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첫방, 형제복지원 사건 ‘충격’… 전소미 눈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1980년대 인권을 무참히 짓밟은 ‘형제복지원’ 사건이 다뤄졌다. /사진=SBS 제공

정규편성된 ‘꼬꼬무’가 첫방송됐다. 지난 21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뤘다. 1982년 9월 부산 화장지를 파는 리어카꾼 정씨에게는 12세 아들이 있었다. 아들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모친이 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도 병수발을 들었다. 대소변을 받고 밥도 지을 정도로 효자에 똑똑해서 시험을 보면 반에서 1등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들이 사라졌다. 정씨가 실종 신고를 하자 경찰은 단순 가출이라 여겼다.

아들 정연웅씨는 “12세 때 4년 7개월 정도 갇혀 있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82년 정연웅씨는 연탄가게 총각을 따라 부산역에 갔다가 사라졌다. 1년 뒤 7살 5살 남매도 사라졌다. 이혜율씨는 “83년에 7살이었다. 제가 손잡고 나가 남동생도 고통을 겪어 미안했다. 나 혼자 엄마 찾아갈 걸”이라며 눈물 흘렸다. 당시 이혜율씨는 이혼한 엄마가 보고 싶어 동생과 기차를 탔다가 잠들어 부산까지 갔다.

아동연쇄실종사건. 이들은 당시 부산역에서 다가온 남자들이 경찰이라 의심하지 않았다. 이들은 경찰을 따라 부산역 파출소에 갔다가 냉동차에 실렸다. 이들이 실려 간 곳은 한국판 아우슈비츠라고 불렸던 형제복지원. 산비탈에 지어진 감옥 같은 요새에서 아이들은 매를 맞으며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야 했고, 어른들은 건물을 지었다.

형제복지원에 끌려온 사람들의 공통점은 부랑인이라는 점. 당시 부랑인의 기준은 열차에서 졸다가 종점까지 가거나, 역에서 TV를 본적이 있거나, 야외에서 술을 마시기만 해도 해당될 정도로 어처구니없었다. 정연웅씨는 당시 간절히 부친과 재회하길 기다렸지만 2년 뒤 형제복지원 안에서 파란 체육복을 입은 부친과 재회해 좌절했다.

정연웅씨 부자의 비극적인 사연에 이야기를 듣던 전소미는 “전혀 반갑거나 좋지 않았을 것 같다. 차라리 여기서 안 만났으면 할 것 같다”며 눈물을 보였다. 정연웅씨는 “아버지가 나를 만나 부끄럽지 않겠나. 좀 마음이 이상했다”며 차마 부친을 아는 척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부친은 아들을 잃고 술에 취해 살다가 경찰서에 가서 아들을 찾아내라며 난동을 부렸고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간 것.

며칠 뒤 부친은 감시를 피해 아들에게 “밥 잘 먹고 있지?”라며 명절에 나왔던 딱딱하게 굳은 시루떡을 쥐어줬고, 정연웅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맛있게 먹었다. 철이 없었다”고 오열했다. 이후 정연웅씨는 형제복지원에서 4년 만에 탈출에 성공했지만 경찰도 찾아가지 못했고 신문 배달을 하다가 주민 신고로 다시 형제복지원에 보내져 더한 매질을 당했다고.

형제복지원은 86년 12월 울산에서 꿩 사냥을 나왔던 김용원 검사가 산속 공사현장을 목격하며 실체가 드러났지만 88 서울 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정권의 비호를 받으며 제대로 된 처벌을 피해갔다. 형제복지원 박원장은 2016년 사망했고 현재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 1호 사건으로 조사가 진행 중. 당시 아이였던 피해자들이 어른이 돼 스스로 증거를 모으고 목소리를 내 얻은 결과였다.

특히 정연웅씨는 형제복지원을 나와 다른 보육원에 갔다가 부친의 사망소식을 들었다며 부친과의 마지막 만남이 형제복지원 안에서의 짧은 재회였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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