 바 처럼 두 곡은 멜로디와 흐름은 비슷한 수준을 넘어 매우 흡사하다. 온라인 상에서 수차례 표절 논란이 제기된 후에야 뒤늦게 사실을 인정한 부분도 유희열이 가진 창작자로서의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해당 곡 뿐 아니라 유희열의 다른 연주곡들 마저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과 흡사하다는 또 다른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표절로 밝혀진 ‘아주 사적인 밤’이 실린 곡은 유희열이 지난해 8월부터 1년여 간 진행해 온 프로젝트다. 유희열은 음원이 음악 시장을 장악한 시대, LP 발매를 예고하며 해당 앨범에 일상 속 배경 음악처럼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연주곡을 담겠다고 밝혔다. 트렌디함을 좇기 보다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강하게 어필하고자 한 앨범에서 표절을 시도한 셈이다.

유희열은 표절임을 인정하며 류이치 사카모토를 ‘긴 시간 가장 영향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라고 표현했다. 때문에 “무의식중에 기억 속에 남아있던 멜로디가 자신도 모르게 곡에 드러났다”는 그의 변명은 의아할 수 밖에 없고, 구차하다. 존경하는 뮤지션이라는 뜻은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에 영향을 줬다는 뜻인데 작업 당시 곡의 유사성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건 어불성설이 아닌가.

그러면서 유희열은 류이치 사카모토에게도 사과의 말을 전했다. “선생님과 팬 분들에게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었다는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오랜 팬의 입장에서 현재 사카모토 선생님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 아프게 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유희열 측은 해당 앨범과 관련 저작권 문제를 조만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유희열이 공개적으로 표절을 인정한 배경이 도덕적 양심에 따른 것이 아니라, 상대 측의 문제 제기에 따른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유희열은 MC 유재석과 손잡고 카카오엔터 투자에 적극 참여하는 등 엔터 사업가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자본과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는 사이 아티스트로서의 양심은 잃은 유희열, 그를 오랜 시간 지켜본 팬들의 아쉬움과 실망은 크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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